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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진민 감독 "넷플릭스, 다양한 韓콘텐츠 투자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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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세계 1억1100만 가구에서 시청한 ‘오징어게임’ 후발주자로 나선 ‘마이네임’ 김진민 감독이 “한국 콘텐츠가 대접받을 큰 길이 열렸다”며 부담과 기대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연출자로서 “다양한 작품에 투자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진민 감독은 18일 오전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 비대면 인터뷰에서 “‘오징어게임’ 이후 공개하는 부담감이 상당했다”며 “작품으로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마이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 분)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시리즈. 배우 한소희, 박희순, 안보현, 김상호, 이학주, 장률 등이 출연한다.

MBC에서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2007), ‘로드 넘버원’(2010), ‘오만과 편견’(2014) 등을 연출해온 김진민 감독이 넷플릭스에서 ‘인간수업’(2020) 이후 선보이는 두 번째 시리즈다.

올해 ‘D.P.’,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오징어게임’은 오리지널 역대 최다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전 세계 구독 가구 절반 이상이 시청할 만큼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고, 이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후발주자로 나선 ‘마이네임’을 선보이는 김 감독의 각오는 남달랐다.

그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D.P.’가 공개되고 ‘K-콘텐츠를 향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고 ‘오징어게임’의 인기에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역할을 해줘서 감사한 마음도 든다. 전에는 좋은 콘텐츠가 그리 대접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보상받지 않을까. 큰 길이 열렸다는 것만으로 기쁘다. 앞으로 국내 창작자들이 더 재미있는 작품을 통해 넓은 세상으로 뻗어 나가도록 격려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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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 덕일까. ‘마이네임’은 공개 후 전 세계 4위, 미국 6위에 오르며 관심을 받고 있다. 김 감독은 액션물이라는 점과 권선징악의 내러티브가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액션물은 전 세계 문화에서 대중적 소구력을 가지고 있다. 불의가 정의에 짓밟히는 걸 보고 싶어 한다”며 “배우들도 열심히 했다. 액션과 거리가 먼 배우들이 도전을 통해 발산하는 신선함이 있다. 무엇보다 한소희의 새로운 매력이 어필하고 있지 않나.”

한소희는 극 중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오혜진이라는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지우 역으로 분해 이제껏 본 적 없는 단단한 시선으로 비장함을 드러낸다. 김진민 감독은 “첫 만남에서 망설임 없이 하고 싶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한소희에게 새로운 발판이 된다면 사뿐히 즈려밟고 가면 되겠다”며 웃었다. 이어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해줬다. 배우로 주목받는 만큼 해야 할 역할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텐데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했다.

감독의 두터운 신뢰와 달리 한소희의 연기에 관한 반응은 엇갈렸다. 극 초반 액션 연기가 다소 어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진민 감독은 “몸으로 부딪치고 타격하는 액션이 주를 이뤘다. 배우가 액션스쿨에서 훈련하며 무술감독과 호흡을 맞춰갔다”며 “촬영은 거의 장면 순서대로 진행했다. 전반에는 긴장도 하고 훈련도 많이 해서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며 부드러워졌다. 꾸준히 훈련을 해왔기에 큰 부상 없이 촬영을 마쳤다”고 말했다.

김진민 감독은 지우를 조직원으로 받아들이고 경찰에 언더커버로 잠입시킨 무진 역의 박희순을 수훈갑으로 꼽았다. “연극 무대에서 활약할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낸 배우였는데 함께 작품 할 기회가 없었다. ‘마이네임’ 작업을 같이하고 싶다고 말해줘서 기쁘고 감사했다. 함께 작업하며 내공을 실감했다. 카메라 앞에서의 집중력과 힘이 좋아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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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은 불가피한 일부 장면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역 없이 액션을 소화하는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언더커버 장르 작품과 다를 바 없는 식상한 클리셰 등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언급하자 김 감독은 “당연히 예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언더커버 소재 작품은 변수도 억지 같고, 뺀다 하더라도 새로워 보이긴 힘들다. 대신 클래식한 부분에 집중하려 했다. 다만 기본 구조에는 충실했다. 정체가 드러난 후 맞는 위기나 이후의 선택 등은 잘 따라갔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진부하냐 아니냐 나뉘는데, ‘마이네임’은 배우들이 각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작가가 만든 인물이 모두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변별력이 있다고 봤다.”

어려운 길이다. 연속해서 문제작 두 편의 메가폰을 잡은 김진민 감독은 “나도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어 “어쩌다 보니 남들이 꺼리는 작품을 연이어 연출했는데, 그런 작품에 에너지가 많다. 잘 만들어지면 문제작이 되는 게 아닐까”라며 “때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적도 있다. 제 장점이자 단점은 그런 작품을 일단 겁 없이 집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마이네임’은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3화를 상영했다. 드라마 PD로 수년간 일해온 김진민 감독은 영화관에서 관객과 자신의 작품을 본 게 처음이었다. “10여 년 전에 ‘개와 늑대의 시간’ 마지막 회를 극장에서 특별 상영했다. 팬들에 의한 요청이었기에 특별한 경우였다. 영화감독이 아니기에 극장에서 작품을 상영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이 처음이었다. 늘 부산영화제 구경꾼이었는데 처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관객들의 질문에 놀랐다. 산업부터 배우까지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는 데는 이유가 있더라. 관객들이 성장에 기여하는 몫이 크다는 걸 알았다.”

김진민 감독은 지난해 문제작 ‘인간수업’에 이어 올해 ‘마이네임’으로 넷플릭스와 연이어 동행하고 있다. 그는 “작업 과정에서의 차이가 크다고 느낀다”고 했다. “드라마와 달리 대본이 전부 완성된 후 촬영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스태프들과 시너지가 나온다는 점이 다르다. 연출자로서 더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이 넷플릭스에서 좋은 결과를 이끄는 이유라고 본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믿고 과감하게 투자해주길, 다양한 콘텐츠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투자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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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해서 시리즈를 연출한 만큼 시즌2에 대한 궁금증도 나온다. 지난해 열린 결말로 끝난 ‘인간수업’에 이어 ‘마이네임’까지 속편 제작 가능성에 관해 물었다. 뜻밖에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마이네임’에 대해서는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시즌2가 나온다고 해도 연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인간수업’에 대해서는 “‘오징어게임’을 직접 제작한 황동혁 감독과 달리 시즌2에 관해서는 제가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넷플릭스에 물어보라”며 “진한새 작가도 시즌2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는 거 같지는 않다. 하고 안 하고는 진 작가와 넷플릭스에 달려있다”고 했다.

김진민 감독은 배우 김여진과 2004년 결혼했다. 부부이기 이전에 업계 동료인 아내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했다. “배우를 이해하기 위해 많이 묻는 편이다. 작가가 쓴 걸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경우는 없다. 연출자로서 배우 입장에서 어떨 때 힘들지 모를 때 아내에게 물으면 이해가 된다. 제가 촬영장에서 굉장히 난폭하다고 소문이 났기에 친절하지 못해서.(웃음) 아내의 조언이 도움 된다.”

사진=넷플릭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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