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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윤기영의 미래토크] 세대갈등은 결국 기성세대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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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장

이투데이

필자는 대학에서 미래학과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강의를 한다. 미래학 강의에서는 학생들에게 ‘개인의 미래’ 과제를 내는데, 최근 제출된 리포트를 분석해 보면 우리 학생들에게서 현실주의 경향이 높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개인의 미래’는 기대수명의 연장, 메가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가족, 직업, 결혼, 내적 가치 등의 계획을 수립하고 변화를 전망하도록 하도록 하는 과제다. 이제 사회에 진출하는 학생에게 장기적인 미래 변화를 전망하게 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면서 종교나 내적 성찰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부동산 소유나 경제적 성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실적 가치에 높은 가중치를 둔 현실주의적 경향이 강화된 것이다.

일부 학생의 현실주의적 경향으로 청년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청년층의 보수화를 보면 이런 경향을 우리나라 청년의 일반적 현상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보수화란 현재의 가치질서를 인정하고 유지하려는 경향이며,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대체적 가치질서가 현실주의이기 때문이다.

현실주의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한 사회가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역동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 현실주의와 이상주의가 균형을 이뤄야 그 사회가 건강하다. 나이가 들면 보수화하는 것은 여러 나라의 사례와 역사에서 관통된다. 청년의 이상주의적 경향은 고령층의 보수화에 대응하여 그 사회가 길을 잃지 않게 해준다. 그런데 청년까지 현실주의적인 경향을 보인다면 현실주의와 현실주의가 충돌하게 된다. 청년의 이익과 고령층의 이익이 충돌하면서 세대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2017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세대갈등이 존재한다고 답한 비율이 58%였다. 세대갈등이 현재의 추세대로 진행되면 빈부갈등과 연계되면서 더욱 악화할 것이다. 한국사회가 그만큼 암울해질 것이다.

세대갈등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존재한다. 나이에 따른 심리발달, 세대별 정보 미디어의 변화, 각 세대가 경험한 사회문화적 맥락, 세대 간 빈부격차,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실버정치의 만연, 고령화에 따른 인지능력 쇠퇴, 거시 역사적인 세대 간 가치관의 순환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세대별 정보 미디어 변화, 세대 간 빈부격차, 실버정치의 만연과 청년층 소외, 고령화에 따른 인지능력 쇠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Z세대는 스마트폰 세대라고도 하는데,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Z세대는 개인화된 정보에 노출된다. SNS와 유튜브는 사용자 분석을 통해 그 사용자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 정보를 노출하여 사용자가 SNS 등을 사용하는 시간을 늘리려 한다. 이를 통해 광고비 등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Z세대 다음 세대인 알파 세대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포함한 확장현실 세대가 될 것이다. 확장현실 기술은 인식과 체험의 개인화와 비대면을 일상화할 것이다. 아날로그 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와 디지털 이주민인 X세대는 Z세대와 알파 세대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그들 또한 베이비부머 세대와 X세대를 꼰대로 여길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세대 간 빈부 격차를 더욱 심화시켰다. 자본 분배율과 노동 분배율의 격차는 청년층의 노동 의욕을 감소시킨다. 그렇다고 노령층 탓만 할 수 없다. 2018년 기준 노인빈곤율이 43.4%인 상황에서, 노인은 부동산에만 목을 매달 수밖에 없다. 세대 간 빈부갈등은 교착상태다. 사회적 대타협과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의 목소리가 입법과 정책 등에 제대로 반영되는 것도 난감하다. 21대 국회에 40세 이하의 청년 정치인은 13명에 불과하다. 이들 모두가 청년을 대표하지는 않겠으나, 설사 모두가 청년을 대표한다 하더라도 다수결의 벽을 넘을 수 없다. 선거권을 가진 노년층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우리나라 정치인은 실버 세대의 눈치를 봐야 한다. 청년을 위한 정책이 나오기 어렵고, 그것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려워진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려우니 과거의 잘못된 지식에 집착한다. 20세기 들어 지식반감기, 즉 알고 있는 지식의 반이 쓸모 없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지속해서 단축됐다. 얼마 전 연구에 따르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의 반감기는 10여 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한데, 나이가 들면 새로운 지식을 학습할 열정도 역량도 낮아진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지적 역량은 빠르게 줄어들지 않으며 일부 역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리하자면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지식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다.

세대갈등의 주요 이유는 청년층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에 있다.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 점토판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는 내용이 나왔다. 1700년 전의 노인과 요즘의 노인이 일관된 착각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실주의에 빠져 이상과 꿈을 잃어버린 청년에게 우리 기성세대는 깊은 미안함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가 가진 욕망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수십 년 전에 이식되어 뿌리내린 과거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관을 심을 줄 알아야 한다. 지식반감기의 급격한 단축에 대응하여, 젊은 학생들처럼 새로운 지식을 갈망해야 한다. 기성세대는 현실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꿈과 이상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청년을 위해, 그리고 기성세대 스스로를 위해!

[윤기영 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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