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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골프장 비대면 서비스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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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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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골프장 업계에도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카운터에 접수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식당 서빙에 AI 로봇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노캐디, 2인 라운드 제도를 도입하며 필드에서도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타 업계가 몇 십 년에 걸쳐 진행했던 비대면 서비스를 2년 안에 무리하게 진행한 탓일까. 골프장 업계의 급작스러운 체질 변화로 장점과 함께 단점 또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국민대 스포츠심리학과 최우열 교수는 “본래 비대면 서비스가 도입된 업계는 항상 얼마간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예정에 없던 골프장 업계의 비대면 전환이 코로나19로 앞당겨졌기 때문에 부작용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비대면 서비스 실행이 골프장과 소비자에게 모두 윈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비대면 전환으로 인한 인력 감축은 인건비를 줄여주며 골프장 입장에서는 금전적으로 이득이 된다. 최 교수는 “인건비를 절약해 골프장 업계가 얻은 이익이 고객에게 온전히 돌아갈 수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직원이 하던 일을 직접 처리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골프장 업계는 가격과 서비스를 개선해 고객이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는 뜻이다.

골퍼들의 매너와 돌발 상황 대처 능력 저하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골프장의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됨 에 따라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노캐디 라운드를 도입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는데, 만약 캐디가 없다면 라운드 도중 사고가 발생하면 빠른 대처가 어렵다. 보통 캐디는 사고에 대비해 바로 골프장 측에 상황을 알릴 수 있는 통신 방법을 갖고 있고 골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응급구조대원에게 사고 지점을 정확히 알려줄 수도 있다.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골프장 측은 노캐디 라운드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 대비한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골프장 직원만큼 민첩하게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은 딱히 없는 실정이다.

사고 유형에 따라서 골퍼의 책임과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최 교수는 “산악형 코스가 대부분이라 경사와 커브가 많은 국내 골프장은 고객이 카트를 몰다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 고 말했다. 고객이 카트를 몰다 부주의로 사고를 내면 본인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 현행법상 ‘자기를 위해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가 그 운행 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골프장은 고객이 사고를 낼 것에 대비해 상해보험과 안전 약정 등을 개선함으로써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시대에 골프를 시작한 일부 신규 골퍼가 에티켓을 지키지 않아 기존 골퍼와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노캐디, 2인 라운드 등 캐디 없이 골프를 시작한 탓에 라운드 매너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이다. 문제점을 지적해 줄 사람이 없다 보니 코스 정리를 하지 않고 다음 홀로 가거나 슬로 플레이 때문에 다른 팀과 싸우는 일도 잦다고. ‘포어’를 외치지 않거나 카트 사용법이 미숙해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때문에 일부 골프장은 노캐디제를 진행했다가 대부분 안전사고를 이유로 다시 캐디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핀크스CC도 이전에 셀프 라운드를 운영했지만 현재는 중단한 상태다.

몇몇 골프장은 고객의 방문 이력과 실력에 따라 노캐디로 이용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 두었다. 오창에딘버러CC의 경우 5회 이상 내장하고 평균 누적 타수 95타 이내의 스코어를 기록한 고객만 노캐디제를 선택 할 수 있다.

비싼 이용료는 그대로, 서비스 품질은 ‘글쎄’

골프장들이 부랴부랴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비용을 사실상 골퍼가 부담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회원제 골프장 관계자는 “일부 골프장이 폭발적인 수요에 폭리를 취하기 위해 이용료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 때문에 부득이하게 이용료를 올 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대면 서비스를 위해 키오스크를 하나 설치하더라도 사용 방법을 모르는 고객도 많고 기존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대부분의 골프장은 고객이 비대면 시스템에 적응하기 전까지 기존 인력은 그대로 운용하고 있는에 전면 노캐디제를 실시하고 카운터 관리 및 식당 서빙까지 AI가 진행하는 사우스링스 영암의 경우 평일 그린피(2인 기준)가 10만~15만원 내로 다른 골프장의 절반 수준 이다. 인건비를 절약한 덕분에 이용료를 낮출 수 있었던 것이다. 즉, 골프장 업계에 비대면 서비스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인건비에 새로운 시설 비용까지 모두 골퍼의 부담이 되는 것이다. 반면가 완전히 정착하기 전까지 이용료 상승은 불가피한 셈이다.

비대면 서비스가 도입되며 서비스 품질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퍼블릭 골프장 관계자는 “기성세대 골퍼 입장에서는 직원에게 말하면 바로 처리할 수 있는 문 제를 고객이 직접 버튼을 누르거나 클럽을 직접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 익숙하지 않은 골퍼는 골프장의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장 큰 불만은 바로 접수 키오스크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1년 간 전자상거래나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골프장 주 이용층인 고령(55세 이상) 소비자들이 큰 어려움을 토로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키오스크 이용 중 불편한 점으로는 ‘복잡한 단계’(51.4%)를 가장 많이 꼽았다고. 최 교수는 “언택트 시대가 낯선 이들에 대한 업계의 배려가 필요하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고품격 서비스를 비대면 시스템과 결합 필요

최 교수는 “갈수록 젊은층이 늘어나는 만큼 골프장 업계는 비대면 시스템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마침 코로나19 시대를 맞았고, 추후 비슷한 사태가 또 오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비대면 서비스는 골프장 업계에 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골퍼가 새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 사실상 골프 칠 기회를 박탈 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현재처럼 회원제와 퍼블릭이 거의 비슷한 컨셉으로 운영되는 시대는 끝나고, 기존의 고품격 서비스를 원하는 골퍼를 위한 프리미엄 골프장과 비대면 시스템을 앞세운 가성비 골프장으로 완전 히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새로운 변화보다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원하는 골퍼는 비싼 이용료를 감수하더라도 기존 골프장을 이용할 것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골퍼는 비대면 골프장을 이용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만약 기존 골프장의 고품격 서비스를 비대면 시스템에 적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골프장이 있다면, 차세대 골프장 업계를 선도하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의 견을 밝혔다.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골프장 업계의 비대면 시스템은 단순히 전자기기를 활용해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 는 수준이다. 골프장에 들어온 즉시 자동으로 편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어디서나 결제가 가능한 모 빌리티와 유비쿼터스 개념으로 접근해야 고객이 진정으로 비대면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골프포위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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