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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우회해 아프간 주민에 '달러 살포'"…서방의 비밀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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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지역 주민들이 세계식량계획(WFP)가 지급한 원조 음식을 배분받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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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이 식량을 얻기 위해 가재도구를 파는 등 극한 상황에 몰린 가운데, 서방권 국가들이 탈레반을 통하지 않고 주민들에게 달러를 직접 살포하는 원조 계획을 비밀리에 세우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공여국 외교관들은 아프간 은행을 통해 빈민 1인당 200달러(약 23만원) 가량의 미국 달러를 급료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탈레반의 허가는 받되, 그들을 거치지 않고 주민들이 식량을 살 수 있는 돈을 지급해 '현금 생명선'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아프간은 탈레반 재집권과 미군 퇴각 등 정치적 격변에 가뭄까지 더해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상태다. 아프간 공공지출의 75%를 담당하던 미국 등 해외 원조도 사라져 돈줄도 씨가 말랐다. 여기에 화폐 가치까지 하락하면서 생필품 가격이 급등해 아프간 경제는 두 달 사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유엔(UN·국제연합)에 따르면 아프간인 1400만명이 현재 기아에 직면해 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아프가니스탄 국장 매리 엘렌 맥그로어티는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먹을 음식도 포기하는 상황"이라며 "현금 위기에 직면한 아프간 경제는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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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환전소장. 아프간 주민들이 환전소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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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여국 고위 외교관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재 두 가지의 접근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WFP가 현지에서 사람들이 식량을 사도록 직접 현금을 배분하는 방안이다. WFP는 앞서 현지 은행을 통해 1000만 아프간인에게 11만 달러(약 1억 30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한 바 있다. WFP가 기존에 하던 일을 확대하는 방안인 셈이다. 두 번째 접근은, UN 대신 은행이 현지의 현금 흐름을 주도하는 방안이다. 한 관계자는 이미 현금 배분 채널을 개설을 개설하는 방안에 대해 현지 은행과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서방 국가들이 '달러 살포'라는 초유의 방법을 동원하려는 이유는 아프간 주민들을 도와 그들의 대량 이민을 막기 위한 복안이다. 미군 철수 후 1990년대 집권 당시의 '공포 정치'를 이어가는 탈레반에게 자금을 지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5일 수도 카불에서 집권 후 처음으로 영국 관리들을 만나고 미국 계좌에 동결된 수십억 달러의 아프간 전 정부 자금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각종 지원금 등을 현 과도정부에 돌려주길 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AP통신은 탈레반이 "경제 붕괴 위기 속 부족한 재원을 채울 것을 기대하고 대처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한 고위관리는 "만약 아프간이 붕괴하면 우리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탈레반을 성급히 인정하길 원하지는 않지만, 그들과 타협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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