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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이재명은 ‘몰랐다’는데…유동규 ‘원조별동대’가 위례·대장동 밑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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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술지원TF 일일업무일지 입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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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유동규 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산하에 꾸려진 기술지원티에프(TF)는 대외적으로는 시설물 안전관리 업무 조직이었다. 그러나 <한겨레>가 입수한 ‘2012년 기술지원티에프 일일업무일지’를 보면, 티에프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준비, 대장·위례신도시 개발 업무 등을 줄곧 수행했다.

개발 업무와 무관한 시설관리공단에 기술지원티에프가 구성된 시점은 성남시의회 의석 다수를 차지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에 반대하던 때였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적자 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실상 파산 상태였던 성남시 재정을 열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성남시설공단은 2011년 6월17일 시의회 통과가 필요한 조례 개정이 아닌 정관을 개정해 ‘토지개발 등을 위한 토지의 취득, 개발, 비축 및 공급, 임대 관리, 주택 및 일반건축물의 건설’ 등을 공단 사업에 포함시켰다. 2011년 7~8월 건설회사 출신 인력을 대거 채용한 뒤 기술지원티에프를 설립하기 직전이다. 당시 시설관리공단 설립·운영 조례를 보면 공단 업무는 △공영주차장 관리운영 △불법 주·정차 차량 견인 및 관리 △시가 설치한 각종 시설 위탁 관리 등이다. 조례를 넘어서는 정관 개정인 셈이다. 정관 개정은 성남시장 인가 사항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술지원티에프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추진하되, 설립 이전까지 대장동 개발 업무도 동시에 진행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공영주차장 업무 등을 주로 하는 기관 내 소규모 티에프가 시의회 등 관리감독을 피한 채 막대한 이익이 걸려 있는 개발 사업을 추진한 셈이다. 당시 기술지원티에프는 위례 개발 업무도 맡았는데, 대장동과 유사한 민관 합동 방식으로 진행된 위례 개발 구조를 설계한 이가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이다. 유 전 본부장은 2012년 당시 정 회계사와 친분이 있었으며, 위례 개발 과정에서 한 사업자로부터 뇌물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기술지원티에프 일일업무일지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아 “대장동 지역 30만평 개발사업을 공영개발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2012년 6월27일 기자회견 즈음 업무 내용이다. 당시 기자회견 기사를 보면 공공개발 의지를 피력했왔던 이 지사는 “대장동을 민간자본을 유치해 개발할 경우 3100억원 이상 확보할 수 있다”며 처음으로 대장동 개발에 민간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후 성남시는 민간이 참여하는 특수목적회사(SPC) 설립을 통한 대장동 개발을 본격 검토한다.

대장동 개발 방식 전환을 밝힌 이 지사의 기자회견이 있기 두달 반 전쯤인 2012년 4월3일 기술지원티에프에서 대장동 개발 주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한아무개씨는 대장동 개발 방안에 따른 사업손익을 산출한다. 이어 4월9일에는 대장동 사업추진 일정표를 작성했다. 4월10~13일에는 민관 합동개발 방식을 시사하는 대장동 특수목적회사 설립 및 출자 방안을 검토한 뒤 이를 4월16일 보고했다. 6월4일엔 대장동 관련 사업추진 현황 및 주민 동향 파악 작업에 나섰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끝난 뒤인 7월5~12일에는 대장동·1공단 결합 개발과 관련한 ‘시장님 기자회견문 검토’를, 7월19~20일에는 ‘결합개발에 대한 주민 동향파악’을 진행했다.

기술지원티에프에서 검토한 대장동 사업 등이 유 전 본부장을 거쳐 성남시 또는 성남시장에게까지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일일업무일지에 기록된 문서는 한 건도 정식 공문서로 등록되지 않았다. 대신 ‘우기대비 시설물 및 안전 점검 결과 보고’ ‘안전점검 결과보고’ 등 안전관리 업무나 일반 행정 문서만 존재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는 17일 <한겨레>에 “이 후보는 성남시장으로서 유동규 당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앞으로 담당할 업무를 미리 진행하였다는 것은 알지 못했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관련 사업은 (성남시) 도시관리사업단 업무였다. 게다가 시설관리공단은 소관 사무도 아니다. (티에프에서) 내부 검토했다면 그건 유 전 본부장이 오버한 것이다. 기술지원티에프를 만든 건 이 후보는 전혀 몰랐고, 보고받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 쪽 해명 대로라도 이른바 ‘관리책임’ 문제는 피해갈 수 없다.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 모르게 1조원 넘는 대장동 개발 사업 틀을 짜고 이후 실제 실행에 옮겼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기술지원티에프 핵심 멤버들은 2014년 1월 출범한 성남도시개발공사로 이직해 2015년 이후 추진된 대장동 개발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 기술지원티에프 단장이었던 유아무개씨는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으로, 팀장 이아무개씨는 개발사업팀장으로 활동하며 대장동 개발 주무를 맡았다. 기술지원티에프에서 대장동을 담당했던 한아무개씨 역시 2015년 개발사업팀에서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세 사람에게 당시 기술지원티에프 업무 내용과 성남시 보고 여부 등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배지현 장필수 이주빈 정환봉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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