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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모더나 맞고 지하철서 온몸 마비… ‘꽃문신’ 은인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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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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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쓰러진 저를 구해준 은인들을 찾습니다.”

부산에 사는 A씨는 지난 1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글을 올려 흐릿한 기억 속 그들을 찾아 나섰다. 약 3주 전 출근길 지하철에서 만난 생명의 은인들이다.

그가 떠올린 당시 상황은 이랬다. A씨는 추석 전날이던 지난달 20일 코로나 예방을 위해 모더나 백신을 접종했다. 직후에는 별다른 후유증이 없었지만 연휴가 끝나고 출근길에 오르던 그 날 아침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

A씨는 “온몸에 마비가 와 말이 안 나왔다. 손도 마비돼서 말리고 다리에는 감각이 없었다”며 “눈까지 돌아가 지하철에서 그대로 고꾸라져 쓰러졌다”고 회상했다. 1분쯤 흘렀을까. A씨는 어디에선가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어떤 여성분이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본 뒤 잠시 기억을 잃었다. 그리고 남성들이 나를 들어 올려 밖에 눕혔다”며 “여성 두 분이 있었는데 한 분은 간호사였던 것 같다. 물을 마시고 싶다고 했더니 ‘기도가 막혀 안 된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분들이 제 옷을 풀고 기도가 막히지 않게 턱을 들어 올렸다. 여성 한 분이 마사지를 해주셨고 남자분들도 제 팔을 마사지해 주셨다”며 “그러다 여성분들은 119 도착 1분 전 다시 출근길에 오르셨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손길 덕분에 위기를 넘긴 A씨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또렷하지 않은 기억 탓에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옷차림도 전혀 기억이 안 난다”며 “지하철역 측에서는 ‘개인 정보라 그 어떤 것도 알려드릴 수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결국 A씨는 머릿속에 단서처럼 남은 몇 가지 흔적들을 꺼내놨다. A씨는 “여성 두 분 중 한 분은 손목에 꽃 그림 문신이 있었던 것 같다. 남성분들은 등산복을 입은 것 같았는데 젊진 않았고 40대 정도로 보였다”며 “어찌해야 인간의 도리일지 모르겠으나 꼭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올린다. 혹시 저를 기억하신다면 꼭 댓글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아직 A씨가 찾는 이들의 댓글이 등장하거나, 후기가 전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많은 분이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추천을 눌렀다”며 한마음으로 응원을 전했다. 또 “아직 살만한 세상이다” “진짜 의인의 모습이다” “덩달아 눈물이 난다”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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