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숫자로 보는 '누리호'…30년, 11년7개월 그리고 '운명의 16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누리호 발사]④30년 한국 발사체 개발의 집대성…발사 후 16분 후 임무 마쳐

저온·고온 견뎌야 하는 발사체 부품들, 고도의 기술 확보

뉴스1

1일 오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인증모델이 신규 구축된 제2발사대의 인증시험을 위해 발사대 기립해 있다. 발사대 인증시험은 인증모델 추진제 충전 및 배출 등 전체 발사 운용 절차를 수행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2020.6.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오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09년 첫 발사 시도를 한 나로호 이후 12년 만이다.

나로호는 러시아와의 합작으로 개발됐지만, 누리호는 심장 역할을 하는 엔진뿐 아니라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전 과정을 국내 기술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발사체 기술 독립'이라는 의의가 있다.

발사체 독립을 향한 도전, 누리호의 이모저모를 숫자로 정리했다.

◇30년, 11년7개월 그리고 16분

누리호의 개발은 2010년 3월에 시작되어 2021년 10월21일에 최종 비행 시험을 앞두고 있다. 이번 발사는 지난 11년7개월의 개발의 마무리 단계다.

지상에서의 개발을 끝내고 발사를 통해 기기의 작동과 성능, 고도 600㎞~800㎞ 궤도 진입 및 수송 능력을 검증한다.

이번 시험 발사가 정상적으로 끝이 나면 1990년 최초의 과학 로켓 개발 이후 30년만에 독자적인 위성 자력발사 능력을 갖추게 된다.

1993년 1단형 고체 과학로켓 KSR-Ⅰ(29억), 1998년 2단형 고체 과학로켓 KSR-Ⅱ(52억)을 개발하며 한국은 단 분리 및 고체 로켓 기술을 확보했다.

이어 KSR-Ⅲ(780억) 프로젝트로 본격적으로 액체 로켓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 로켓 개발은 액체 추진기관 설계 및 제작, 엔진시험, 유도제어 및 자세제어 등 발사체 자력 개발을 위한 기반기술 확보로 이어져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개발 및 독자적인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위한 기반이 되었다.

2002년부터는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나로호(KSLV-Ⅰ, 5025억) 프로젝트가 추진돼 2013년 소형 위성 발사 능력을 확보했다.

1조9572억원이 투입된 누리호(KSLV-Ⅱ) 개발이 성공하면, 1500㎏의 중형 실용위성을 궤도로 올릴 능력을 확보하게 돼, 우주 진출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한국 발사체 개발 30년의 이정표가 될 지난 11년간의 누리호 개발의 마지막은 지상을 떠난 후 16분 동안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16분간 누리호는 1단 분리(127초), 2단 분리(274초)의 과정을 거쳐 최종 목표인 위성 모사체 궤도 분리(967초)를 한다. 여기까지 성공해야 의도했던 성능을 증명하는 것이다.

뉴스1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난 1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연구진들에 의해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개발 현장을 공개했다.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 중인 누리호는 1.5톤급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우주발사체로, 내년 2월과 10월 두 차례 발사 예정이다. 사진은 누리호 75톤급 엔진 연소시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20.1.19/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엔진이 3000도 이상의 뜨거움을 버틴 시간 18290+16925초


18290초(약 5시간)와 16925초(약 4시간42분)는 각각 이번 누리호 개발과정에서 75톤급 액체엔진과, 7톤급 액체엔진이 연소 시험을 거친 시간이다.

한국항공우주 연구원은 "반복적인 엔진 연소시험 등을 통해 엔진 기능과 작동 환경에 대한 데이터 축적, 무게 감량을 위한 설계 개선, 구조 해석, 경량 소재 등을 적용해 최종적으로 무게를 줄였다"며 "75톤급 엔진은 한국형발사체 개발 이후 성능개량 및 클러스터링을 통해 대형·소형 발사체 개발에 지속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75톤의 중대형 엔진은 세계에서 7번째 중대형 액체로켓엔진으로, 앞서 2018년 1단형으로 시험발사체(TLV)가 개발돼 성능 검증에 성공한 바 있다.

클러스터링은 엔진을 여럿 묶어서 마치 하나의 거대한 엔진이 작동하는 것처럼 만드는 기술로 누리호 1단에 75톤급 엔진 4개가 묶여 300톤급의 성능을 내는데 적용됐다. 클러스터링의 개념은 간단하지만, 구현은 쉽지 않다. 각 엔진의 정확한 엔진과 동일한 시간에 균형 잡힌 추진력을 구현해내야한다.

누리호 엔진은 영하 183도(℃) 이하의 저온부터 3000도 이상의 고온까지 광범위한 온도 변화를 겪게 된다.

뉴스1

28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엔진의 시험 발사체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번 엔진 시험발사체는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에 쓰이는 75t 액체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총 3단으로 구성된 누리호의 2단부에 해당한다. 시험발사체의 길이는 25.8m, 최대지름은 2.6m, 무게는 52.1t이다. 2018.11.28/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m 높이지만, 벽은 2.5㎜ 두께

누리호의 추진제 탱크는 발사체 부피의 80%를 차지한다. 우주 발사체는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탱크는 가볍지만,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추진제에는 산화제로 액체 산소가 들어가는 데, 산소가 액화하는 온도가 영하 183도다. 보통 산업용 극저온 탱크는 이중벽으로 만들어지지만, 누리호의 경우에는 경량화를 위해 단일벽으로 제작됐으며, 두께가 2.5㎜에서 3㎜에 불과하다. 반면에 높이는 최대 10m, 직경 3.5m로 거대하다. 탱크 내부에는 지표면에서 일상적으로 느끼는 대기압의 4~6배의 고압이 작용한다.

항우연은 "비행 중 가해지는 관성력·공력에 의한 하중과 압력에 견딜 수 있도록 격자구조로 설계됐다"라며 "격자구조는 삼각형 형태의 격자 보강 구조가 반복되는 형태로, 구조체의 강성을 효율적으로 높이는 설계지만 최적치를 찾기 위한 반복적 계산과 해석이 필요한 극히 까다로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또 추진제와 연소 후 기체가 흐르는 배관에도 고도의 기술이 적용됐다. 배관은 영하 200도까지 견딜 수 있게 제작됐으며, 배관 벽이 얇아, 곡선 가공이나 용접을 할 때 1㎜도 안되는 배관벽은 엄청난 가공기술이 필요하다.

항우연은 "누리호의 배관은 수많은 실패와 수정을 통하여 용접 공정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연료 등의) 누설이 우려되는 연결 부위는 한 곳도 빠짐없이 기밀시험을 거치고 있는데 기밀시험 포인트가 누리호의 1,2,3단을 합쳐 약 2000여 곳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뉴스1

오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될 예정이다. 누리호 개발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무게 1톤이상의 실용 위성을 자체적으로 발사 가능한 7번째 국가가 된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eungjun241@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