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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수요동물원] “내가 할로윈 요괴다!” 마성의 외모 지닌 짐승 총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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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모양 부리를 한 황새,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올린 괴물원숭이, 지렁이와 닮은 개구리 사촌

비현실적으로 생긴 괴이한 외모지만 엄연한 생태계의 일원

에버랜드·롯데월드·서울랜드·경주월드 등 놀이동산마다 호박과 유령 장식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생활용품점 시즌상품코너도 마녀의상과 괴물 탈이 등장했습니다. 바야흐로 핼러윈 시즌이죠. 근본없는 서양명절이라는 비판과 손가락질이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크리스마스처럼 하나의 절기로 자리잡아가고 있죠. 그래서 오늘은 핼러윈 특집으로 준비해봤습니다. 생긴 것 자체가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괴기스러우며 또한 그리하여 매혹적이어서 핼러윈 퍼레이드에 등장하면 폭풍인기를 끌어모을 것 같은 으스스한 생김새의 동물들을 모아봤습니다. 괴수라도 이름붙여도 좋을만큼 마성의 외모를 지닌 동물들로 포유동물·새·파충류·양서류에서 각 하나씩 골라봤습니다.

◇가분수 머리에 신발모양 부리를 한 괴조 넓적부리황새

이 세상에 도저히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외모를 한 새를 꼽을 때 늘 첫손에 꼽힙니다. 우리에게 황새는 흑백의 깃털에 노랗고 삐쭉한 부리에 우아한 날갯짓을 하는 맵시있고 단아한 새로 알려져있지만, 시야를 지구촌으로 넓히면 별별 황새들의 천지입니다. 신발처럼 생긴 부리를 가졌다고 해서 슈빌(Shoebill)이라고 불리는 넓적부리황새는 그 중에서도 대번에 시선을 잡아끕니다.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회청색 깃털에, 아라비안나이트에서 신밧드나 알라딘이 신고 다녔을 것 같은 신발모양의 부리, 그리고 4등신이나 3등신은 될 것 같은 거대한 머리 때문에 수십만년전에 살던 원시 조류가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에 온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줍니다.

두 발을 딛고 땅에 선 키도 어지간한 어린이들과 맞먹습니다. 그래서 일본 우에노동물원이나 싱가포르 주롱 새공원 등 유명 동물원들에서도 늘 관객들이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죠. 곡선으로 구부러진 부리와 입매와 뭔가 불만과 욕망에 가득차 있는 듯한 눈빛은 흡입력이 있죠. 이 신발 모양의 부리는 주식인 폐어를 사냥하는데 제격입니다. 건기에 진흙속에 구멍을 파고 들어가있는 폐어를 부리 끝으로 끄집어낸뒤 꿀떡꿀떡 삼켜버리는 거죠. 아프리카 특산종으로 고대 종이의 원료로 알려진 파피루스와 갈대가 자라나는 우거진 습지대에 주로 살고 있습니다.

◇쭉 뻗은 가운데손가락, 욕이 아닙니다! 아이아이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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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에 올라와있는 아이아이원숭이. /브리스톨동물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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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 역시 ‘괴수의 외모를 한 동물’을 언급할 때 단골손님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마귀할멈의 것을 연상시키게 하는 가늘고 앙상한 손가락이 트레이드마크입니다. 분류학상 사람도 속해있는 영장류는 진화한 정도에 따라서 외모가 천차만별입니다. 진화가 덜 됐을수록 식충류(두더지 등)에 가깝고, 반대로 진화의 정점에 있는 것이 두발로 걷는 사람이죠. 비교적 진화가 덜 된 원숭이 무리가 바로 만화영화 ‘마다가스카’로도 유명한 여우원숭이들인데 아이아이는 바로 이 중에서도 좀 원시적인 무리입니다. 여우처럼 쫑긋 선 귀, 게슴츠레한 눈망울, 수북한 털, 그리고 나뭇가지를 움켜쥔 앙상한 네 발은, 보는 순간 마녀의 저주를 받아서 짐승이 됐다는 내용을 가진 할리우드 B급 핼러윈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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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고 앙상하고 가운데가 유난히 큰 아이아이원숭이의 앞발. /신시내티동물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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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숭이의 앞발을 주목해야 합니다. 공동묘지 관뚜껑을 열고 나온 좀비의 앙상한 뼈를 연상케 하는 다섯 발가락 중 공교롭게도 세번째 발가락이 유독 길다랗게 뻗었습니다. 본의아니게 마주치는 사람에게 손가락으로 욕설을 날리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유난히 기다란 셋째 앞발가락은 나뭇가지속을 갈고리처럼 훑어서 주식인 애벌레를 끄집어내는데 더없이 요긴합니다. 특별한 생김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는 것이죠. 이 원숭이는 생김새 뿐만 아니라 행동 습성까지 핼러윈에 꼭 맞습니다. 밝은 빛을 싫어해서 낮에는 나무 구멍에서 웅크렸다가 밤이 되면 빨간 눈을 반짝이면서 활동을 시작하거든요.

