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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망 직원 일기장 읽은 한국투자공사 사장…용혜인 “고인 앞에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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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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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울먹이고 있다. 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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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한국투자공사 사장님이 있어서는 안되는 일을 하셨습니다.”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목소리가 떨렸다. “공사를 방어하기 위해서 고인의 일기장을 국정 감사장에서 읽으셨습니다. 저희가 아는 것이 있지만, 고인의 명예가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공사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개인의 사적 기록을 이 자리에서 들춰서 이야기했습니다.”

이날 용 의원은 한국투자공사 직원 A씨의 자살 사망 사건을 진승호 공사 사장에게 질의했다. 용 의원 판단에 A씨 사례는 특수성이 있었다. 한해 인정되는 산재 사망은 약 2000건, 이 중 자살 사망자가 산재인정을 받는 경우는 60건 수준이다. 자살 사망자는 산재 판정이 특히 어렵다는 것이 노동계의 일반적 견해다. 입증이 쉽지 않은 데다, 유족부터 자살을 산재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직장 내 부조리가 드러나는 일이기에 조직적 은폐·왜곡 가능성도 있다. “그 중 한 명이 공사에서 나온 겁니다.” 대부분 기재위원이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질의한 이날 국감에서 용 의원이 진 사장을 찾은 배경이다.

A씨는 지난 2016년 7월 고졸 청년인턴으로 공사에 입사했다. 입사 반년 만인 그해 12월 정직원으로 전환됐다. 입사 후 맡은 일은 공공기록물관리 ‘보조’ 업무였다. 입사 3년 만인 2019년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 당시 나이는 만21세였다.

경향신문이 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업무상질병판정서’를 보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인의 사망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참석한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라고 적시했다. 업무상질병판정서는 산업재해 여부를 판단하는 근로복지공단 산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개별 사례에 대해 내놓은 결론이다.

공공기록물관리 보조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입사 2년 만인 2018년 10월 갑작스레 기록물관리의 주담당자가 됐다. 기존 주담당자였던 상사가 그해 중순 출산휴가를 간 것이 계기였다. 대체인력이 입사했지만 막바로 이직하면서 주담당자 자리가 비었다. 현행법상 공공기록물 관리 담당자가 되려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하거나 전문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시행령에 따로 자격 요건을 명시할 만큼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다. 용 의원은 진 사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맡을 수 없는 업무를 전적으로 다 청년 직원에게 맡겨둔 거죠. 위법부당한 업무분장을 했던 것이고, 고인에게 중압감을 준 것입니다.”

홀로 공공기록물 관리를 담당하기 시작하고 두 달이 지난 2019년 1월, A씨는 최희남 당시 공사 사장 지시로 새로운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기존 기록물 관리업무는 계속 전담했다. ‘재해조사서’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4월부터 우울증상을 호소, 8차례 병원에서 우울증 진료를 받았다. 판정서에서 위원회는 “고인은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과도한 업무량으로 힘들어했다”면서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부담과 압박감을 호소했던 점, 고인의 책임의식이 높았던 점 등은 업무에 대한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나이, 학력에 따른 차별 가능성도 거론됐다. 위원회는 판정서에서 “(고인은) 2019년 1월부터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돼 업무특성상 타부서와의 협업이 어려웠던 점과 고인의 나이보다 연배가 있는 직원들과의 업무 조율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무에 대한 부담, 압박감, 책임의식, 지지결여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됐으며, 우울증이 악화돼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A씨를 자문한 의사는 “학력 및 나이에 의한 차별 가능성, 동료관계에서의 어려움 등 확인을 위해 동료 근로자들의 연령, 최종 학력, 부서 내 업무분장을 추가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고 한다.

용 의원은 국감장에서 진 사장에게 물었다. “과다 업무만 문제된 게 아닙니다. 단순히 업무부담만이 아니라, 직장내 괴롭힘이라던가 이런 것들 조사가 필요한 내용들이 있어요.” “회사에서 차별이나 직장내괴롭힘이 있었는지 조사, 감사 등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진 사장은 “경과에 대해서 조금만 보충설명 드리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일기장 내용을 저희들이 검토했는데, 쿼트(인용)를 하면 ‘사실 회사분들 아무도 나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어서’ ‘혼자서 일하고 싶은데 내 업무가 워낙 사람들하고 엮여야 하다 보니 부담이 되었나 보네’ 등 괴롭힘과는 무관한 내용이 확인됐다는 거고요. 유서 내용에도 고인의 괴롭힘에 대한 여부라든가 당사자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하는 기록이고요.”

진 사장의 발언을 들은 용 의원은 울먹였다. 그는 “재판기록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 사건의 전모에 대해서 다 파악하고 있었으면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 그리고 후속조치도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방금 전 사장님 발언으로 드러났다”며 “공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고인의 사적기록을 이 자리에서 들춘 것에 대해서 사과하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이렇게 썼다. “(진 사장은) 공사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고인의 일기장에서 몇 개의 대목을 골라 읊었습니다. 그 어떤 방어권도 행사할 수 없는 고인, 그리고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회사 직원의 일기장을 말입니다.”

용 의원은 A씨 사망에 관해 한국투자공사를 상대로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줄 것을 기재위에 요청한 상태다. 기재위에는 A씨 뜻과 무관하게 A씨의 사적 기록이 담긴 기재위 회의록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SNS에는 “너무 화가 나서 국감장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며 “진승호 사장은 고인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적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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