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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판다곰이 부추써는 뮤직비디오 중국서 왜 삭제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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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중국 공산당 체제를 비판한 노래 ‘유리심장’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중국을 상징하는 판다곰이 주식 개인투자자를 의미하는 부추를 썰고 있다. 출처: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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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지속적 비판으로 주목받아 온 중국계 말레이시아 영화감독이자 가수인 황밍즈가 발표한 노래가 중국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삭제됐다.

‘나미위’란 예명으로도 활동하는 황밍즈는 다음달 공식앨범 발표 전에 ‘유리심장(fragile)’이란 노래를 지난 15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황밍즈가 중국계 호주인 가수 천팡위와 함께 부른 노래 제목의 의미는 작은 비판에도 유리치럼 깨지기 쉬운 마음을 조롱한 것으로, ‘샤오펀홍(小粉紅)’이라 불리는 중국의 애국주의 청년 집단을 비판했다.

온통 분홍빛으로 채워진 경쾌한 느낌의 노래는 분홍색 옷을 입은 중국의 상징 판다곰이 잠에서 깨는 것으로 시작한다. 판다는 부추를 썰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박쥐를 요리한다.

판다가 써는 부추는 중국의 주식 개인투자자를 뜻한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개인 투자자를 ‘개미’라고 부르는 것처럼 윗부분을 잘라내도 다시 자라는 부추에 주식 개인투자자를 비유하고 있다. 매번 기관투자자에 막대한 손실을 입고도 다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를 비꼬는 의미다.

노래 ‘유리심장’은 또 ‘면화를 나르고 재교육 센터에서 하미과를 재배한다’는 가사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로부터 인권 탄압이란 비난을 사고 있는 신장자치구의 위구르족 문제를 건드린다. 면화와 과일의 한 종류인 하미과는 신장자치구의 특산품이다.
서울신문

중국계 말레이시아 가수이자 영화감독 황밍즈


황밍즈의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970만회를 넘어섰으며, 48만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중국 내 QQ뮤직, 넷이즈뮤직 등 주요 음악 플랫폼에서 삭제됐고, 황밍즈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계정도 폐쇄됐다.

황밍즈는 웨이보 계정이 폐쇄되기 전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하자, 중국에 빗대어 탈레반에게 주는 8가지 조언을 남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황밍즈는 탈레반에게 중국처럼 페이스북·구글과 같은 ‘사악한’ 외부 인터넷 매체를 차단하고, 관영매체를 통해 외신은 모두 가짜란 사상을 아프간 국민에게 주입시키라고 했다.

이어 탈레반 지도자의 거대 초상화를 대통령궁 앞에 세우고, 길거리 곳곳에 표어를 부착하며, 댓글부대를 통해 애국주의 여론을 조성하라고 강조했다. 애국주의 영화와 노래를 제작하고, 대규모 국경일 행사를 열며, 위구르족과 같은 반동세력은 재교육 센터라 불리는 수용소에 가두라고 덧붙였다.

황밍즈가 탈레반에 제안한 내용들은 모두 현재 중국 공산당 정부가 벌이고 있는 선전 정책들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황밍즈의 소속사가 노래 ‘유리심장’에 대해 작은 동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웨이보에서 네티즌들이 황밍즈와 같은 가수를 중국인은 원하지 않는다며 비난했다고 전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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