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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누리호는?···2조 투입한 '국산 우주기술' 최종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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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품밖에 없었는데 중대형 엔진 개발

추력 차이 2% 이내로..'클러스터링' 기술 첫 적용

실제 로켓 무게 90% 차지 추진제 탱크 제작

러시아 기술 의존 발사대도 우리손으로 구축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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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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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로켓 누리호가 우주 700km 고도에 안착했으나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비록 ‘비정상 비행’으로 마무리됐지만, 우리나라는 스스로 실용급(1톤급)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에 위성모사체를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 분리와 2단 및 3단 엔진 점화, 위성모사체 분리까지 성공한 누리호는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까지 모든 과정을 국내 기술로 해낸 액체엔진 기반 3단형 로켓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각국에서 우주에 매달리는 가운데 11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누리호 제작에 부품 숫자만 37만 개 들어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기업이 고도의 복잡하고 정밀한 작업을 해온 노력이 빛을 발하며 우주로 향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구성품밖에 없었는데 75톤급 엔진 개발 이뤄


누리호는 액체엔진을 사용하는 3단형 로켓이다. 로켓의 아랫부분인 1단에는 75톤급 엔진 4기가 묶인 ‘클러스터링’ 형태로 들어가며, 중간인 2단에는 75톤급 엔진 1기로 구성된다. 윗부분인 3단에는 7톤급 엔진 1기와 발사체 탑재부가 들어가 있다. 덮개인 페어링이 부착돼 인공위성이나 탑재체를 보호한다.

로켓의 핵심은 단연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액체엔진이다. 우리나라는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 30톤급 엔진의 주요 구성품을 개발했지만 이를 하나로 묶어 시험하지 못했다. 7톤급 엔진 개발을 시작으로 75톤급 엔진 개발, 시험발사체(2018년)를 통한 엔진 검증 작업이 차례로 이뤄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은 33기의 엔진을 총 184회 1만 8290초 동안 시험하며 독자 엔진을 개발했다. 7톤급 엔진도 12기의 엔진을 총 93회 1만 6925초 시험한 결과물이다.

실제 로켓 내부에는 압력과 온도가 높다. 이 때문에 엔진은 대기압의 60배 수준의 압력을 견디도록 구성됐다.

극한의 환경인 영하 183도의 산화제 온도, 3500도 수준의 연소가스 온도도 견디도록 설계됐다.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는 액체엔진과 주요 구성품인 연소기, 터보펌프, 가스발생기를 개발하기 위한 시험설비가 국내에 없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나로우주센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설비가 구축됐고, 여기서 시험하며 개발했다.

엔진은 2015년 처음 만들어 시험에 들어갔지만 2014년부터 연소 불안정 현상이 생겼다. 연구진은 20회가량의 설계 변경 작업과 시험을 하며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현상은 미국 등 우주 선진국들도 아직 해결해내지 못한 기술이다. 엔진 연소기에서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내부에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고, 연소실 고유의 주파수가 합쳐지며 압력과 진동이 커지는 현상으로 연소기나 엔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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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1단 종합연소시험.(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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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이 ‘한몸처럼’ 클러스터링 기술

클러스터링 기술은 엔진 4기가 정확하게 정렬되고, 같은 추진력을 내야 하는 기술이다. 엔진 화염 가열 분석, 단열 기술을 비롯해 엔진 사이 추력이 같지 않을 경우 대응하는 기술, 엔진 4기 정렬과 방향제어(짐벌링) 기술의 결정체다.

미국 스페이스X가 쓰는 팰컨 발사체가 멀린 엔진을 기본으로 성능을 높이고, 클러스터링을 통해 확장했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엔진개발부장은 “엔진 1~4호기의 추력 차이를 2% 이하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상 추력 67톤, 고공추력 76톤을 내기 때문에 75톤급이라고 표현하며, 엔진 제작부터 4기 엔진 조립, 추진관 공급까지 잘 돼야 하는 극도로 정밀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로켓 무게 대부분 ‘추진제 탱크’

누리호는 내부는 추진제 탱크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누리호의 총 중량(200톤)에서 연료(56.5톤)와 산화제(126톤)가 90%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추진제 탱크 벽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합금 단일벽으로 제작되며, 일반 탱크에 비해 두께가 2.5mm 수준으로 얇다.

하지만 최대 높이는 10m, 직경은 3.5m에 이른다. 탱크안에는 대기압의 4~6배 정도의 압력이 작용하며, 비행 중에 받을 수 있는 관성력, 공력에 의한 무게와 압력을 견디도록 격자구조로 설계됐다는 특징이 있다. 연료나 산화제가 누설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누설이 우려되는 2000개가 넘는 곳을 막는 기밀시험이 이뤄진다.

김광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구조팀장은 “합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물을 채워넣고 압력을 가해 검증했고, 극저온에서 실제 연료를 넣고 시험하는 단별 수류 시험도 이뤄졌다”며 “압력 점검부터 기밀 점검까지 세밀한 작업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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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제탱크 내부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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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대도 이제는 우리손으로

실제 로켓에 사용된 기술은 아니지만 발사대도 중요한 우주 기술들이 들어갔다. 기존 나로호 발사대(1발사대)와 달리 2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이 총괄해 설계부터 제작, 조립, 발사대 건립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국산화했다. 지상에 12층(45m) 높이의 엄빌리칼 타워가 세워져 누리호에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한다. 나로호 대비 추진제 공급량이 3배 크고, 발사체 연소 시작 후 이륙까지 냉각수도 2배 빠르게 제작됐다.

한편, 누리호에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 1990년부터 2003년까지 세 차례 과학로켓을 개발했다. 우주용 로켓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2년부터다. 러시아와 협력해 만든 나로호에는 총 5025억원이 투입됐다.

당시 두 차례 실패를 딛고 3차 발사(2013년)에 성공했다. 누리호는 1.5톤급 인공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할 수 있는 우주 로켓을 만들자는 것을 목표로 1조 9572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개발됐고, 이번에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는 내년 5월 한 차례 더 발사한 뒤 반복발사(4회)를 통해 신뢰성을 높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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