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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중국 '쩐해전술' 무섭네"…LCD 이어 OLED까지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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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發 OLED 공습 ◆

매일경제

미국 IT 기업 애플이 최근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온라인으로 개최한 신제품 발표 행사를 통해 공개한 아이폰13 프로와 아이폰13 프로맥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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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디스플레이 전쟁의 전선이 보급형 액정표시장치(LCD)를 넘어 신시장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까지 확장됐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앞세운 '쩐(錢)해전술' 앞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마저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6.1인치 아이폰13용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OLED 패널을 출하하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아이폰13 후속 생산 물량부터 BOE의 신제품이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아이폰 시장 '잠금 해제'를 시도한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5월 처음으로 6세대 플렉시블(휘는) OLED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불과 3년 만인 지난해 아이폰 교체용(리퍼비시) 물량을 일부 따냈다. 이번에는 교체용을 넘어 신제품 탑재까지 염두에 두고 대량생산에 나섰다.

중국산 OLED 패널의 아이폰13 신제품 탑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상대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게 되는 곳은 LG디스플레이다.

아이폰13 시리즈의 경우 주사율(1초에 디스플레이에 몇 장의 화면을 표시하는지를 나타낸 비율) 120㎐ OLED 패널을 장착한 아이폰13 프로와 프로맥스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으로 공급한다. 주사율 60㎐ OLED 패널을 사용하는 아이폰13 기본형과 미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나눠 공급해오고 있다.

업계는 BOE가 공급하는 OLED 패널이 일반형 모델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13 프로 등 고급형 OLED 패널은 주사율 120㎐를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 기술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현재 BOE의 기술 수준으로는 이를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 제품이 주도해온 OLED 시장은 아이폰13을 기점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애플은 아이패드, 맥북 프로 등 태블릿PC와 PC에 LCD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점차 OLED로 개편할 계획이다.

실제로 최근 유비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정보기술(IT)용 및 TV용 OLED 출하량은 처음으로 1000만대를 돌파해 1029만대를 기록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29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와 비교해 2배 이상의 성장세다. 중국의 추격은 중소형 OLED 패널뿐 아니라 TV 같은 대형 OLED 시장에서도 시작됐다. 중국 업체들이 만드는 OLED TV는 기술력에선 아직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상쇄하고 있다. 샤오미의 'Mi TV 6 OLED'는 55인치 모델을 기준으로 LG전자와 소니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해 30% 이상 저렴한 가격을 책정했다.

중국은 문호만 개방된다면 물량을 맞출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BOE는 현재 중국 청두와 ?양에 6세대 OLED 패널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며, 충칭에도 세 번째 OLED 공장을 짓고 있다. CSOT와 톈마 등 후발 기업들도 중소형 OLED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이 계획했던 증설 투자를 끝내면 6세대 OLED 패널을 기준으로 월간 수십만 장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2년 전까지 우리의 5분의 1 수준이던 생산능력이 3년 뒤엔 절반 수준까지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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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 업체 DSCC에 따르면 현재 OLE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의 성장세가 빠르다. 2020~2025년 연평균 성장률을 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12%, 19%인 데 비해 중국 BOE가 25%, CSOT가 52%로 추정돼 한국 업체들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조사기관인 유비리서치는 현재 스마트폰 OLED 시장의 70~80%를 장악한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이 내년에 60%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중국의 파상공세가 가능한 것은 막대한 정부 지원 때문이다. 중국은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첨단산업에 대해 법인세를 25%에서 13%로 낮춰주며 수입하는 장비와 소재는 무관세 혜택을 제공한다.

이 같은 지원 덕에 중국 업체들의 생산 원가는 한국 대비 71%에 불과하다. 중국에 비하면 한국 정부의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투자비의 최대 6%를 세액공제해주는 정도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OLED 특허 출원 수에서 한국을 역전할 만큼 기술력에서도 가파르게 격차를 줄이고 있다"면서 "LCD 산업에서 역전당한 사례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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