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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풀리지 않은 '대장동 의혹'…이재명·유동규 엇갈린 11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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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가 '대장동 국정감사'를 무사히 마쳤다. 다만 몇몇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팻말을 바라보며 질의 듣는 이재명 경기지사.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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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환수 건의' 인지 여부도 미궁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유동규 전 본부장은 충성을 다 한 게 아니라 배신했다."(20일 국토위 국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대장동 국정감사'로 주목받았던 두 차례의 경기도 국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정면 돌파' 선택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민주당 안팎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후보가 몇 가지 쟁점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애매한 입장을 취해 의문을 키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유 전 본부장과 부자연스럽게 거리 두기를 하다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당 차원에서는 대장동 개발사업 '초과이익 환수조항' 논란 관련, 국감에서 위증을 했다며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이재명 "유동규, 선거 도운 건 사실" vs 유동규 "선거 돕지 않았다"

'대장동 국감'에서 야당 의원 질의에 물러서지 않고 조목조목 반박하던 이 후보가 유달리 막히는 대목이 있었다.

그는 유 전 본부장 인사 개입 의혹 관련, 임명 과정을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전략사업팀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드는 등 민간 업자들과 유착하고 초과 이익 환수 방안 내부 의견을 묵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후보로선 인사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는지에 따라 정치적 책임이 무거워질 수 있다.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는 유 전 본부장의 관계에 대해 "측근의 개념을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선거를 도와줬던 건 사실이고 관계있는 것도 사실이고 성남시 본부장을 한 것도 사실인데 정말 중요한 인물이었다면 사장을 시켰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야권은 이 후보가 "측근이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 산하기관 직원 중 한 사람"(9월 30일 민주당 대선 경선 TV토론), "가까운 사람인 것은 맞지만 정치적 미래를 설계하거나 수시 현안을 상의하는 관계는 아니다"(18일 국회 행안위 국감) 등 유 전 본부장과 관련해 "말 바꾸기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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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본부장은 이 후보의 성남시장 인수위를 거쳐 성남도시개발공사 이사장 직무대행 자리에 올랐다. 2010년 5월 14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포함 분당구 리모델링 추진위원장 4명의 이 후보 지지선언 모습. /이기인 유승민 캠프 대변인 제공


이 후보는 또 '2010년 유 전 본부장 임명 당시 인사 지시를 하거나 개입한 적이 있었는가'라는 야당 의원 질의에 "본부장 임명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인사 결정 절차가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가 질문 공세가 계속되자 "본부장 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하게 돼 있고, 사장이 없을 경우에는 행정국장이 대행한다"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09년 분당 모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 조합장을 맡다가 당시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이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이어 2010년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되자 인수위에서 도시건설위원회 간사를 거쳐 그해 10월 성남시 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임명됐다. 이사장이 공석이라 사장 직무대행이었다.

그의 임명을 두고 지역 정가에서도 말이 많았다. 유 전 본부장 임명 후 5일이 지난 2010년 10월 20일 성남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공채는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 절차로 진행됐다. 서류 접수기간은 약 일주일로, 공채 경쟁률은 2대 1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임원 임명 자격기준에서 '기타 임명권자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해당됐다. 그는 "인수위 시절 시설관리공단에 대한 부분을 보고받았을 때 상당히 미흡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공고가 났기에 시설관리공단에 질의를 넣었고 검토대상이 된다고 해서 서류를 제출했다"고 했다.

당시 임원추천위원회는 성남시(2명)와 시설관리공단(2명), 성남시의회(3명)에서 추천한 7명으로 구성됐다. 성남시 측 위원은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 이용철 전 성남산업진흥재단 대표 등이었다. 이들은 이 후보 성남시장 인수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한 바 있다. 당시 임명권자는 이 후보의 국감 증언대로 이사장이 공석이라 이사장 직무대행이었던 황인상 성남시 행정기획국장이었다.

당시 다수 시의원들은 그의 임명 절차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졌다. 대장동 개발 사업 초창기에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를 연결해준 것으로 알려진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당시 시의원)마저 당시 유 전 본부장의 자질 미흡을 질타했다.

