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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정책관의 눈물…내년 5월 '궤도 안착'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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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연구동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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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누리호·KSLV-Ⅱ)가 우주에 첫발을 내디딘 21일 저녁 8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선 누리호 발사 결과 브리핑이 열렸다. 질의응답이 끝나고 브리핑을 마무리하려는 순간,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이 연단에 올랐다.

그는 “미완의 성공, 아쉬운 실패라는 얘기들이 있었는데 누리호는 개발 과정에서 첫 번째 시험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성공이나 실패로 규정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계단 하나가 남아 있다는 생각”이라며 “내년 5월에 꼭 성공시킬 수 있도록 격려를 부탁드린다”며 울먹였다.



권 정책관의 토로는 일리가 있지만, 엄격한 기준에서 보면 21일 누리호 발사는 실패로 규정할 수 있다. 지난 12일 누리호 발사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발사 성공의 기준’에 대해 정부는 2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누리호가 목표 궤도(700㎞)에 도달해, 꼭대기에 싣고 간 위성 모사체를 지구 궤도에 진입시키는 일이다. 둘째는 궤도 진입에 성공한 위성 모사체가 최종적으로 지구를 한 바퀴 공전하는 데 성공해야 한다.

21일 1차 발사에서 누리호는 탑재한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까지 올려놨고, 위성 모사체 분리까지 성공했다. 다만 분리된 위성 모사체가 궤도에 안착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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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과정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 항공우주연구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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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도 실패도 아냐…마지막 계단 남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누리호 발사 실패 직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진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라며 “오늘의 성공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성공’이라는 표현을 쓴 건 소수의 우주 선진국만 보유한 발사체 기술을 첫 발사에서 입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누리호는 일단 실제 발사 단계에서 클러스터링(clustering·군집) 엔진 연소 기술을 입증했다. 클러스터링 기술은 엔진이 보다 큰 추력(推力)을 내도록 다수의 엔진을 하나로 묶어 구현하는 기술이다.

누리호 1단 로켓엔진은 75t 엔진 4개가 마치 1개의 엔진처럼 성능을 구현했다. 엔진이 화염을 내뿜을 때 서로 간섭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평·균형을 유지했다. 누리호를 개발한 연구진은 이를 정확히 통제해 원하는 방향·고도로 자세를 제어했다.

나아가 누리호는 1단 로켓과 2단 로켓을 정확한 시점에 분리했고, 1단 로켓이 누리호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 2단 로켓이 정확히 불을 뿜었다. 지난 2009년 8월 25일 나로호 1차 발사의 실패 원인이었던 페어링 분리도 누리호는 완벽하게 해냈다. 페어링은 누리호 꼭대기에 싣고 있는 인공위성을 보호하는 일종의 덮개다.

나아가 3단 로켓 역시 정확한 시점에 점화하며 제 역할을 시작했다. 덕분에 위성 모사체를 싣고 간 누리호는 목표 고도였던 700㎞ 상공 도달에 성공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원장이 “100% 원하는 대로 (목표) 달성은 못 했지만, 중요한 부분은 이뤘다”며 “성공 쪽에 무게를 싣고 싶다”고 말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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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구름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7t 엔진 연소 조기 종료 원인 규명 돌입



다만 ‘마지막 계단’을 넘지 못한 건 3단 로켓을 추진한 7t 엔진이 생각보다 일찍 연소를 마치면서다. 원래 3단 로켓을 추진하는 7t급 액체 엔진은 521초간 연료를 태우며 날아가다가 위성 모사체를 분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획보다 46초 짧은 475초 만에 연소가 조기 종료됐다.

위성 모사체가 지구 궤도에 안착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가속도로 궤도에 진입해야 하는데, 예정보다 다소 빨리 액체 엔진이 멈추면서 위성 모사체도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고정환 항우연 발사체개발본부장은 “물체가 최소 초당 7.5㎞ 속도에 도달해야 지구 궤도에 올라탈 수 있는데, 위성 모사체의 속도는 최고 초당 6.4㎞에 그치면서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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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 다시 우주로 출발하는 누리호가 공식적으로 성공하려면, 3단 로켓 추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과기부는 항우연 연구진과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발사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원인 규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7t 엔진이 예정보다 일찍 연소를 멈춘 배경도 밝혀질 전망이다. 항우연은 일단 엔진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연료가 부족해서 연소가 멈춘 것도 아니라는 게 고정환 본부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명확한 원인 규명은 데이터 분석이 끝날 때까지 파악하기 어렵다. 오승협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엔진 공급계나 탱크 감압시스템이 문제일 수도 있고, 혹은 전자장비가 연소 종료 명령을 잘못 전송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단 추진계 시스템에만 수십 개 밸브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부 밸브 오작동 가능성도 있다”며 “원격 계측 데이터와 전자장비 입·출력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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