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인 야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KBO리그 역대 최고령 20홈런-20도루 기록을 세웠고, 팔꿈치 통증을 참아가며 거의 전 경기를 뛰었다. SSG가 5강 싸움에 한창인 이달에는 불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베테랑의 존재감도 뽐내고 있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올해 정규시즌의 종료를 앞두고 전화로 만난 추신수는 밝은 목소리로 "야구를 하러 한국에 왔지만, 야구 외에 또 다른 목표가 생긴 것 같아 후회가 없다"며 웃었다.
팀이 5강 싸움에 한창인 10월, 맹타를 휘두르며 공격을 이끌고 있는 추신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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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강 싸움이 한창인 SSG에 최근 큰 힘을 보태고 있다.
"1승, 1승이 정말 중요한 시기다. 지금은 팀이 이기는 데만 맞춘다. 그날그날 경기에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잊을 정도로 많이 집중하는 것 같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려고 하다 보니 베이스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뛰게 되고, 타석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나가려는 의욕이 넘친다."
-한국에서의 첫 시즌이 끝나간다.
"한국에 와서 야구를 하게 돼 정말 좋았다. 처음 한국행을 결정했을 때부터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기겠다' '대기록을 쓰겠다' 같은 욕심은 없었다. '나라는 선수가 KBO리그에서 뜀으로써 한국 야구가 더 인기를 얻고, 관심도 받고,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알게 되면 좋겠다'는 게 목표였다. 막상 한국 생활을 통해 많은 걸 직접 보고 느끼면서 내가 아니라 많은 후배를 위해 환경을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5년이나 10년, 혹은 후배들의 자식들 세대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야구를 하러 한국에 왔는데, 야구 외에 또 다른 목표도 생긴 것 같아서 후회가 없다. 한국의 동료, 후배들과 야구를 같이 하는 게 나의 목표이자 꿈이었다. 마무리만 잘한다면 아주 좋은 1년이 될 것 같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야구장에서 팬들을 만나지 못하면서 내가 한국에서 느끼고 싶던 100%를 다 채우지 못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한국에서의 첫 가을야구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선수라면 누구나 가을야구를 목표로 훈련하고 시즌을 맞는다. 하지만 매년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는 게 아니고, 그 기회를 잡기가 정말 힘들다. 지금 순위 경쟁이 한창인데, 우리 팀 선수들도 다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다. 결과는 끝나봐야 아는 거니까 늘 '후회 없이 매 경기 최선을 다하자'고 얘기하면서 하나로 뭉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을 참고 뛴 거로 안다.
"메이저리그에서 162경기를 소화하다 보면, 진짜 100%의 컨디션으로 치르는 게 10게임도 채 안 된다. 몸이 어딘가 안 좋을 때도 그 부분을 잘 견디고 나가서 뛰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거다. 그런 점도 내가 선수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였다.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에 나와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야 하고, '하늘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 역시 어릴 때는 평생 야구할 줄 알았다. 이제 그만둬야 할 시기가 다가오니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에 있는 모든 시간이 행복하다. 그래서 아파도 빠지기 싫은 거다. 내가 없을 때 누군가 나 대신 나가서 잘하면 내가 뛰기 어려워지지 않나. 선수들, 특히 우리 팀 후배들이 그런 강한 마인드로 경기에 나서길 바란다."
-올해 야구단을 인수한 SSG 정용진 구단주의 애정도 큰 화제였다.
"우리 팀 선수들에게는 큰 행운이다. 그렇게 큰 기업에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고, 그 안에서 일하는 직원도 얼마나 많겠나. 그런데도 구단주가 야구단에 이렇게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건 정말 대단하고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은 좋은 성적을 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점은 선수 전체가 실감하고 있다. 다들 굉장히 감사해 하면서 '우리가 더 잘해야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내년 계획을 물어도 될까.
"아직은 확답하기 어렵다. 가족도 있고, 여러 상황도 고려해야 해서 나 혼자 결정할 수 없다.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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