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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가계대출 문 잠그는 은행, 대안 찾기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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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규제 고강도·장기화 전망 기업금융 포화·글로벌도 리스크 다수 자산관리, 금소법에 보수적 접근 우려 [비즈니스워치] 이경남 기자 lkn@bizwatch.co.kr

2021년이 아직 석달 가까이 남았지만 은행들은 주요 영업망 중 하나인 가계대출 부분의 문을 일찌감치 닫게 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또 한번 경고를 날리면는 등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기 점점 어려워져서다.

당장 올해로 끝이 날 기미도 안 보인다. 그간 금융당국은 은행에게 가계부채 증가 목표치를 연간으로 제시했지만 고 위원장이 이 기준을 더 길게 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쳐서다.

이에 은행권은 당장 가계부분 영업을 대체할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생겼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기업금융과 글로벌 영업, 자산관리(WM) 부문 모두 만만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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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시장 전문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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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융위원장 "가계부채, 장기간으로 본다"

지난 2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경제·금융 전문과들 갖은 간담회에서 다시한 번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날 고승범 위원장은 "우리 경제, 금융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인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강도높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총량 관리의 시계를 내년 이후까지 확장하고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강도 높은 조치들을 지속적이고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의 발언 중 주목할 부분은 총량 관리 시계를 내년 이후까지 확장하겠다는 부분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연간 기준 5~6% 수준으로 제시해왔다. 헌데 앞으로는 이를 확장시켜 가계부채 증가세가 낮아질 때까지 총량관리를 이어나가겠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일단 올해의 경우 대출 총량치를 거의 다 채운 만큼 사실상 가계대출은 실수요 요건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수 있는 일부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 위원장이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장기적인 시계로 보겠다고 한 만큼 내년 역시 가계대출을 적극 취급하기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기본적인 영업수익은 대출이자에서 나온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추가 인상까지 점쳐지고 있어 이자부문 수익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대출 자체를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없게될 처지에 노이면서 금리 인상의 수혜를 마냥 누리기는 어렵게 됐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이 어떻게 나오는 지 이후 은행별로 내년 경영관리계획을 세울때 이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현재 시작된 대출절벽은 내년까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가계 대신할 영업망① 기업금융

가계부문에서 앞으로 영업이 예년과 같은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을 만큼 은행들은 기업금융에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한 탓에 이미 우량기업에 대한 영업망 확대는 쉽지 않다.

실제 기업대출을 취급하고 있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17개 은행의 기업대출금 잔액은 지난 2018년 3월 말 829조9066억원에서 지난 6월말 1067조6354억원으로 14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문제는 앞으로 기업대출을 예년과 같이 적극 취급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기업 2만2688곳 중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 비중은 15.3%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가장높은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와 같은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지 알아볼 수 있는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 이면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다. 이른바 '좀비기업'이다.

은행 기업금융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한 데 이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대로 인해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기업부분 대출금이 크게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보니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금융에 있어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우량기업 찾기인데 이미 우량기업으로 꼽히는 기업 등에게는 자금이 흘러들어갈 만큼 들어간 측면이 있어 기업금융 역시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가계 대신할 영업망② 글로벌

코로나19 바이러스 발발 이전 은행권의 최대 화두는 디지털과 글로벌이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국내에 머무르기 보다는 성장성이 높은 신흥국으로 진출해 수익을 다각화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발과 해외 현지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이 역시 쉽지 않아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국내 은행들이 진출한 해외시장 역시 상황이 좋지 않아졌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들의 해외점포들의 순익은 7억3300만달러(8642억원)가량으로 전년 9억8300만달러(1조1500억원)에 비해 25.4%나 줄어들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로 인한 대손비용이 전년 대비 두배나 뛴 영향이 컸다.

해외 거점 국가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가파른 데다가 정치적인 불확실성까지 덮쳤다. 해외 신흥국 주요 거점 지역으로 꼽혔던 미얀마의 경우 군부 쿠테타 발생 이후 영업망 확대가 어려워졌다. 특히 미얀마는 지난 2020년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우여 곡절끝에 진출한 곳이다.

이 외 핵심 지역 중 하나인 중국의 경우도 최근 중국 정부가 규제 일변도로 정책방향을 바꾸면서 앞으로 상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산업 규제 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에 대한 규제강도가 강해지면서 현지 진출 기업은 물론 앞으로 진출을 꾀하려던 기업들도 앞날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지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는 국내 진출 은행들에게는 악재나 다름없다.

가계 대신할 영업망③ 자산관리 금소법이 난제

은행들이 그나마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칠 수 있는 유망한 분야는 자산관리(WM)라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업, 가계를 모두 아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이자 수익 증대라는 효과도 누릴 수 있어서다. 요 몇년 사이 은행들이 자산관리에 공을 들여온 만큼 자산관리 관련 인프라는 이미 마련돼 있다. 게다가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등 정책이 시작되면서 자산관리의 문턱은 더욱 낮아졌다.

관건은 본격 도입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도입되면서 투자상품의 경우 고객으로부터 확실한 투자성향 정보를 확인한 이후 투자상품 등을 상세한 내용과 함께 권유해야 한다.

은행들은 금소법 도입에 맞춰 자산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오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예전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은행 한 PB는 "금소법 도입 이후 관련 가이드라인을 본사 WM본부 차원에서 상세한 지침이 내려왔다"며 "위법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예전보다 좀 더 보수적으로 고객과 접근하고 고객응대 시간 또한 길어지는 부분 등으로 금소법이 자산관리 부분 수익의 최대 난제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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