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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위기의 로봇랜드] ① 12년 끌어온 사업…민간사업자와 1천억대 소송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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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측, 행정 귀책으로 실시협약 해지했다며 지난해 해지시 지급금 등 청구

행정 측, 최근 1심서 패소…첫 삽도 못 뜬 2단계 사업 시행 안갯속으로

연합뉴스

마산 로봇랜드
[경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2009년부터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행 중인 경남 마산 로봇랜드 조성사업이 또 한 번 위기에 맞닥뜨렸습니다. 사업 시행자인 경남도와 창원시 등이 민간사업자와의 갈등으로 소송에 휘말리면 섭니다. 최근 1심 법원은 민간 측 손을 들어준 가운데 행정당국은 이런 취지의 판결이 확정될 경우 1천억원이 넘는 거액을 물어줘야 합니다. 막대한 재정 부담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이고 아직 시작도 못 한 2단계 사업 시행 여부도 불투명해졌습니다. 연합뉴스는 1심 판결을 계기로 그간 사업 추진 경과와 실시협약 해지를 둘러싼 논란 등을 담은 기사 3건을 차례로 송고합니다.]

[표] 로봇랜드 사업 관련 주요 기관 및 회사의 명칭·성격·역할

경남도·창원시
로봇랜드 사업 시행자민간사업자 지정, 실시협약 관리·감독
경남로봇랜드재단
도·시가 출연해 설립한 법인로봇랜드 시설 관리·감독
대우건설컨소시엄대우건설·SK 포함한 7개 회사로 구성된 민간사업자(PFV 일원)공사 책임준공, PFV에 대한 연대보증
경남마산로봇랜드주식회사(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대우건설컨소시엄(건설출자자)·경남로봇랜드재단(공공출자자)·삼성증권과 다비하나(재무출자자)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민자사업비 조달, 민간부문 시설(테마파크) 운영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갖은 논란을 딛고 12년째 진행 중인 경남 마산 로봇랜드 조성사업이 시행자인 행정 측과 민간사업자 간 1천억원대 소송으로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민간사업자는 2년 전 채무불이행에 이르게 된 책임이 행정에 있다며 실시협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고, 그에 따른 해지 시 지급금 등을 청구해 최근 1심 판결에서 일부 승소했다.

막대한 액수를 물어줘야 할 위기에 놓인 행정당국은 향후 소송 대응과 아직 첫 삽도 못 뜬 2단계 사업 시행방안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사업이 파행에 이른 건 2019년이다.

민간사업자인 대우건설컨소시엄 등이 출자해 설립한 경남마산로봇랜드 주식회사(PFV)가 그해 9월 30일까지 갚아야 하는 1회차 대출 상환금을 갚지 못하며 채무불이행에 빠졌기 때문이다.

PFV는 이런 사태에 이른 이유가 행정당국 잘못이라며 그해 10월 도와 시, 출연기관인 경남로봇랜드재단(이하 재단)에 실시협약 해지를 통지하고, 2020년 2월 해지 시 지급금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실시협약을 보면 재단은 로봇랜드 2단계 사업에 필요한 펜션 용도 부지를 1단계 민간사업의 건설 기간 중 PFV에 공급해야 한다.

또 PFV가 재단으로부터 매입한 토지를 나대지 상태로 제3자에게 매각함으로써 발생하는 차익은 1단계 민간사업 대출금 상환에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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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랜드 놀이기구
[창원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양측은 재단이 PFV에 넘겨야 하는 펜션부지 중 시 공유지 1필지의 공급을 두고 의견을 달리했다.

PFV는 시가 재단으로 해당 부지 소유권을 넘기면 재단으로부터 땅을 매입해 이를 제3자에게 매각하고, 그 차익으로 1단계 민간사업 비용으로 조달한 950억원 중 1회차 상환금인 50억원을 갚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1단계 사업시설이 준공 전 사용허가(2019년 8월 14일)를 받은 이후 돌아온 1회차 상환금 변제기까지도 재단은 시로부터 부지 소유권 이전조차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PFV는 재단이 펜션부지 공급 의무를 명시한 실시협약을 위반해 채무불이행에 이르렀다며 실시협약 해지와 해지시 지급금 등 청구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행정 측은 시 공유지인 해당 부지를 재단으로 소유권 이전하는 일이 불가능해 대체 부지를 제공하겠다거나 해당 부지에 대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임시사용허가를 내주겠다는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PFV가 거부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PFV가 토지 매수를 위한 2단계 사업 협약이행 보증금 납부 등 선행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도 항변했다.

또 PFV의 당시 사업비 잔액에 미뤄 1회차 상환금을 갚을 여력이 있었음에도 수익성 악화 등을 우려해 사업에서 발을 빼려고 1필지 미공급을 사유로 '고의 채무불이행'에 이른 것 아니냐고도 의심했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1심 재판부는 지난 7일 "재단(=정부) 귀책"으로 실시협약이 해지됐다며 PFV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해지시 지급금(부가가치세 포함) 1천100억원과 PFV가 협약 해지 통지 이후 2020년 2월까지 테마파크 임시 관리·운영을 하며 발생한 비용 26억원을 합친 1천126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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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랜드 테마파크 놀이기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행정당국은 즉각 항소에 나섰다.

판결 확정시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민간사업자가 사업에서 손을 뗀 만큼 2단계 사업의 시행도 요원해졌다.

행정 측이 실시협약 해지 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따라서 기존 협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어서 대체 사업자를 적극적으로 찾기도, 본격 협상을 진행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와의 실시협약이 완전히 정리된다면 새로운 대체 사업자를 자유롭게 찾을 수 있겠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행정에서는 2심에서도 이번 사건이 실시협약 해지 대상이 아니라는 점 등에 대한 주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산 로봇랜드 조성사업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반동리 일원 125만9천여㎡에 사업비 7천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놀이시설이 들어선 테마파크(민간부문)와 로봇연구센터·컨벤션센터(공공부문) 등을 설립하는 1단계 사업, 호텔·콘도 등 관광숙박시설(민간부문)을 짓는 2단계 사업으로 나뉜다.

2008년 말 도와 당시 마산시(현 창원시)가 로봇랜드 사업자로 확정된 이후 행정당국은 2009년부터 관련 절차에 뛰어들었다.

사업 진행을 위한 가장 큰 관문으로 여겨진 민간사업자는 2011년 울트라건설컨소시엄으로 선정하고 도와 시, 재단, 울트라건설 측이 실시협약을 했다.

그러나 2014년 울트라건설 측 부도로 행정당국은 대체 사업자 선정에 나섰고, 2015년 9월 대우건설컨소시엄과 변경실시협약을 했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줄곧 민간사업자를 둘러싼 논란, 로봇랜드 주변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접근성·사업성 결여 등 우려가 잇따른 가운데 1단계 공사는 2019년에야 마무리됐다.

테마파크는 그 해 9월 7일 개장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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