최 시의원은 그가 공채 당시 제출한 이력서를 확인한 후 "이게 다입니까? 뒷장에 없어요? 이건 메모지"라며 "이런 이력서 처음 봤다. 저도 조그만 제조업을 하고 있지만, 저 직원 채용할 때 이런 이력서 안 받는다"고 했다. 박창순 시위원은 "예전에 전임 시장들 하는 행태하고는 약간 변형된 구도로 해가지고 직접 임명하지 않고 공개모집의 형식을 빌려서 가는 과정에 대해서 사람들은 상당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후보와의 친분설을 적극 부인했다. 그는 '현 시장님 선거캠프에서 일한 적 있나'라는 시의원 질의에 "선거캠프에서 일한 적은 없다"며 "도와준 적도 없다"고 답변했다. 거듭된 질문에도 "간접적으로 직접적으로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개인적으로 지지성명을 낸 적은 있다"며 "도와줬다기보다도 제 생각 소신을 펼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공적인 업무 때문에 만나서 말을 나눈 적은 있지만 사적인 자리에서 통화하거나 말한 적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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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본부장 임명 당시 시의회에서도 자질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19년 3월 6일 '임진각~판문점 간 평화 모노레일 설치 추진 계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는 당시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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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없었다"더니 유동규 '극단 선택 시도' 어떻게 알았나?

야당 의원들은 20일 국감에서 지난달 29일 검찰의 유 전 본부장 오피스텔 압수수색 및 체포 당시 관련 내용을 보고 받았는지도 추궁했다.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의 휴대폰을 창밖에 던지는 등 증거 인멸 시도 과정에서 이 후보와 교감이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기 때문이다.

국토위 국감에서 이 후보는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를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그가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를 떠난 후 "연락한 일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체포나 압수수색에 대해 정진상 등 비서진 누구에게도 보고받은 게 없나' '사후 대책회의도 한 적이 없나'라는 물음에 "그런 이야기를 못 들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유 전 본부장이) 이혼 문제 때문에 집안에 너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체포당할 당시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침대에 드러누워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시 약을 먹었다는 소문을 어떻게 알았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그래도 한때 같이 일하던 사람이니 관심이 없을 수는 없다"며 "그때 신문을 보니 '(유 전 본부장이) 누워서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 그런 이야기가 있어서 그랬다"고 했다. 이 후보는 누구에게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고 일축했다.

실제 검찰이 유 전 본부장 오피스텔 압수수색 당시 언론은 건물 관계자와 유 전 본부장 지인의 말을 인용해 "(유 전 본부장이)침대에 누워있었다. 검사는 문 열어줬고. 침대에 이불 덮고 우리가 제공해 준 그대로 누워있었다", "최근 많이 힘들어서 약을 처방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살'이나 '이혼'을 언급한 매체는 없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21일 "치명적인 실수"라며 이 후보가 고의적으로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원 전 제주지사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이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유서를 쓰고 드러누워서 막을 수도 있는 사람이 자살약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누구한테 들었는지 기억을 못 한다니. 그 천재가 그걸 기억 못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시 2시간가량 통화한 인물이 이 후보의 '복심'"이라고 주장했다. 원 전 지사는 "전화하는 걸 옆에서 본 사람이 제보를 보냈다"며 "이재명의 복심이면서 유동규까지도 잘 알고 달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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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관련 질의를 듣는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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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 환수조항' 발언 말 바꾸기" vs "나중에 안 것"

'대장동 국감'에서 사업 내용을 두고 여야가 가장 치열하게 맞붙은 쟁점은 '초과이익 환수조항'이었다. 2015년 5월 대장동 개발 사업 협약서 작성 당시 민간 사업자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추가로 넣자는 실무진 건의를 이 후보가 알고도 묵인했는지 여부를 두고 여야는 충돌했다. 이 후보의 배임 혐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가 아니라, 추가하자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20일 국감에서는 "제가 그때 의사 결정을 했다는 게 아니다"며 "최근에 언론에 보도가 되니까 '아, 이런 얘기가 내부 실무자 간에 있었구나' 알게 됐던 것"이라고 했다. 사업 협약서를 마련할 당시 초과이익 환수 건의가 있었지만 실무진 선에서 배제됐고, 자신은 나중에야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튿날에도 여진은 계속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이 후보를 위증(죄)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초과이익 환수 의견 미채택이 배임이냐의 논란은 요사이 국힘이 주장해 시작됐고, 2015년 사업협약 당시 저는 알지 못한 내용"이라고 거듭 반박했다. 사업 설계 과정에서 성남시 몫으로 4400억 원 고정 이익을 얻기로 했기에 공모 내용에 반하는 '추가이익 요구 의견' 자체가 채택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날 국감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성남시에 자료요구를 해서 저희도 전달하는 입장에서 자료를 보게 됐다"라고 말한 뒤에 덧붙인 것이라며 "이번 국민의힘의 요구자료 전달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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