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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출빙하기]②대출 '셧다운' 눈앞…내년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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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 대출한도 이르면 내달 소진 내년 문턱도 높아…1인 1대출 시대 여나 [비즈니스워치] 이경남 기자 lkn@bizwatch.co.kr

주요 은행들이 전세 대출을 재개했지만 나머지 대출은 사실은 셧다운 상태에 들어갔다.

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회사들이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방침에 따라 대출 취급을 점차 중단하고 있어 신규 대출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도 대출 빙하기가 끝날지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르면 다음 주 중 정부가 새로운 가계대출 규제안을 내놓을 계획인데다, 가계부채 총량관리 기준도 더 깐깐하게 손볼 예정이어서 대출 문턱이 쉽게 낮아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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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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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사실상 대출 올스톱

정부가 실수요자를 감안해 최근 전세대출 등은 가계부채 총량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일부 은행들이 전세대출 취급을 재개했다. 그럼에도 한도증액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전세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들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은 속속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올해 4분기 시중은행들이 취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잔액은 13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KB국민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이 매달 새롭게 취급하는 가계대출이 4조원 수준이고, 이들 은행의 취급분이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의 60%에 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르면 다음 달 중 은행들의 가계대출이 셧다운 상태에 들어갈 전망이다.

현장에선 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9월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했고, 하나은행은 지난 20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주요 상품 2개에 대한 취급 중단을 예고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지점별로 월별 증액 한도를 정해놨지만 이미 한도를 모두 소진한 영업점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 수요를 일부 감당해오던 인터넷전문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의 한도를 축소하거나 신규 대출을 중단했고, 이달 출범한 토스뱅크는 벌써 올해 대출 한도 8000억원 중 60% 이상을 소진했다. 대출 축소는 물론 기준도 강화

은행들은 대출 규모를 줄이는 것은 물론 대출 기준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내놓은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은행들의 가계일반 대출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32로 전분기 -29보다 더 낮았다. 이 지수는 0을 기준으로 수치가 더 낮을수록 은행들이 대출을 더 깐깐하게 취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대출의 경우 -15로 전분기 -32보다 큰 폭으로 오르긴했지만 여전히 기준점인 0과는 거리가 멀어 깐깐한 대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주택대출지수 완화는 전세대출 취급 해제와 함께 가을 이사철이 지나가고 있는 데 따른 요인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가계부채 연간 관리 목표인 6%를 넘어선 만큼 전세대출을 비롯해 실수요자 위주의 대출만 취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르면 다음 달 중 은행들이 올해 대출한도를 모두 소진할 가능성도 커 사실상 12월엔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 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겨울 지나도 대출 빙하기 지속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연말은 이사 비수기여서 주택대출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연말 상여금 지급 등으로 가계가 대출을 갚으려는 기조가 강한 시기라는 점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내놓은 4분기 대출행태 서베이 자료를 보면 가계의 대출수요는 주택대출은 0, 가계일반대출은 -3으로 나타났다. 전분기 9와 26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준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경우 주택자금 수요는 보합 수준, 일반자금 수요는 연소득 이내 신용대출 한도 축소와 대출금리 상승 우려 등으로 감소가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내년 초엔 연간 대출한도가 새롭게 부여되는 만큼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대출 문턱이 쉽게 낮아지진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 받는 관행 수립'을 강조하면서 대출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강화하면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자동차할부금, 카드론까지 모든 대출을 포괄해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만큼 대출 한도가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총량관리 기준으로 연간 한도와 함께 장기간의 추이를 함께 고려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대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이미 신용대출 등의 한도가 줄어든 만큼 이 추세는 앞으로도 쭉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전반적인 대출 한도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내년에는 이중차주나 과도한 차입금이 있는 차주에 대한 개별 관리도 강화할 것으로 보여 예전처럼 쉽게 대출을 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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