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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親노동 표방했던 文정부 노동정책에 후한 점수 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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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습니다]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인터뷰 ①

“무책임하게 청와대가 결정하는 최저임금제도 개선 차기 정부에 요구”

“노동 전환 가장 시급하지만, 현장 노동자 목소리 반영될 창구 부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우선 지켜봐야…산재 예방 노조 역할도 중요”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습니다.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5년이 다 되도록 최저임금부터 산업재해까지 내세울 성과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노동 가치가 땅으로 추락했습니다. 차기 정부는 기후변화와 디지털 전환 등 중요한 격변기에 놓인 만큼 한국노총은 이번 대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생각입니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총 본사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공약도 지키지 않았고, 산입범위 확대해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켰다”며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은 임기 마지막이 다 돼가도록 진전이 없고, 노동이사제도에서도 기약이 없는 등 여러모로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사진= 김태형 기자)




한국노총은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차기 정권은 노동의 대격변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기존 산업의 노동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차기 정권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이다.

이에 한국노총은 지난 달 `노동이 만드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주제로 23개의 과제를 담은 2022년 대선 요구안을 확정하기도 했다. 특히 차기 정부에서도 최저임금부터 산재 예방, 탄소중립으로 인한 정의로운 노동 전환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노동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대선 후보들이 방문할 때마다 쉽게 약속하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대답하라고 한다”며 “약속보다는 이행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선에선 한국노총이 노동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새로운 정권 책임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파트너로서 어려운 문제 긴밀하게 상의하고 해결하는 단계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친노동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5년을 평가한다면

△아직 한국노총이 문재인 정부의 공과를 세세하게 평가하진 않았지만, 많은 노동자들이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다. 최저임금은 인상률도 인상률이지만, 산입범위 확대로 그나마 오른 인상효과도 상쇄시켰다. 부동산 폭등으로 노동가치는 추락했다.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은 임기 마지막이 다 돼가도록 진전이 없고, 노동이사제도 또한 기약이 없다. 어렵게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령으로 무력화됐고, ILO핵심협약 비준은 협약 비준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법·제도적 보완 문제가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끝내 무산됐다

△최저임금제도의 법에 노동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서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저임금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다. 특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문제가 심각하다. 공익위원이 결정권을 갖는 모양새지만 사실상 청와대가 무책임하게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제도 전반 점검하고 있다. 제도 개편안을 마련해서 차기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다.

-앞으로 저임금노동자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현재 생겨나는 일자리는 배달노동자 등 특정 분야의 정기적이지 않고 불안정한 일자리 위주다. 또 전문직이나 사회 특성에 맞는 부분에서 특화된 전문직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보통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도 수두룩한 상황이다. 앞으로 노동시장 변화로 인한 충격에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이유다. 특히 산업이 전환되면서 가져오는 피해와 영향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노동자와 노동조합, 기업, 지역의 시민사회 모두가 기후위기를 중심에 놓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다각도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에 따른 노동시장 영향도 불분명하고, 정부는 여전히 부분적인 지원사업이나 예산 배정을 통한 교육훈련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 탄소중립위원회만 해도 노동자 위원은 나 한 사람뿐이다. 산업전환 과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노동계의 실질적 이해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턱없이 부족하다.

-산재 문제도 만만치 않다.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를 평가한다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산재사고가 줄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되고 시행령까지 보면, 결국 껍데기만 남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산재는 노동자 본인의 삶뿐만 아니라 한 가정을 파탄 낼 수도 있는 무서운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부작용은 일단 제정된 법이 시행된 이후 개선해나갈 수도 있다. 산재 예방을 위해선 노동조합의 역할도 중요하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산재는 노동자 스스로 일인 만큼 산재를 줄이는 방안에 주도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당사자인 노조가 산재 예방에 중심이 서도록 하는 것은 제도를 바뀌지 않아도 경영계와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 또 정부는 노조가 없는 영세한 사업장에 산재 예방 틀을 갖추도록 지원도 해야 한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에 출마했다

△한국인이 UN산하 국제기구 사무총장이 된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발언권이 강화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다만 강경화 전 장관이 출마한 국제기구가 ILO라는 대목에서 이견이 갈리는 것 같다. ILO는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해 설치된 국제연합의 전문기구인데, 강 전 장관은 노동 분야와 관련 이력이나 비전이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게 사실이다. 게다가 한국의 국제노동협약비준율이라든지, 노동권리수준은 부끄러운 수준인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많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결국 강 전 장관이 ILO 사무총장에 출마한 이상 당선되는 것이 우리나라 노동권 신장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그래도 ILO 총장을 배출한 국가위상에 걸맞게 협약 비준도 하라고 촉구하고, 긍정적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

-차기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어떻게 대응하나

△한국노총을 방문하는 후보들은 다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국노총의 의견을 잘 들어서 정책도 펼치고 하겠다고 말하지만, 지난 수년간의 경험상 약속을 지킨 사람이 별로 없다. 다들 약속을 너무 쉽게 하고, 그러다 보니 지킬 의지도 없는 듯하다. 그러나 2022년 대선은 기후변화와 디지털 전환 등 중요한 격변기를 맞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있어 아주 중요한 선거임에는 분명하다. 정년연장이나 사회안전망 강화, 고용친화적 사회전환 등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서 만든 정책의제를 마련해 이번 대선에서 노동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새로운 정권 책임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파트너로서 어려운 문제 긴밀하게 상의하고 해결하는 단계로 나갈 것이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1967년 출생 △일동제약 노조 위원장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노사발전재단 공동 이사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일자리위원회 위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 △2050탄소중립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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