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어린 흥민이 ‘훈련 투정’ 부리면 ‘축구는 네가 원한 것’ 각인시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친 손웅정씨 에세이 발간

동아일보

첫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와 손흥민(오른쪽)을 길러낸 교육철학을 상세하게 밝힌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 수오서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다.”(손흥민)

축구 월드 스타 손흥민(29·토트넘)은 기회가 될 때마다 축구 스승인 아버지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55)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손흥민이 어렸을 때부터 손 감독이 체계적이고 기본을 강조하는 축구와 함께 선수로서 갖춰야 할 인성을 가르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손 감독은 최근 에세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수오서재)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와 손흥민을 길러낸 교육 철학을 상세하게 밝혔다.

손 감독의 둘째 아들인 손흥민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형과 함께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왜 축구가 하고 싶어?”라고 물으며 “굉장히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돌아온 대답은 “응, 할래”였다. 자발적으로 시작했기에 훈련 때 손흥민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면 “너희가 가르쳐 달라고 해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매번 각인시켰다. 손흥민은 요즘도 “아무리 봐도 그때 아버지가 한 말은 ‘신의 한 수’야. 내가 먼저 하겠다고 한 게 맞으니까 무슨 토를 달 수가 없잖아”라고 말한다.

손 감독은 손흥민이 25세가 됐을 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찍부터 단계별 훈련 프로그램을 짰다. 7년간 기본기만 가르쳤다. 손흥민이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는 양발 훈련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양말을 신을 때도, 바지를 입을 때도, 슈팅 훈련을 할 때도 왼발부터 시작했다. 손흥민은 현재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며, 양발로 골을 넣는 선수로 유명하다. 손흥민은 18세 때 슈팅 연습에 주력했다. 매일 왼발 500개, 오른발 500개씩 찼다. 5개 포인트를 정해 그곳으로 골을 감아 때리는 훈련을 반복했다. 그중 2개가 사람들이 말하는 ‘손흥민 존’이 됐다.

손 감독이 손흥민에게 강조한 것은 훈련만이 아니다. 손 감독은 손흥민이 늘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손 감독이 먼저 1년에 100권 정도를 읽고, 그중 30권 정도를 뽑아 밑줄을 치고 중요한 페이지를 접어 손흥민에게 읽게 했다.

세 살 많은 형 손흥윤 씨와 손흥민의 관계에 대해서도 밝혔다. 손흥민은 어릴 때 형이 제일 좋은 협력자였다고 고백했다. 손 감독은 “프로 선수로 살면서 힘들거나 어려울 때면 손흥민은 형에게 전화해 흉금을 털어놓는다”고 밝혔다. 손 감독은 “형이 없었다면 흥민이 혼자 고된 훈련을 견뎌낼 수 있었을지 솔직히 의문”이라고 했다. 손 감독은 요즘 손흥민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훈수를 두지 않는다. 손흥민은 스스로가 엄격하게 자기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눈에 손흥민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직 않았다. 손 감독은 “앞으로 다가올 날”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