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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삼성전자가 미국기업도 아닌데…또 호출한 바이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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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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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물류 대란 완화하기 위해 등 삼성 등 민간업체와 화상 대책회의를 가진 뒤 연설을 하고 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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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삼성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협조를 요청하면서 삼성전자를 불렀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13일 열린 이 회의에 외국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물류·유통업체가 아닌 기업으로도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우리로 치면 롯데·신세계·쿠팡·마켓컬리 등과 함께 연말 물류 대란 대책을 짜는 자리에 일본 소니를 초청한 모양새다.

두가지 해석이 나온다. 좋은 말로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위상이 드러난 단적인 장면이라는 풀이다. 올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비롯해 경제·산업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바이든 정부는 삼성전자에 'SOS'를 요청했다. 삼성전자가 그럴 만한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얘기다.

이날 회의에서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뉘앙스도 이런 해석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타깃, 홈디포, 삼성도 근무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미국 대표 기업과 나란히 삼성전자를 언급하면서 이렇다 할 부연 설명이 없다. 삼성전자의 미국 내 입지나 위상이 굳이 추가로 설명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전역에서 72%에 이르는 가정이 삼성전자 제품을 최소 하나씩은 갖고 있다"고도 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인식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세계 최고의 고용주' 설문평가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포브스가 58개국 15만명의 근무자를 설문조사해 선정한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750개 글로벌 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글로벌 톱'이다.

IBM,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등 내로라하는 미국 기업을 제쳤다는 점에서 이른바 '국뽕'이 차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의 어깨 너머로 반도체 기술을 배우던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의 부름을 문자 그대로 '환대'나 '접대'의 의미만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에서도 부담감을 토로하는 반응이 흘러나온다. 이번 회의에 삼성전자를 유독 콕 찍어 초청한 것도 결국은 미국 내 공급난 해소에 협조하라는 압박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 들어 줄곧 강조하는 미국 내 제조·생산기지 확보 전략이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물류대란 회의 초청의 배경이라는 게 업계의 또다른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4년 전에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땡큐 트윗'에 밀려 미국 사우스케롤라이나주에 3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세탁기 공장을 신설했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과 맞물려 20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판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증축 계획을 공식화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반도체 수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올 들어 3번째로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삼성전자를 불러 반도체 재고와 판매 등 공급망 정보를 45일 이내에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미국 정부가 보안을 지킨다고 공언하지만 기업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나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협상력에 차질이 빚어질 여지가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과거 '슈퍼 301조'를 동원해 일본 반도체 업계에 원가 공개를 요구했다가 D램 덤핑을 문제 삼아 일본 반도체를 사실상 몰락시켰던 전례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타깃이 됐다는 불안한 분석까지 나온다.

업계 한 인사는 "앞으로도 문제가 생기면 바이든 정부는 삼성전자를 수시로 '호출'해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 길들이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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