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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다른 단체들 쉬쉬할 때 불법 안락사 고발...또다시 용기 낸 비구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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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천국 '군산 보호소' 불법 안락사 논란

동물단체 불법행위 고발하며 내부 자성 촉구

뉴스1

이정호 전 군산시 동물보호소장이 개를 직접 불법 안락사한 의혹이 제기됐다. (비구협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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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어떤 것이 이 땅의 모든 동물들에게 이익이 될지 고민했을 때 진실을 알리고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이하 비구협) 대표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의 일부다.

지난해부터 '전국시군동물보호소 실태조사'를 진행 중인 비구협은 최근 '유기견의 대부'로 불린 이정호 전 군산시 유기동물보호소장의 불법 안락사 행위를 고발했다.

이 전 소장은 2018년부터 2020년 5월까지 개들을 마취하지 않고 심장정지약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죽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의사의 판단 없이 본인이 직접 안락사를 시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들의 천국'으로 알려진 전북 군산 보호소(도그랜드)는 지난해 동물복지국회포럼이 제정한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 우수상을 받은 곳이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0일 동물업계에 따르면 비구협은 비글 종의 강아지와 고양이 등 불법 동물실험에 동원된 동물들을 구조해온 단체다. 동시에 다른 동물단체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동종의 동물단체들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단체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토리를 입양 보낸 '케어'에서 벌어진 불법 안락사와 개들의 지옥이라고 불린 '구 애린원'의 무분별한 개체수 증가에 제동을 건 사건이다. 애린원의 경우 비구협 포천쉼터로 이름을 바꾸고 구조한 개들을 고스란히 떠맡아 현재까지 계속 입양을 보내고 있다.

유 대표는 "사람들이 가장 모범적이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유기동물보호센터의 추악한 사실이 하나씩 드러날 때 롤모델에 대한 환상도 한 줄씩 깨져갔다"며 "그러나 1년이 넘게 사실관계를 조사하고도 드러난 진실들을 감히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솔직히 용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 케어 박소연의 몰래 안락사 사실을 폭로 후 동종 동물보호단체인 비구협이 감당해야 했던 압박감과 무게는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었다"며 "이같이 비슷한 사건이 재발한다면 동물권에 기대하는 사회의 신뢰 회복이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설사 이정호 소장이 잘못했다고 해도 지금 남아 있는 동물들을 위해 그냥 묻어두고 가야할지 개인적으로 잠시 고민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동물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가면을 쓴 사람들이 동물권에 아직 많다는 것이다. 구조해서 방송타면 후원금 뽑아내고 가차 없이 안락사한다"며 "이런 추잡한 비밀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동물들이 스스로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집단의 공통점은 굉장히 폐쇄적이고 극단적인 사익을 쫓는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 대표의 말처럼 보호소를 가장한 곳에서 벌어지는 불법 행위는 동물업계에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호소'라는 곳의 특성상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증거를 수집한다고 해도 동물들이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게 될 수 있어 불법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폐쇄가 어렵다. 암수 분리나 중성화 등 개체수 조절을 하지 않아 자체 번식하는 경우도 많다. 애니멀호더(동물을 병적으로 수집하는 사람)로 의심돼도 학대라고 보기 모호한 상황도 많아 이를 제재할 방법도 거의 없다.

보호소 개체들의 상당수는 중대형견이다. 공동주택 문화인 도심에서 막연한 동정심만으로 입양하기도 쉽지 않다. 이 뿐 아니라 실태를 알리기 위해 공익제보자가 나섰다가 고소·고발당하거나 '동물을 생각하지 않는 나쁜 사람'으로 낙인 찍히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호소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한 동물단체 관계자는 "동물단체들도 문제된 보호소들을 알고 있다.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뒷감당이 어려워 쉬쉬하거나 동물들이 잘못될까봐 계속 사료 등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비구협에서 큰 용기를 낸 것은 사실이다. 보호소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군산 보호소 사건에서 개들의 개체수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보호소 동물들도 내장칩이나 비문(코 지문), 문신 등으로 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세현 비구협 이사에 따르면 이 전 소장은 마음대로 개체를 선별해 마취제도 사용하지 않고 유기견을 죽인 뒤 지자체 보조금을 수령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관리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도 같은 개체를 다른 개체처럼 속여 따로 신고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군산시는 중복 공고로 인한 유기동물 보호비 부정수급은 확인이 불가해 문제가 없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비구협은 전했다.

군산 보호소 관계자도 "고의로 부정수급을 하기위한 동일개체 중복공고가 아니다"라며 "사진만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소장은 불법 안락사 논란이 불거진 직후 사설 동물보호소 '개린이쉼터'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동변)은 지난 18일 이 전 소장과 이에 가담한 수의사 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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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올라온 군산 보호소 동물들의 같은 사진 또는 다른 사진을 이용한 중복 공고 목록(비구협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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