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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장동 개발 초과이익 환수” 2차례 건의 묵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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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환수조항 배제’ 배임 논란

동아일보

검찰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초과이익의 환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 의견이 2015년 두 차례 반영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대장동 개발 공모지침 배포 전인 2015년 2월 당시 대장동 업무를 담당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이현철 개발1팀장은 “경제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플러스알파(초과이익) 검토를 요한다는 것”을 수기로 써서 유동규 당시 사장 직무대리(수감 중)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이 팀장은 대장동 관련 업무에서 배제됐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사업협약이 체결되기 전인 같은 해 5월 또 다른 직원은 “(초과이익을 배분하는) 별도의 조항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 내용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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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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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성남시장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은 19일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팀의 (사업협약) 논의 과정에서 한 직원이 초과이익 환수 조항 의견을 냈는데 공모지침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사업협약에 환수 조항이 있었다면 공모지침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 후보가 전날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포함돼 있었는데 결재 과정 7시간 만에 삭제됐다’고 주장하자 “삭제가 아니라 추가하자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답변한 것과 일치한다. 이 후보는 또 “공모하고 승인한 내용을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 다음에 본질적 내용에 대해 (계약) 변경을 하면 안 된다. 감사원 감사 사유일 정도로 함부로 바꿀 수 없다. 이게 법이다”라고 했다.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을 앞둔 2015년 2월 13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공모지침을 배포했다. 공모지침 11조에는 ‘수익 배분과 관련된 기타 세부적인 사항은 사업협약에서 상세히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모지침 별첨자료에는 공사는 임대주택 용지 상당액만큼의 배당 우선주를 발행하고, 이를 현금으로 정산할 수 있도록 했다. 임대주택 용지의 상당액은 약 1800억 원이다. 고정수익 환수를 공모지침에 밝혔고, 사업협약에서 이를 반영한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이 후보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유 전 사장 직무대리의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공사의 배당금을 1822억 원으로 제한하고, 남은 4040억 원을 전액 화천대유 측에 배당한 것은 배임 혐의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공사 측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화천대유가 그만큼의 이익을 취득하게 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李 “공모지침 위반돼 환수조항 못넣어”… 법조계 “얼마든 수정 가능”

‘초과이익 환수조항 배제’ 논란 확산… 환수조항 삭제했나, 원래 없었나
공모 이후엔 추가 환수 못하나… 초과이익 발생 예상 힘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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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두지 않은 것을 적극 해명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이 초과이익 환수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사업 초기 단계에 2차례에 걸쳐 건의했음에도 관련 규정을 사업협약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발업계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지만 법조계는 사업협약 수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장동 개발 초과이익 환수 조항 관련 쟁점을 팩트 체크했다.

○ 초과이익 환수 건의 2번 거부돼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시행사인 화천대유와 천화동인1∼7호가 8500억 원이 넘는 개발이익을 올린 것은 민간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5년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직원들은 2번에 걸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둬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해 2월 이현철 당시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팀장은 공모지침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메모’로 보고했지만 지침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어 2015년 3월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업협약 체결을 앞둔 2015년 5월 27일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팀 직원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의 ‘사업협약서 수정 검토’ 문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7시간 뒤 정식 결재라인을 통해 보고된 최종안에는 초과이익 내용이 빠져 있었고 그대로 사업협약서가 확정됐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검토 문서를 근거로 “초과이익 환수 규정이 포함돼 있었는데, 결재 과정 7시간 만에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삭제가 아니라 추가하자는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 “지침 반하는 환수조항 못 넣어” vs “협약 수정 가능”

이 후보는 국감에서 환수 조항을 넣지 못한 이유에 대해 “고정으로 수익을 환수하는 것이 성남시의 지침이어서 그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 제 지시 위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 징계 사유일 정도로 함부로 바꿀 수 없다. 이게 법”이라고도 했다.

반면 법조계는 공모지침은 말 그대로 사업자들을 사업에 유인하는 수단일 뿐 법적 구속력이 크다고는 보지 않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개별협약을 만들면서 내용을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며 “공모지침에 맞게 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주장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성남시가 2017년 6월 터널 공사비 등 1100억 원을 민간사업자에게 추가로 부담시켰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권한에 없는 일 한 것”, “인허가권을 남용했다고 비난받을 사항”이라고도 했다. 법적 근거가 빈약한데도 초과이익을 환수했다는 뜻이다. 이는 위법 소지가 있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추가하지 못했다는 이 후보 측 설명과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추후 조항을 바꾸는 것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이 후보의 발언에 감사원은 “세부사항에 따라 감사대상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답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모 땐 없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나중에 넣는 걸 민간사업자가 받아들이면 민간사업자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관 합동 사업에서 민간은 철저한 ‘을’이므로 어느 정도 추가 수익을 나누는 데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모 당시 없던 내용일지라도 민관의 협상 과정에 따라 나중에 추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 “부동산 경기 나빴다” vs “개선 기대감 확산”

이 후보는 18일 국감에서 “2015년은 부동산 경기가 엄청 나쁠 때였다. 미분양이 속출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민간이 막대한 이익을 거둔 건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인데 2015년에는 이를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최근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인물인 남욱 변호사는 2014년 4월 대장동 주민들을 만나 “주택 경기가 좋아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집계한 ‘주택경기실사지수(HBSI)’를 보면 2015년 3월 수도권 지수는 142.7로 전월(120.4)보다 22.3포인트 상승했다. 앞으로 주택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었던 셈이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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