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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In] 위드 코로나로 집회 제한 '광장'에도 숨통 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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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단계적 완화 기조…억눌렸던 집회 수요 분출 가능성

내달 13일 전국노동자대회, 새 '집회 방역' 첫 시험대 될 듯

연합뉴스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 앞둔 서울 도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정부가 내달 초 방역체계를 일상으로 전환하는 '위드(with) 코로나'의 첫발을 떼면 방역을 이유로 제한됐던 집회·시위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방역체계의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준비하면서 집회·시위 제한을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위드 코로나 이후 열릴 여러 집회에 대한 방역 성패가 새로운 체제 정착 분위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정부와 집회 주최 측, 참가자들 모두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 실내외 행사 제한 완화…집회 제한도 단계적으로 풀릴듯

정부는 이달 15일 위드 코로나 시행을 앞두고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주 더 연장하면서 결혼식장, 실외 스포츠 경기장 등에 대한 인원 제한은 '백신 패스' 등 조건을 달아 완화했다.

실외에서 열리는 집회·시위도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의 한 유형인 만큼,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제한을 그대로 두면 기본권 침해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여타 실내외 행사와 함께 집회·시위 제한 완화를 논의하면서 허용 인원 수준과 현장 방역수칙 등 기본 원칙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위드 코로나 초기 단계에서 집회 규모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집회 허용 기조에 대해 "방역을 철저히 하되 단계적·점진적으로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며 집회·시위도 그에 포함돼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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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통제 펜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장기간 억눌린 집회의 자유…위드코로나 이후 분출할까

국내에서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집회·시위의 자유는 눈에 띄게 위축됐다.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 상향으로 집회를 제한했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집회 관련 행정명령이나 고시도 이어졌다. 경찰도 방역당국·지자체 등과 협의를 거쳐 집회를 제한 또는 금지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서울시내 집회에 대해 금지통고한 사례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건에 불과했으나 발생 첫해인 2020년 3천867건, 올해에는 8월 말까지 3천206건으로 크게 늘었다.

집회 금지 사유는 대부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집회 금지조항 중 '공공질서 위협'이다. 폭행, 협박, 기물 파손, 방화 등 폭력행위와 마찬가지로, 감염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다중이 한 공간에 모이는 집회 역시 공공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는 취지다.

반면 노동계와 인권단체들은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실외 집회가 실내공간보다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훨씬 낮은 점 등을 들어 정부의 집회 제한조치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해 왔다. 코로나 상황에서 생존을 위협받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낼 공간마저 빼앗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처럼 상당 기간 집회·시위권에 제약이 가해진 터라,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집회가 허용되기 시작하면 억눌렸던 집회 수요가 급격히 분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 국면인 데다 각종 정치 이슈가 연일 쏟아지는 상황이라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려는 집회도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그간 제한조치에 대한 보상심리로 집회가 많아질 가능성은 충분하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으로 기자회견 형식 등을 띤 사실상의 집회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전환 후 '집회 방역'의 첫 시험대는 11월13일 예정된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다. 고(故) 전태일 열사 기일에 맞춰 매년 수만명 규모로 열려온 집회로,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소규모 집회를 동시다발로 여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나 올해에는 어떤 양상을 보일지 주목된다.

같은 달 17일에는 농민단체 주최로 농민총궐기 대회도 열리는 등 분야별 단체들의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도 위드 코로나 전환이 공식 발표되면 향후 집회 계획을 논의할 방침이다. 국민혁명당은 집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자 서울 도심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1인 걷기운동' 형식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으나 경찰은 이를 '변형된 1인시위'로 간주해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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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ㆍ시위 금지 조치 규탄 노동법률단체 기자회견
[연합뉴스 자료사진]


◇ 주최측·개인방역 책임 무거워질 듯…단체들 "방역수칙 준수"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그간 국가가 닫았던 집회 공간이 열린다는 것은 주최 단체와 참가자 개개인의 방역 책임이 한층 무거워진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거나 위험도가 현저히 낮아지지 않는 한 감염병 전파라는 변수가 늘 집회와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집회는 인원 제한이 크게 완화되더라도 참가자 간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을 기본 조건으로 두게 될 전망이다. 주최 측이 경찰에 집회를 신고하는 단계에서도 이같은 현장 방역대책을 구체적으로 갖췄느냐에 따라 허용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백신 패스나 QR코드 인증 등 각종 시설을 출입할 때 사용하는 수단이 집회 현장에서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외 집회는 통상 개방된 구조에서 진행되고, 행진 등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아 집회 공간을 드나드는 사람을 일일이 관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회 역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상황인 만큼 다른 다중운집 시설 기준에 맞추면 형평성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른 시설은 입장할 때 백신 접종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집회는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러 집회를 개최해 온 주요 단체들은 자체적으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에도 종전과 유사한 집회 통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하고 있다.

국민혁명당 관계자는 "아직 공식화한 입장은 없지만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집회를 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집회 허용 범위 등에 대한 통제가 여전히 지나치다 싶을 때는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 방안도 적극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방역당국의 지침보다 더 강화된 내부 지침이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사후관리가 가능한 구조"라면서도 "정부가 앞으로는 감염 인원이 얼마나 나오는지보다 치명률 등으로 논하겠다고 하는데 집회에 대해서는 계속 이중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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