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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반소매 입다가 갑자기 패딩…"올겨울 맹추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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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일주일 전만 해도 에어컨을 틀었는데 갑자기 겨울 날씨네요."

2004년 10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10월 한파특보'가 한반도를 덮친 17일 오전 8시.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는 코트를 껴입고 목도리를 두른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직장인 오 모씨(37)는 "가볍게 입고 출근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 겨울 옷으로 바꿔 입었다"면서 "이러다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10월부터 눈이 내리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늦가을 단풍이 들기도 전인 10월 중순으로는 이례적으로 주말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졌다. 17일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에서 0도 가까이로 떨어졌고 예년보다 17일 빨리 첫 얼음이 관측됐다. 기상청은 16일 오후 9시부터 서울을 포함해 인천, 대전, 광주, 대구, 제주 등지에 한파특보를 발령했고 17일 오전 10시에서야 해제했다. 기상청은 17일 오전 9시 기준 수도권 지역 최저기온이 서울 1.3도, 인천 1.4도, 파주 -2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때아닌 '10월 한파특보'는 2004년 10월 1일 이후 처음이다. 2004년은 9월부터 한파특보를 발령했고 10월 1일까지만 이어져, 그만큼 이번 한파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서울 기준으로 아침 기온이 1957년 10월 19일 -0.4도를 기록한 뒤 64년 만에 가장 추운 10월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밤사이 지표면 냉각으로 아침 기온이 떨어지면서 서울에서 첫 얼음이 관측됐다"며 "이는 전년 대비 7일 빠르고 평년보다는 17일 빠른 수준"이라고 밝혔다. 강원도 설악산에서도 최저기온이 -9.3도까지 떨어지면서 첫 얼음이 관측됐다. 한파특보는 한파주의보와 한파경보로 나뉜다. 한파주의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 대비 10도 이상 떨어져 3도 이하 기온에 평년 수준보다 3도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아침 최저기온이 -12도 이하로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한파경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 대비 15도 이상 내려가 3도 이하이며 평년 수준보다 3도 낮을 때 △아침 최저기온이 -15도 밑으로 이틀 이상 계속될 것으로 보일 때 내려진다.

이처럼 때아닌 한파가 덮친 것은 북서쪽 상공에서 -25도 이하 차가운 공기가 한꺼번에 한반도로 밀려왔기 때문이다. 10월에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계속됐던 것은 아열대고기압이 한반도 남쪽으로 밀려나지 않고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인데, 16일 저녁부터 세력을 잃으면서 찬 기운이 한반도로 쏟아져 나왔다는 분석이다. 늦더위를 부추긴 아열대고기압은 지난 14일 태풍 곤파스가 베트남에서 소멸한 뒤로 급격히 약화됐다.

극단적 날씨 변화를 부추긴 근본적인 원인 또한 늦여름처럼 더웠던 10월 초순 날씨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기후 변화에 따라 특정 기간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면 반대로 급작스럽게 이른 한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계절 변화가 서서히 진행됐어야 하는데 (기압의) 힘 싸움으로 갑자기 북쪽 공기가 내려오게 된 것"이라며 "찬 공기가 미리 섞였어야 했는데 고위도 지역에 갇혀 내려오지 못하고 세력을 키운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기상예보센터장은 "고기압이 산이고 저기압이 골이라면 산이 이번에 너무 높았다"면서 "강했던 고기압이 지나가니 골도 그만큼 깊어진 게 자연적인 이치"라고 전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주 말 기승을 부린 추위는 18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18일 전국 대부분 지역 아침기온이 5도 이하가 되겠으며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시적으로 주춤했던 추위는 수요일인 20일부터 다시 찾아올 전망이다. 평년보다 7~8도가량 낮아진 이후 서서히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기온이 회복되더라도 올해는 평년보다 추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 센터장은 "'2차 추위'는 이번 1차만큼 춥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강원 북부, 충청 북부 등에서는 얼음이 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보현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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