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개인정보 유출된 ‘상위 1%’ 데이팅앱, 지인 연락처까지 털리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골드스푼 해킹 수사 착수

‘지인 매칭 회피 기능’에 3자 정보도 유출 가능성


한겨레

데이팅 앱 골드스푼 누리집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데이팅 앱 ‘골드스푼’이 회원 개인정보를 해킹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데이팅 앱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지인 매칭 회피 기능’이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기능을 사용하는 데이팅 앱이 해킹당할 경우 회원뿐만 아니라 친구나 지인의 개인정보도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7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 설명을 들어보면, 오는 18일 개보위는 데이팅 앱 골드스푼 운영사 트리플콤마에 대해 가입자 지인 연락처 유출 가능성을 포함해 본격적인 개인정보 유출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트리플콤마는 지난달 28일 내부 정보망에서 해킹 흔적을 확인한 뒤 개보위에 신고했다. 이후 지난 12일 앱에 공지를 올려 “아이디(이메일), 성명, 생년월일, 전화번호, 앱 내 제출자료 등이 유출됐다”고 회원들에게 알렸다.

가입자의 지인 연락처 유출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골드스푼이 회원들에게 제공 중인 ‘지인 매칭 회피 기능’ 때문에 지인의 개인정보도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기능은 온라인 공간에서 오프라인 지인과 마주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 회원들을 위한 서비스다. 회원들이 해당 기능을 선택할 경우 업체는 가입자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를 기존 가입자 연락처와 대조해 지인과 ‘매칭’이 되지 않도록 한다. 회원의 지인인 제3자는 인지하지도 못한 채 데이팅 앱에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내주게 되는 것이다.

골드스푼뿐만 아니라 여러 데이팅 앱이 회원들에게 해당 기능을 제공한다. 골드스푼은 누리집에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 중 하나로 ‘지인 매칭 회피를 위한 주소록 정보’(연락처 성명 및 휴대폰 번호)라고 공지하고 있다. 유출 사고를 계기로 자사의 보안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공지한 또 다른 ㄱ 데이팅 앱도 마찬가지로 ‘지인 매칭 회피를 선택한 해당 연락처의 성명 및 휴대폰번호’ 정보를 수집 중이다. 모두 정보를 수집해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나도 모르게 타인에 의해 특정 업체가 내 연락처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위법은 아니다. 개인정보보호법(제20조1항)은 개인정보처리자(서비스 업체)가 정보주체 이외로부터 수집한 개인정보(본인이 아닌 3자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처리할 때 ‘정보주체의 요구가 있으면’ 알려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데이팅앱 회원 지인의 경우 자신의 정보가 어느 업체에 제공됐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 조항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유럽연합의 일반데이터보호규칙(GDPR)은 당사자 이외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하면 당사자에게 고지하도록 돼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개보위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하지만, (가입자의 제3자 정보제공은) 업체와 사인 간 문제가 아닌 사인끼리 해결할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인 연락처를 자사 서버에 수집·저장하지 않고도 해당 기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팅 앱들이 무분별하게 3자의 정보를 수집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승재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연락처 회피 기능은) 업체의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도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가입자 휴대전화에서 불러와 대조할 수 있기 때문에 업체에서도 연락처를 저장하지 않는 게 유출에 대비했을 때 리스크가 적다”며 “(저장하지 않는 게)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수집해야 한다’는 최소수집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골드스푼(트리플콤마)의 개인정보 처리방침. 지인 매칭 회피 기능을 이용할 때 저장된 연락처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수집한다고 밝혀뒀다. 골드스푼 누리집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바로가기: 자동차·부동산 인증했는데…‘상위 1%’ 데이팅앱 개인정보 털렸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5318.html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