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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민주노총 파업 ‘차벽에 갇힌 서울 도심’…택시기사 “나도 노조원이지만 파업 이해 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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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시청 주변 출근길 대혼란

버스, 차벽 피해 도로 중앙에 정차

급식·돌봄 종사자 등 4만명 참여

“한 정거장 가는데 20분” 분통

“시민 볼모로 요구 지지 못 받아”

헤럴드경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 14개 지역에서 대규모 총파업과 집회 개최를 예고한 20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 주변에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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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4개 지역에서 대규모 총파업과 집회를 강행함에 따라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우려했던 출근길 혼란이 빚어졌다.

경찰이 불법 집회 가능성에 대비해 세종대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십(十)자 차벽’을 설치하면서 이를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대규모 불법 집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불을 댕기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팽배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께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주변 버스정류장 앞. 버스가 도로 한가운데에 멈춰 서면 승객들이 차선 하나를 이동해 버스에 타거나 내리고 있었다. 인도에서는 버스가 오는지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한 승객들이 연방 도로에 나가 고개를 내미는 ‘아슬아슬’한 모습도 연출됐다. 세종대로 사거리를 따라 늘어져 차벽을 형성한 경찰버스들 때문에 버스들이 끝차선에 접근하지 못하면서다.

경찰의 민주노총 집회 대비 여파로 일부 교통체증이 유발되면서 불편을 겪은 시민도 적지 않았다. 부암동에 거주 중인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오늘 정거장 하나를 지나는 데 20분 넘게 걸렸다. 시민에게 이렇게 민폐를 끼치면서 긍정적인 여론을 바라는 태도가 우습기까지 하다”고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40대 용달차 기사 박모 씨는 “오전 8시50분께 광화문 쪽에 와서 교보빌딩 뒤로 이동하려는데 경찰 통제로 길이 막혔다. 종각 사거리까지 한참 돌다가 9시30분쯤에나 내렸다”며 “민주노총 총파업 때문에 아침부터 주차 자리를 찾느라 고생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파업과 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민주노총을 질타하는 시민도 있었다.

60대 택시기사 A씨는 “나도 민주노총 소속이지만 오늘 파업은 이해가 안 된다. 시민 호응이 있어야 성공하는 건데 시민이 이번 파업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쓴소리를 했다.

경찰은 이날 민주노총 총파업에 전체 조합원 110만명의 절반인 약 5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총력 대응에 나섰다.

집회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되는 서울에는 171개 경찰부대를 동원했다. 세종대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십자’ 형태의 차벽을 설치하고 도심으로 진입하는 주요 길목에 검문소를 운영하는 등 운집 규모를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상설 부대를 서울로 총동원하는 등 가용 인력을 최대한 투입하고, 경비 수준을 최고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 택배, 지하철, 급식 등 시민의 삶에 직결된 산업 분야 노조원도 대거 파업에 동참한다. 시민의 불편함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학교비정규직연대 총파업에 따른 영향으로 학교 급식, 방과 후 교실 등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번 파업에는 급식·돌봄 종사자 등 4만명이 참여했다. 2019년 급식 종사자 파업 때에는 3800여개 학교가 대체 급식을 운영하는 등 혼란을 겪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돌봄전담사, 특수실무사 등 직종에 대해서는 학교 내 교직원을 최대한 활용해 업무를 대체하기로 했다. 급식은 식단을 간소화하거나 간편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7세와 8세 아이를 키우는 주부 최모(36) 씨는 “아이들에게 점심으로 빵 같은 것을 준다는 것에 기분 좋을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아이들을 인질 삼는 파업에 화마저 난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비정규직 철폐, 돌봄·의료·교육·주택·교통 공공성 쟁취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으며 약 5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급식조리원·돌봄전담사가 속한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공무원노조, 전국교직원노조,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건설노조 등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전국 14곳에서 집회 형식의 파업대회도 개최한다. 총파업 참여인원 50만명 중 약 8만명이 파업대회에 참가할 것으로 민주노총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서울 도심권 집회에는 3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승연·채상우·김영철·김희량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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