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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발사대 기립 성공한 누리호…엔진 연소 오작동시 폭파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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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누리호·KSLV-Ⅱ)가 본격적으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하지만 누리호가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기 전까지 안심하기는 이르다. 심지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더라도 발사를 중단할 가능성은 있다.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막판까지 가슴을 졸이고 있는 이유다.

20일 새벽까지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격납고에서 보관 중이던 누리호는 이날 오전 8시50분경 발사장에 도착한 상태다. 오전 7시20분 수평을 유지한 상태로 격납고를 출발해 사람의 보행 속도 수준(시속 1.5㎞)으로 천천히 이동해 1.5㎞ 떨어진 발사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곳에서 누리호는 11시30분 현재 48m 높이의 엄빌리컬 타워(umbilical tower) 옆에 기립했다. 발사체에 추진제·가스 등을 지상에서 공급하기 위한 구조물이 엄빌리컬 타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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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09년 첫 발사 시도를 한 나로호 이후 12년 만이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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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빌리컬 타워는 총 5층으로 구성된다. 1층은 추진제·산화제 등 연료를 발사체로 연료를 공급했다. 2층에선 발사체 자세제어계를 사전 점검했다. 예컨대 예상치 못한 바람이 불어서 우주로 올라가던 누리호의 비행 궤적이 바뀔 경우, 누리호의 방향을 다소 틀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누리호의 자세를 제어하는 장비가 자세제어계다.

3층에선 발사체를 추적하는 시스템(레인지 시스템·Range System)을 점검했다. 누리호가 우주로 떠나면 지상에서 이를 실시간 추적하는데 이에 필요한 시스템을 점검하는 곳이다.

4층에선 지상에 있는 전자장비와 발사체 내부 전자장비간 통신을 위한 장비를 점검했고, 꼭대기에선 누리호 꼭대기에 실린 위성모사체가 제대로 고정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이와 같은 점검을 마친 뒤 선채로누리호는 지구에서 마지막 하룻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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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0일 오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로 옮겨져 기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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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출발 막판 변수는



기립 후 누리호는 기술적 문제는 없는지 점검에 들어간다. 예컨대 발사대 설비나 발사체의 일부 기능이 오작동을 일으키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또 연료 누설이나 화재 발생 가능성도 확인할 예정이다.

기상 환경과 우주 환경 상황에 따라 막판에 출발 시각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온도가 영하 10℃에서 영상 35℃ 범위를 벗어나거나 습도가 98% 이하로 내려가면 누리호는 발사를 연기한다.

바람도 중요하다. 지상 풍속이 평균 초속 15m, 순간 최대 초속 21m를 넘어가면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린다. 벼락·구름이 비행경로를 방해하면 안 되고, 압력(94.7~104kPa)도 적정해야 한다. 또 우주에선 우주를 날아다니는 잔해나 우주선과 누리호 도착 예정 지점이 200㎞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오전 10시부터 발사 관제 장비 운용을 시작한다. 전자장비 추적시스템 등 발사를 통제하는 각종 기구의 기능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정오엔 연료탱크·산화제탱크 충전을 진행한다. 순조롭게 이 작업이 끝나면 발사체 기립 장치를 철수한다.

실제 발사 10분 전이 되면 발사자동운용(PLO·pre-launch operation)을 가동한다. 발사 과정을 자동으로 통제하는 PLO가 가동하면 이 순간부터 실제 발사 직전까지 누리호 발사 준비 작업은 100% 자동으로 진행된다. 카운트다운을 마치고 1단 로켓의 추력이 300t에 달하면 누리호의 바닥을 붙들고 있던 지상고정장치가 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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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재산 피해 우려 시 발사 중단 가능



만약 누리호가 지구에서 이륙했더라도 발사 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 누리호가 비행 과정에서 궤도를 이탈하면 발사체종단시스템(Flight Termination System)을 통해 누리호를 폭파한다. 발사체가 추락하는 과정에서 재산·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비정상적인 요인이 발생하면 역시 비행종단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 예컨대 엔진 연소나 위성모사체 분리 과정 등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다.

기상 조건으로 발사시간이나 발사일이 바뀌는 건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발사한 화성탐사선(아말)이나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리질리언스)도 기상 상황이 달라지면서 발사일이 바뀐 적이 있다. 지난 3월 발사한 러시아 소유즈도 발사 예정 당일 기술적 조치 사항이 발견되자 발사일을 이틀 미뤘다.

한상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신뢰성안전품질보증부장은 “각종 조건이 하나라도 발사 조건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발사는 미뤄지고, 21일 발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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