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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넷플, 게임사 품고 SKT-아마존 동맹...국경도 업종장벽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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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구독경제 생태계] <1> 영역파괴로 승부 거는 빅테크

콘텐츠 확장에 한계 느낀 글로벌 기업 생존위해 이종교배

M&A·투자·산업간 연합체 구성 등 플랫폼 대형화도 속도

국내시장도 록인효과 극대화 위한 오픈 컬래버 움직임 활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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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가 지난달 29일 미국의 유명 게임 개발 기업인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넷플릭스가 게임 회사를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넷플릭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개발한 게임을 구독 회원들에게 광고나 인앱결제 없이 제공할 계획이다.

구독경제 시장이 진화하면서 콘텐츠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영역 파괴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OTT 업체인 넷플릭스가 전혀 다른 산업 분야인 게임 회사를 인수하며 구독 콘텐츠 확대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분야 내에서의 구독 콘텐츠 확장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 확대와 생존을 위해 업종 간 담장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이종교배’를 통한 차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글로벌 구독경제 현황과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보고서를 통해 “최근 대기업들의 구독 비즈니스 모델 도입이 증가하는 추세로 인수합병(M&A)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자원과 유통 채널이 다양하고 강력한 인지도를 기반으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 구독경제 솔루션 기업 주오라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매출액 1억 달러 이상 대기업의 구독 매출 증가율은 31%로 매출액 1,000만~1억 달러(15%), 100만~2,000만 달러(21%) 기업들에 비해 구독 비즈니스 성장률이 훨씬 높았다.

◇오픈 컬래버 본격화하는 구독 생태계=구독경제가 활성화된 해외에서는 구독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다양한 오픈 컬래버레이션 움직임이 활발하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2016년 면도기 정기 배송 업체인 ‘달러셰이브클럽’을 10억 달러에 인수했고 2019년에는 고객의 건강 상태와 체질에 따른 스낵을 정기 배송하는 영국의 ‘그레이즈’도 인수했다. 캐나다의 글로벌 스포츠웨어 룰루레몬은 지난해 온라인 피트니스 업체인 ‘미러’를 5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미러는 벽걸이형 디지털 거울을 통해 스트리밍 형태의 일대일 개인 운동 서비스를 구독형으로 제공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운동복 매출이 줄어들던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를 인수하면서 구독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위기를 넘겼을 뿐 아니라 장기 성장 동력도 확보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구독 비즈니스를 이끌어갈 장기적 모멘텀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자사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M&A·투자 또는 산업 간 연합체 구성, 파트너십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객 ‘록인’ 위해 과감한 협업 강화=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구독경제 비즈니스는 고객을 가둬두는 ‘록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고객 입장에서 중독성 있게 월 혹은 연간 구독할 수 있는 상품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이를 위해 과감한 협업에 나서고 있다. KT(030200) 미디어 계열사로 음원 서비스 기업인 지니뮤직은 지난달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를 인수했다. 누적 구독자 380만 명(9월 기준)을 보유한 밀리의서재 인수로 지니뮤직은 음원을 넘어 오디오북 콘텐츠까지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지니뮤직은 조만간 두 서비스를 하나로 합친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실제 KT는 20일 지니뮤직·밀리의서재와 함께 인공지능(AI)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협업에 나섰다. LG유플러스(032640)는 고객 확보를 위해 지니뮤직 외에도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와 독점 제휴 및 공동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으며 교육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프리미엄 도서 브랜드 ‘키즈스콜레’ 콘텐츠 독점 계약을 맺는 등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구독경제의 대형 플랫폼화=최근 구독경제 플랫폼들은 대형화하는 추세다. 고객이 구독 상품에 얼마나 꾸준히 매력을 느끼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어 지속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017670)은 8월 말 구독 플랫폼 서비스인 ‘T 우주’를 론칭하며 구독경제 시장으로 본격 진입했다. 아마존·스타벅스 등 글로벌 사업자부터 톤28·어바웃펫 등 스타트업까지 플랫폼에 담았다. 다양한 구독 상품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서비스 시작 일주일 만에 가입자 15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긍정적인 효과와 시장의 기대에 힘입어 구독 제휴를 원하는 신규 제휴사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며 “현재 100여 개 사업자들과 협의 중이며 지속적으로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네이버도 자사의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며 구독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25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네이버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멤버십에는 네이버 쇼핑, 네이버 웹툰은 물론 CJ ENM과의 협업으로 OTT 업체인 티빙 무제한 이용권 등이 담겼다. 여기에 스타벅스와의 파트너십 체결, 대한항공과의 멤버십 제휴 등 구독 서비스의 다양한 혜택을 하나의 플랫폼에 모두 담으며 구독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구독경제 플랫폼 대형화가 이번 SK텔레콤의 T 우주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국내 구독경제 시장은 현재 태동기에서 성장기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기업들이 구독 서비스 확대를 위해 외부에 있는 것을 끌어들이는 단계”라며 “앞으로 고객 록인 효과 극대화를 위한 구독경제의 대형 플랫폼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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