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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오징어 게임'으로 대박 난 넷플릭스, 무임승차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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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3억 명 시청... 트래픽 부담에 통신사 투자
넷플릭스는 "이중 부과" 주장하며 망 무임승차 중
영국에서도 망 사용료 부과 필요성 제기
문 대통령도 언급하며 규제 필요성 부각
한국일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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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콘텐츠인 '오징어 게임'으로 대박을 터트린 넷플릭스의 망 이용 대가에 대한 '무임승차'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억 명 이상의 오징어게임 시청자를 확보한 가운데 따라온 인터넷 망 사용 부담에 대해선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플랫폼 사업자의 망 사용료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19일 응용소프트웨어(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한국인 만 1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 9월 넷플릭스 이용 시간은 42억 분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26억 분)에 비해 61%가량 늘어난 시간이다.

넷플릭스로 1조 원 벌 동안 통신사는 해외망 증설


넷플릭스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은 결정적인 원인은 역시 지난달 17일 출시된 오징어 게임 때문으로 보인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넷플릭스 내부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1억3,200만 가구가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총 8억9,110만 달러(약 1조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오징어 게임 흥행에 따른 수익은 넷플릭스가 가져갔지만 이 가운데 파생된 막대한 접속량(트래픽)은 통신사 부담으로 돌아갔다. KT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9월 17일 전후 1주간 트래픽을 비교한 결과, 넷플릭스의 트래픽이 39%가량 증가했다. SK브로드밴드 또한 자사 망에서 발생한 넷플릭스의 트래픽 급증으로 최근 해외망을 두 차례나 증설해야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거진 넷플릭스의 폐쇄적인 방침이다. 전체 사용자에게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통신사들은 넷플릭스처럼 과도하게 트래픽이 발생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 일정 금액의 망 이용 대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전송 과정에 대한 비용은 통신사가 부담해야 할 몫이라면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 가입자가 통신요금을 낸 만큼, 추가적인 망 이용 대가는 '이중 부과'라고 주장한다.

결국 SK브로드밴드는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료 협상을 중재해달라고 재정을 신청했다. 이에 넷플릭스에선 방통위의 중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지불할 채무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는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반발한 넷플릭스는 항소했고, SK브로드밴드도 이에 반소하면서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국일보

시각물_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월 넷플릭스 사용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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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소에도 여전히 망 사용료 지불 거부... "정부 개입·입법 필요"


넷플릭스의 무임승차 논란은 오징어 게임의 흥행을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제기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0일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폭증하는 인터넷 트래픽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열었다"며 "영국 방송통신규제청은 인터넷 환경의 변화에 비춰 망 중립성 규제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선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청와대 주례 회동에서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면서 망 사용료 부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플랫폼과 국내 업체 사이 기울어진 협상 테이블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넷플릭스 등 부가통신사업자가 통신사의 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정당한 이용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도 지난 7월 발의돼 현재 계류 중이다.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세상에 공짜가 없는 것처럼 콘텐츠 제공자가 통신사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논리"라며 "정부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플랫폼과 국내 업체 사이 불공정한 협상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논리를 마련하는 작업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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