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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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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국민 상대 거짓말”… BTS 뉴욕 공연료, 정부는 아직도 안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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卓, ‘여비 미지급’ 지적에 ‘공연료 지급’만 강조하더니

그마저 공연 종료 3주 넘도록 미지급

그 사실 알려지자 “‘지급 결정’이 완료” 말 바꿔

조선일보

김정숙 여사가 현지시간 지난달 20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BTS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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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조선닷컴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UN 총회와 각종 행사에 참석한 BTS에게 정부가 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청와대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방송 등에서 “비용은 이미 지급됐다” “악의적인 오보”라고 주장했다. 사실 조선닷컴 보도 내용은 ‘지난달 20~22일 BTS의 각종 장관·영부인 뉴욕 행사 참석 여비 미지급’에 대한 지적이었음에도, 청와대와 탁 비서관은 이와 별개인 ‘UN 총회장에서 상영할 공연 영상물 제작을 위한 7억원짜리 계약’(제작 기간 9월18~19일)을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폈다.

하지만 그 발언으로부터 2주, 영상물 제작 완료 시점으로부터는 3주 이상 지난 10월14일, 그 공연 영상물 제작 비용 7억원조차 BTS 측에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해당 공기관장 국회 발언으로 드러났다. “탁 비서관이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해외문화홍보원장, 국감서 “아직 지급 안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정렬 해외문화홍보원장에게 “방탄소년단의 UN 일정 관련해서 비용이 지급됐느냐”고 물었다. 박 원장은 “아직 안 됐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9월 30일 청와대 관계자가 지급됐다고 이야기를 했고,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자신의 소셜 미디어와 10월 1일자 출연한 방송에서 지급이 이미 완료됐다고 했다”며 “그러면 청와대와 탁 비서관은 알고도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지급됐다고 허위 보고가 된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박 원장은 “그것은 저희들이 잘 모르는 사안”이라고 대답했다. 이를 들은 김 의원은 “청와대 1급 비서관이 전 국민을 상대로 방송까지 나와서 거짓말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경악할 만한 그런 일”이라고 했다.

박 원장 발언은 기존 청와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미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관계자는 출입기자단에 “BTS의 항공 및 체류 비용 일부를 사후정산 형식으로 진행했고 이미 정산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해당 보도를 ‘악의적인 오보’로 규정하며 “방탄소년단의 순방행사 참석과 관련한 규정 내의 비용은 이미 지급됐다”고 주장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런 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잇달아 출연, “억지로 7억원을 사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卓 주장 ‘7억원’, ‘특사 여비’ 아닌 공연녹화비

탁 비서관은 여비 미지급 논란에 “규정 내의 비용은 이미 지급됐다” “최소한의 비용만을 허락하는 정부의 규정이 원망스러웠다” 등의 표현을 썼다.

하지만 사실은 ‘규정 내의 비용’도 지급되지 않았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이 아닌 대통령 특사에게도 여비를 줄 수 있도록 돼 있다. 더욱이 규정에는 ‘여비의 지급액, 지급 방법 또는 정산절차 등이 불합리하다고 인정할 때, 관련 부처장과 협의해 따로 규정을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고, 공무원이 아닌 사람에 대해서는 그 경력 등을 고려해 대우를 해줄 수 있다는 내용까지 있다. 하지만 대통령 특사 여비의 주무 부처인 외교부는 이 여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탁 비서관은 BTS 소속사와 문체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 간 7억원짜리 계약을 반론의 근거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제출 받은 이 용역계약의 명칭은 ‘UN 총회 참석 계기 문화행사 개최’였다.

이 계약서에는 BTS가 대통령과 장관을 수행하는 일정이나 내용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계약서에 첨부된 ‘과업 지시서’의 ‘세부 과업 내용’난에는 ‘BTS 공연 사전 녹화·상영’이라고 적시돼 있다. ‘일정’란을 보면, 9월18~19일 UN본부에서 공연 영상을 사전 녹화하고, 20일 그 영상을 상영한다는 게 계약된 활동의 전부다. 투입 인원은 BTS 멤버와 스태프 등 5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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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이 BTS 소속사와 체결한 용역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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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이 BTS 소속사와 체결한 용역계약서에 첨부된 과업지시서. 9월20~22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대통령 부부나 장관 행사에 참석하는 데 대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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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이 계약에 담기지 않은▲김정숙 여사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방문 동행(20일) ▲문재인 대통령의 ABC 인터뷰 동반 출연(21일) ▲황희 문체부 장관의 뉴욕한국문화원 전시회 방문 동행(22일)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BT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탁 비서관 스스로가 밝히기까지 했다. 탁 비서관은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 김정숙 여사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방문 행사를 앞두고 미술관 측이 한국 측 제안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상황을 소개한뒤,“(미술관 측에) ‘그러면 어쩔 수 없겠다. 우리는 지금 BTS와 우리 김 여사님이 가려고 했는데, 그러면 다음 미술관을 알아보겠다’고 (했더니),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됐다”고 했다.

◇말 바꾼 탁현민 “지급됐다” → “지급결정완료상태”

해외문화홍보원 국감 소식이 전해진 탁 비서관은 “이미 지급됐다”던 말을 바꿔 “정부 행정절차상의 ‘대금 지급 결정’이 이미 완료됐다”고 14일 오후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는 “정부예산과 집행의 경험이 없으면 행정처리에 대해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하여 가능하면 친절하게 말씀드린다”며 “현재 지급결정완료상태”라고 했다. 이어 “사소한 절차와 표현의 문제를 두고 마치 거짓말을 한 것처럼 오도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했다.

[장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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