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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루시, 태양계 탄생의 화석 찾아 12년 우주여행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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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탐사선, 목성 소행성군 향해 출발

2027년부터 차례로 근접 통과하며 조사

미래 후손에게 보내는 타임캡슐도 실어


한겨레

16일 새벽(현지시각) 루시 탐사선을 싣고 날아오른 아틀라스 5호 로켓의 상승 궤적. 2분30초 노출로 촬영한 사진이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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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소행성을 한꺼번에 탐사하는 9억8100만달러(1조1600억원) 규모의 역대 가장 야심찬 우주탐사선이 12년 대장정에 올랐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은 16일 오전 5시34분(한국시각 오후 6시34분) 플로리다 케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에서 소행성 탐사선 ‘루시’(Lucy)를 아틀라스 5호 로켓에 실어 우주를 향해 쏘아 올렸다. 루시는 이륙 30분 후부터 지름 7.3m의 원형 태양전지판 2개를 활짝 펼치고 대장정을 위한 충전을 시작했다. 목성처럼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여행하는 탐사선이 태양전지를 동력원으로 쓰는 것은 처음이다.

루시는 목성 앞뒤로 짝을 이뤄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트로이 소행성군’을 처음으로 탐사한다. 목성과 같은 궤도를 돌지만, 소행성군과 목성의 거리는 3억7400만km다. 목성을 사이에 둔 두 소행성군 사이의 거리를 합치면 목성~태양의 거리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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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트로이 소행성군 탐사 상상도.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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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는 앞으로 지구 중력의 도움을 받는 플라잉바이(통과 비행)으로 경로를 조정해 ‘트로이 소행성군’을 지나치면서 탐사 사진을 촬영한다. 첫번째 플라잉바이는 2022년 10월에 있다. 소행성군은 목성 앞과 뒤에서 60도 각도를 유지하며 목성 궤도를 돌고 있다. 소행성군이 이 궤도를 유지하는 것은 목성과 태양의 중력이 이 지점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위치를 ‘라그랑주 점’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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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우주항행 경로.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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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형성 때 목성 중력에 이끌려 정착한 듯


루시란 이름은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320만년 전 ‘인류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의 애칭에서 따온 것이다. 나사는 “루시라는 이름에는 루시 화석이 인간 진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루시 우주선이 태양계 진화에 대해 뭔가를 알려줄 것이라는 희망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 소행성들은 46억년 전 태양계 안쪽에서 가스와 먼지들이 융합하며 지구를 비롯한 내행성들이 만들어지고 있을 시점에 태양계 최외곽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당시 목성과의 중력 상호작용으로 트로이 소행성들이 안쪽으로 끌려들어왔고, 이에 따라 이 소행성들은 외행성 형성 시스템에서 떨어져 나와 원시 상태 그대로 현재의 궤도를 따라 돌게 됐다. 과학자들은 따라서 이 소행성들이 태양계의 초기 역사와 지구 유기 물질의 기원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콜로라도대 볼더의 행성과학자 캐시 올킨은 “트로이 소행성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벨트에 있는 것들과 매우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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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가 탐사하게 될 소행성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파트로클루스, 메노에티우스, 에우리바테스, 도날드 요한슨, 폴리멜레, 레우쿠스, 오루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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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 속 소행성 색깔이 서로 다른 이유는?


트로이 소행성군은 7000개 이상의 소행성으로 이뤄져 있다. 루시는 이 가운데 7개 천체를 1000km 이내 거리에서 초속 6~9km의 속도로 지나치며 크기와 색상, 구성 물질, 회전 속도, 질량 등을 측정한다. 분석을 위해 루시에는 카메라, 온도계, 적외선 분광계가 탑재돼 있다.

루시는 우선 2027년 목성 앞쪽 소행성군의 에우리바테스와 그 위성 쿠에타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폴리멜레, 레우쿠스, 오루스를 차례로 근접 통과한다. 이어 중력도움 비행을 위해 방향을 바꿔 지구를 다시 스쳐 지나간 뒤, 2033년 마지막으로 목성 뒤쪽 트로이 소행성군의 너비 100km 크기 쌍둥이 소행성 파트로클루스와 메노에티우스를 방문한다. 소행성들의 이름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영웅 중에서 고른 것이다. 12년 동안 루시가 여행하는 거리는 64억km에 이른다.

루시는 목성 궤도에 도착하기 앞서 2025년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벨트의 소행성 1개(도날드 요한슨)를 먼저 잠깐 탐사한다. 이 소행성은 1억~2억년 전 더 큰 소행성에서 쪼개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나사는 에우리바테스와 오루스가 이번 탐사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두 소행성은 폭이 64㎞로 크기가 비슷하고 같은 궤도를 돌고 있지만 에우리바테스는 회색, 오루스는 붉은색으로 색깔이 매우 다르다. 나사는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왔는지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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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에 동력을 공급할 지름 7.3미터의 태양 전지판.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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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명의 유명 인사가 후손에게 보내는 메시지


루시는 태양전지가 작동하는 한 공식 임무가 끝난 이후에도 트로이 소행성군과 지구 궤도 사이를 계속해서 왕복한다. 한 번 왕복에 걸리는 시간은 6년이다. 나사는 루시가 이런 식으로 적어도 수십만년 동안 우주여행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나사는 이 점에 착안해 먼 미래의 누군가가 루시를 발견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네모판 형태의 타임캡슐을 루시에 실어 보냈다.

타임캡슐에는 루시의 태양계와 루시의 이동 궤도를 그려놓은 그림과 저명 인사들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나사는 이들로부터 먼 미래에 이 명판을 읽을 후손들에게 줄 조언의 말, 지혜의 말, 기쁨의 말, 영감의 말을 직접 받거나 기존의 발언 가운데 일부를 인용했다. 우주 타임캡슐에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들은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무크와 루이스 글뤼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칼 세이건, ‘루시’ 노래 원곡자인 비틀스 멤버들과 그룹 퀸의 기타리스트 겸 천문학자 브라이언 메이 등 19명이다. 금속판에는 루시 발사 예정일의 태양계 천체들의 위치를 표시하는 그림, 루시 탐사선의 예정된 이동 궤적도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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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에 탑재된 타임캡슐 금속판.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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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는 먼 미래의 후손들이, 인류가 태양계 탐험의 첫 걸음을 내디뎠던 초기의 유물로 이 우주선을 회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타임캡슐을 실어 보낸다고 밝혔다. 과학저술가 데이바 소벨의 타임캡슐 문구에 루시의 임무가 간명하게 설명돼 있다.

“우리, 호기심 많은 지구인들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 주위를 도는 원시의 작은 천체를 탐험하기 위해 이 로봇 우주선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증거가 허용하는 한 가장 멀리까지 우리의 기원을 추적하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오랜 과거를 바라볼 때도, 여러분이 우리 과학의 이 유물을 수거할 날을 미리 생각했습니다.”

루시 프로젝트는 저비용 태양계 탐사 프로그램인 디스커버리의 13번째 임무로 2014년 시작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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