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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법원 “한동훈 압수수색 당하자, 윤석열 수사자문단 소집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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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징계 타당 판결문 상세 분석]
'채널A 사건' 감찰·수사 개입에 “자제했어야”
‘측근 한동훈 감싸기’ 논란 법원이 인정한 셈
"유리한 방향으로 일찍 끝내려는 부당 조치"
한국일보

윤석열(오른쪽) 당시 검찰총장이 지난해 2월 13일 오후 부산고등·지방법원을 찾아 한동훈(왼쪽)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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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1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한 데는 '윤 전 총장이 채널A 사건 감찰과 수사를 방해했다'는 법무부 주장을 받아들인 게 결정적이었다. 감찰과 수사에 개입했으며 부당하게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중대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법원은 더 나아가 감찰을 중단시키고 자문단을 소집하려고 했던 의도에 대해 의문을 던지면서, 한동훈 검사장(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게 눈을 돌렸다.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폰이 압수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자 곧바로 자문단 소집을 지시하고, 한 검사장과 관련된 감찰을 중단시켰다’며, 윤 전 총장이 한 검사장을 보호하려 했다고 봤다. 당시 일었던 '측근 감싸기' 논란을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지속적인 감찰·수사 방해... 한동훈 지키기?

한국일보

지난 2019년 10월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한동훈(오른쪽)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왼쪽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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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15일 윤 전 총장이 패소한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재판부는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과 수사 방해' 징계 사유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는데 판결문의 3분의 1가량을 할애했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은 수사에 개입하지 않거나 최대한 개입을 자제할 의무가 있지만, 이 같은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특히 윤 전 총장의 징계 사유를 설명하며, 반복적으로 '한동훈 검사장' 이름을 거론했다. 채널A 사건 자체를 ‘한 검사장이 관련된 사건’으로 칭하고, 윤 전 총장이 소집을 지시한 자문단 역시 '한 검사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안건으로 심의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의 최측근' 관련 사건이기 때문에 그가 더욱 감찰과 수사에 개입해선 안 됐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검사장은 과거 대검 중수부를 포함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등 5차례나 함께 일하는 등 윤 전 총장의 최측근으로 인식되고 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총장은 개입을 자제해 검찰사무의 공정성을 보장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한동훈 압수수색에 수사자문단 소집 요청"


재판부는 윤석열 전 총장 스스로도 지난해 6월 한동훈 검사장이 피의자로 특정되자, 다음날 수사지휘권을 대검찰청 부장회의에 위임하고 손을 떼겠다고 밝혔던 점에 주목했다. '관여하지 않겠다'던 윤 전 총장이 이후 자문단 소집을 지시한 것을 두고 재판부는 "한 검사장의 휴대폰 압수수색 사실과 또 다른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의 수사자문단 소집 요청 사실을 보고 받았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지시가 ‘수사 개입’이라고 봤다. “자문단 심의 대상에는 한 검사장 기소 여부도 포함될 텐데, 휴대폰 압수수색 외에는 별다른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 검사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일찍 종결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을 살 수 있는 부당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의 지시 당시엔 대검 부장회의와 수사팀 간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기 때문에, 자문단 소집 요건도 애초 충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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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경기도당 주요당직자 간담회에서 당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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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감찰 방해’와 관련해서도 “윤 전 총장이 적법하게 개시된 감찰을 부당하게 중단시켰다”고 판단했다. 의혹 제기 직후인 지난해 4월 2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윤 전 총장에게 진상조사를 한다고 알리고, 같은 달 7일 감찰을 개시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한 검사장 연루 여부와 관련해) 진위 공방이 있으니 감찰에 앞서 진상 파악이 우선”이라며 감찰을 중단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법원이 윤 전 총장의 행위를 '부당한 감찰·수사 방해'라고 판단하면서 관련 수사에도 관심이 모인다. 윤 전 총장은 해당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공수처는 해당 고발 건과 관련해 윤 전 총장에 대한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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