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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버디 10개 이정민 "공격골프 본능 깨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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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정민이 17일 전북 익산CC에서 막을 내린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최종일 4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이후 동료들에게 축하 꽃잎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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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버디를 잡아야 하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이 나의 '공격 골프' 본능을 깨웠다."

17일 전북 익산의 익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최종일 4라운드. 5년7개월 만에 KLPGA 투어 우승을 노리는 이정민(30·한화큐셀)의 집중력은 갑자기 불어닥친 매서운 칼바람도 막을 수 없었다. 이날 이정민은 경기 막판 "무조건 넣는다. 마지막 세 개 홀에서는 무조건 버디를 성공하겠다"며 마음을 다잡았고 기적처럼 마지막 3개 홀에서 연속 버디에 성공하며 짜릿한 역전 우승 드라마를 완성했다. 먼저 경기를 끝내고 18번 홀 그린 옆에서 기다리던 이정민은 우승이 확정되고 동료 선수들이 축하 인사를 건네자 환한 미소로 우승의 기쁨을 표현했다. '원조 아이언 퀸'의 귀환이었다.

이번 대회는 스트로크 플레이가 아닌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진행됐다. KLPGA 투어 최초다. 앨버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보기 이하 -3점을 계산해 합산한 점수로 우승자를 정한다.

무조건 공격적으로 버디를 노려야 하는 경기 방식이다.

파를 기록하면 점수가 없다. 오히려 보기 2개를 범해도 버디 1개면 만회를 할 수 있다. '공격 골프'를 펼치지 않으면 순위를 끌어올릴 수 없는 경기 방식에 이날도 안전하게 스코어 관리를 하는 선수는 없었다. 무조건 핀을 보고 샷을 날리며 공격적으로 버디를 노렸다. 그리고 '버디 전쟁터'의 마지막 승자는 '원조 아이언 퀸' 이정민이었다. 선두에게 무려 8점 뒤진 단독 8위로 출발한 이정민의 시작은 좋지 못했다. 5번 홀과 7번 홀에서 각각 1타씩을 줄였지만 8번 홀에서 첫 보기를 범하며 1점을 까먹었다.

하지만 강한 우승 열망은 후반전 버디쇼로 나타났다. 후반 첫 홀인 10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이정민은 12번 홀부터 14번 홀까지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16번 홀과 17번 홀 연속 버디로 1점 차 단독 선두가 된 이정민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약 7m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우승 상금 1억8000만원과 함께 이정민은 '초대 공격 골프 여왕' 자리에도 올라 부활을 알렸다. 최근 우승이 없지만 이정민은 KLPGA 투어에서 가장 완벽한 아이언샷을 치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2010년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생애 첫 승을 기록한 이정민은 2014년 2승, 2015년 3승을 기록하며 톱 골퍼로 올라섰다. 하지만 2016년 3월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초대 챔피언이자 KLPGA 투어 통산 8승을 기록한 이후 우승 행진이 멈췄다. 무리한 스윙 교정이 독이 된 것이다. 하지만 꾸준하게 훈련과 스윙 교정을 이어왔고 올해 3차례 '톱3'에 진입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쏜 데 이어 이날 신들린 버디 행진으로 지독한 우승 가뭄을 끝냈다.

이정민은 "지금까지 골프로 상처를 많이 받아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잘 이겨내고 우승할 수 있었다"고 돌아본 뒤 "잘 이겨내 극복하고 우승까지 차지한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도 두려움 없이 잘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어 "나는 천재형이 아니라 계속 노력이 필요하다"고 겸손하게 말한 뒤 "이번 대회 방식이 나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깨웠다"고 말했다.

이정민에 이어 안나린(25·문영그룹)이 이날 11점을 보태 2위(47점)로 대회를 마쳤고 올 시즌 6승을 기록 중인 '대세' 박민지(23·NH투자증권)는 4점 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지만 버디 4개와 더블보기 1개로 5점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장수연(27·동부건설)과 함께 공동 3위(45점)로 마쳐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KLPGA 투어 사상 첫 시즌 상금 15억원 돌파'에 600만원만 남기게 됐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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