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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전두환 옹호 발언’ 물러서지 않는 윤석열 "호남인들 화를 내게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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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전두환씨 옹호 논란’에 “제가 하고자 했던 말씀은 대통령이 되면 각 분야 전문가 등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서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다시 해명했다. 당 안팎에서 비판과 함께 사과 요구가 쏟아지고 있지만 사과 없이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윤 전 총장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고, 당내 경쟁 주자들의 거친 비판도 연일 이어졌다. 윤 전 총장 캠프 내부에서도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사과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되느냐를 두고 캠프 내 이견도 감지된다.

윤 전 총장은 전날 부산에서 당원들과 만나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광주 민주화운동)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그거는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경향신문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국민캠프 대구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지지자들로부터가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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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없다’ 정면돌파 윤석열…캠프 내 이견 표출

당 안팎의 비판이 거셌지만, 윤 전 총장은 이날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대통령이 만기친람해서 모든 걸 좌지우지하지 않고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능력과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서 국정을 시스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전날 논란이 일자 권한 위임이란 측면에선 전씨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고 해명한 것과 같은 취지이다. 특히 자신이 대학생 시절 모의재판 때 판사 역할을 하며 전두환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전두환 정권이 독재를 했고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저의 역사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에서 기자들이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에 대해 다시 묻자 “제가 페이스북에 이미 입장을 올렸다”고 했다. ‘광주에 가서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무슨 호남인들 화를 내라고 한 얘기도 아니고,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국민 민생을 챙기기 위해서는 국가 지도자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된다”며 “어느 정권에서도 효과를 나타낸 것이 있으면 뭐든지 벤치마킹해서 국민을 위해 써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 발언이) 무슨 전두환 대통령을 찬양한다던가, 5·18(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해 일반적인 시각과 다른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하는 것은 좀 과도한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캠프 내부에서도 사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석열 캠프의 대외협력특보인 김경진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면구스럽다”면서 사과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광주에 가서 직접 사과하도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광주 북구갑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는 호남 출신 정치인이다.

캠프 내 이견도 감지된다. 윤석열 캠프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김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평론가로서 얘기한 것으로 본다”면서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유감 표명은 물론이고 사과를 해야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사과 요구, 원희룡 “천박한 망언”…당내 비판은 계속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윤 전 총장에게 사실상 사과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 입장에선 본인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사과를 좀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치적인 언어로 미숙했다는 것은 제 생각엔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더 일이 좀 발전해나가지 않도록 조속히 조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발언이 잘못된 면이 있고, 논란이 더 확산되기 전에 사과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대표는 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섰던 뒤로 호남 등 취약 지역에 대한 노력이 계속돼 왔고 제가 대표 된 뒤에도 김종인 위원장 노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며 “대선주자들도 그런 마음을 갖고 대선에 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진 정책’으로 불렸던 친호남 정책을 대선 주자들도 이어가 달라는 의미로, 역시 윤 전 총장 발언에 대한 사과 압박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21일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 참배를 하기 위해 전남 지역을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도 윤 전 총장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서도 호남 민심을 보듬는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 주자들의 비판은 더 거세졌다. 전날 사과를 촉구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엔 더욱 거칠게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원 전 지사는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아무리 좋게 봐도 큰 실언이고, 솔직하게는 본인의 역사 인식과 어떤 인식의 천박함을 나타내는 망언이라고 본다”며 “국민에게 처절한 마음으로 사죄하고 역사와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 시각 교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봉·유설희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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