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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명 홀로그램 기술, 중국에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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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10월 초 중순 “요즘 홀로그램 수준” 등의 이름으로 누리꾼 화제를 모은 영상 캡처, aag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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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넷] “저거 개발자가 연세 지긋한 TV에도 나온 한국 어르신인데, 중국에 기술 빼앗김ㅠㅠ”

누리꾼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이다. 영상을 보면 한 남자가 선풍기처럼 회전판을 손에 들고 있다. 회전판 상에는 두개골 모양이 떠오르는데, 머리 위에 총천연색 꽃이 피는 영상이다. LED 잔상효과를 이용한 홀로그램 기술이다.

그런데 누리꾼들이 말하는 중국에 기술을 빼앗겼다는 게 무슨 말일까. 일단 영상을 보면 동양계로 보이는 남자의 국적이 애매하다. 이미지 추적을 해보면 지난 9월 중순 틱톡에 처음 포스팅됐고, 10월 초·중순 유튜브 짧은 영상으로도 등록됐다.

틱톡에 처음 등록됐을 때 붙은 설명이 ‘Made in China’였다. 그러니까 중국산 아이디어라는 이야기다.

한국 발명품인데, 특허를 무시하는 중국산 카피제품들이 범람해 시장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한 누리꾼은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실용을 제시했다. 특허검색서비스(KIPRIS)에 들어가 검색해보니 이 특허의 이름은 ‘회전식 전광판 및 그 구동방법’.

지난 2003년 출원해 2004년 6월에 등록한 특허다. 마이미디어라는 회사의 유승현씨가 발명한 것으로 돼 있다.

미국에도 비슷한 제목의 특허가 등록돼 있는데, 영어이름을 보면 역시 발명자는 유씨다.

10월 12일 저녁 유씨와 통화가 됐다. 맨 위에 인용한 누리꾼은 ‘TV에도 나온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라고 했는데 유 대표에게 나이를 물어보니 1966년생으로 올해 55세다.

“원래 전공이 전자 쪽이라 그런 발명에 관심이 많습니다.” 정말 특허를 무시하는 중국에 기술을 빼앗긴 것일까.

“특허요? 있어봤자 별 소용없어요.” 무슨 이야기일까.

“제가 2003년도에 특허를 받았으니 2023년 6월이면 공개가 돼요. 2년이 지나면 누구나 다 만들 수 있게 됩니다. 현재까지 유효하긴 한데, 특허를 행사하려면 돈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막상해보니 이쪽 시장이 크지 않더란 말입니다.”

유 대표의 말에 따르면 특허침해의 고의성이 입증되려면 침해경고 후에도 두세 번 침해해야 하는데 이런 종류의 아이디어 상품은 대부분 영세한 보따리장사이다 보니, 침해경고를 한번 받으면 바로 접는다는 것이다. 변리사를 쓰지 않고 홀로 소송할 경우 이길 확률도 적다는 것이 그의 ‘경험담’이다.

중국산 발명품이라며 팔리는 건 어떻게 된 걸까.

“중국은 우리 잘못으로 특허가 말소돼 그냥 공개된 것입니다. 중국이 기술을 훔쳐갔다는 건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고요.”

그에 따르면 영상 속 등장하는 홀로그램은 또 다른 특허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제 특허로 홀로그램을 다 만들 수는 있는데 그때는 판매에 문제가 있었고요. 기술이 워낙 발전하면서 3차원으로 입체영상을 만드는 기술은 5년 전쯤부터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는 엄밀히 말해 중국산 발명품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아이디어는 영국 사람들이 내고 제품으로 구현한 것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산이라는 설명이 붙은 모양”이라는 것이 유씨의 설명이다. 이 영국 사람들의 특허는 국내에도 등록되어 있다. 특허청 문서를 보면 ‘시각 지속성(POV) 디스플레이 패널 및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특허로, 2018년 5월에 국제특허로 제출되어 있고, 한국에서는 올해 1월부터 공개되어 있다.

“어찌 됐든 누가 무슨 아이디어가 있다고 특허를 낸다고 하면 말리고 싶습니다. 들어가는 돈만 많은 빛 좋은 개살구예요.”

유씨가 덧붙인 회한이다.

조금 복잡한 이야기가 됐는데 정리하자.

10월 중순 누리꾼의 화제를 모은 LED 홀로그램에 대한 특허를 일찍부터 한국 사람이 가지고 있었던 것은 맞다.

2023년이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공개로 전환되는 오랜 특허다.

영상에 등장하는 3D 홀로그램 기술은 또 다른 특허로, 중국에서 만들기는 했는데 특허권자는 영국 사람이다.

보통 저런 아이디어상품으로 돈 벌기는 쉽지 않으니 환상은 금물이라는 것이 관련 특허를 보유한 발명가의 충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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