◇거북이 몸에 뱀대가리를 심은 듯한 호주뱀목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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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쭉 뻗은 채 헤엄치고 있는 호주뱀목거북. /스미스소니언동물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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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이코 과학자가 멀쩡한 거북이의 머리를 잘라내고, 다시 멀쩡한 뱀의 몸을 두 동강 낸 뒤 뱀의 머리 부분을 거북이의 몸뚱아리에 쑤셔넣었다. 그러자 잘려나간 거북이와 뱀의 뼈와 신경, 근육이 결합해서 한 몸뚱어리가 됐다.” 이런 황당무계하고도 엽기적인 B급 핼러윈 공포소설(가상입니다)을 떠올리게 하는 괴수가 있습니다. 바로 호주뱀목거북입니다. 이름 그대로 몸뚱아리 전체와 길이가 맞먹는 기다란 목을 가졌습니다. 목만 놓고 보면 뱀이나 뱀장어가 딱 연상됩니다. 이 거북을 처음 봤을때는 자칫 뭐가 잘못돼서 모가지가 밖으로 삐져나와 죽어가는게 아닌가 착각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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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목거북은 크게 남미산과 호주산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남미산의 목은 복잡하게 주름이 지고 모양도 갖추고 있어 뱀이나 뱀장어보다는 차라리 상상속의 동물 용의 목에 가까워보입니다. 모든 거북들이 머리와 사지를 등껍질 속에 쏙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시적인 거북 무리에 속하는 뱀목거북은 기발하게 적응했습니다. 비록 등껍질 속으로의 완전한 엄폐는 불가능하지만, 기다란 모가지를 등껍질 주위로 칭칭 감아서 몸을 웅크리는 기술을 습득했거든요. 어쨌든 튀는 외모다보니까 개성만점시대에 걸맞게 반려동물로도 제법 인기가 있으며, 야생에서의 개체 수감소로 인한 보호문제도 화두로 떠오른 상태입니다.

◇생긴 건 지렁이, 그러나 개구리 사촌! 무족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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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지렁이를 연상케 하는 무족영원. /샌디에이고동물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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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물컹한 피부에 길다란 몸뚱이를 가지고 있고 눈코입은 당최 보이지 않습니다. 지렁이를 수십배가까이 몸집을 부풀리면 이런 모양새가 될 것 같은데, ‘방사능을 쬐 비대해진 지렁이’는 더더욱 아닙니다. 덩치는 대략 작은 뱀과도 비슷하지만, 빳빳한 비늘에 혀를 낼름리면서 두눈을 치켜뜬 뱀과 확연히 다릅니다. 뱀장어·먹장어(꼼장어)·칠성장어 등 각종 장어류들의 외모와도 유사하지만, 물이 아닌 뭍을 기반으로 살아갑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할까요? 정답은 발없는 괴수, 무족영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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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한 무족영원의 얼굴. 퇴화돼 희미한 눈의 흔적이 보인다. /샌디에이고동물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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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물뭍동물(양서류) 하면 개구리와 두꺼비, 도롱뇽 등을 먼저 생각하지만, 도롱뇽과 비슷하되 훨씬 원시적인 몸 상태를 한 ‘영원’이라는 무리가 있습니다. 무족영원은 그중에서도 가장 진화가 덜 된 동물이죠. 생긴 것은 영락없는 지렁이지만, 머리쪽을 보면 거의 퇴화한 눈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시력이 거의 감퇴했지만 머리쪽의 감각기관이 발달돼있어 작은 동물을 사냥해 잡아먹죠. 주식 중의 하나가 지렁이입니다. 무족영원이 자신과 빼닮았지만 덩치는 훨씬 작은 지렁이를 꾸역꾸역 삼켜버리는 장면은 카니벌리즘(동족포식)으로 오해하기 딱 좋은 장면입니다. 양서류 특유의 물컹한 알을 낳은 뒤 또아리를 틀어서 돌보는 장면에서는 비단구렁이의 면모도 보입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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