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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심부전과 살아가기] 협심증, 사람마다 양상달라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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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오후 외래 마지막 해가 질 무렵, 마지막으로 당일 접수한 환자분이 한 손에는 니트로링구알 스프레이를 꼭 쥐고, 다른 손으로는 가슴을 쥐어 잡고 다소 울먹이며 문을 여신다. 한눈에 보아도 많이 불편해 보이는 환자는 그날 하루 종일, 다니던 정신건강의학과를 비롯해서 서울 한 바퀴를 다 돌고 세 병원을 거쳐 나에게 방문했다.

이데일리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50대 초반의 환자는 3년 전에 폐경을 한 이후에 새벽마다 가슴 통증이 심하게 발생했고, 특히나 신경을 많이 쓰거나 하는 일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쥐어 짜는 듯한 통증이 매우 심하게 발생했다. 이에 3년 전 큰 대학병원을 찾아 심장을 먹여 살리는 관상동맥질환을 배제하기 위한 조영술을 하였고, 심장초음파와 운동부하검사를 했으나 이상 소견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스트레스가 심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심해져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권유받고, 공황장애 약을 복용하였는데 그러면서 다소 가슴 답답한 증상이 완화됐다고 한다. 2년 정도는 심한 가슴 통증은 없었으나 그래도 가끔 답답함이 있었다. 정기적인 심장내과 방문에도 이상 소견은 없어 지켜보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통증이 매우 심하였고,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서도 가슴 통증이 지속됐다.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반복되었으며, 혀 밑에 뿌리는 니트로링구알 스프레이를 하면 좀 나아졌으나 다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반복됐다.

다니던 병원에 오래 기다렸으나 환자가 많아 응급실로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다른 병원을 방문했는데, 마지막 관상동맥조영술은 정상이고, 현재 심전도는 정상이기 때문에 우선 약물 조정하고 지켜보자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약을 많이 썼음에도 나빠지니 심장 전문의에게 다시 방문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속적인 통증이 있었기에 환자는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본원을 방문했다고 한다.

울면서 “다 정상이라는데 나는 왜 아프냐”고 말하며, 하루 종일 서울 한 바퀴를 돌았다는 환자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서울을 한 바퀴 다 돌았음에도 아침부터 지금까지 흉통은 있었지만 쓰러지시진 않았으니 우선 급사할 심장이나 심근경색은 아닌 것 같으니 안심하라 이야기하고 환자의 말을 경청해 보았다. 심전도, 가슴 x-ray 는 정상이지만 니트로링구알에 반응이 있고, 날씨가 추워지면 증상이 심해지며, 폐경 이후 더 심해졌고, 술을 마신 다음에 증상이 심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악화되는 양상이 있고, 그리고 새벽녘에 심해질 때도 있었다는 점이 이형성 협심증에 가까운 소견이라 판단되었다.

협심증은 어떠한 이유로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 즉 관상동맥이 좁아져 흉통, 호흡곤란, 그로 인해 심장 근육이 괴사가 되는 경색 혹은 부정맥이 오면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다. 이때, 심장 혈관이 좁아지는 이유는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혈관 내에 동맥경화로 찌꺼기 등이 쌓이게 되어 혈관의 통로가 좁아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혈관이 내강 자체는 깨끗하지만 수축성으로 경련을 일으키게 되면 마치 혈관의 통로가 좁아진 것처럼 심장 근육에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후자의 경우 발생하는 협심증을 이형성협심증 혹은 변이형협심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지게 되는데, 동맥경화가 있어 찌꺼기가 쌓인 경우에는 언제 검사를 해도 병변을 찾을 수 있지만 수축에 의한 경련, 이형성 협심증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관상동맥조영술 자체는 깨끗하게 나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에르고노빈이라는 약물을 투약하여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수축을 유발하는 검사를 추가적으로 하여 심전도의 변화나 혹은 흉통이 발생했을 때 진단하게 되고, 환자가 약물을 복용하고 있을 경우 진단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진단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애매해 임상적으로 진단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술이나 담배에 의해 악화되며, 스트레스로 악화될 수 있다. 새벽녘에 주로 증상이 발생하게 되어 위식도 역류 증상과 혼동되기도 한다. 고지혈증이 없고, 다른 위험인자가 없는 여성 환자들도 스트레스나 폐경 이후 발생할 수 있고, 평소 증상이 없을 때 찍은 심전도에서는 이상 소견이 없고, 검진상 시행한 관상동맥 CT 상에서도 이상 소견이 없지만 이형성 협심증으로 추가 약물 검사 후 확진 될 수 있다.

이형성 협심증이 의심되었기에 환자를 우선 입원시켰다. 밤 동안 심한 흉통이 있을 때 촬영한 심전도는 외래 때 보였던 심전도와 완전히 다르게 T wave 역위가 관찰되었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니트로링구알 스프레이를 뿌리기 얼마 있다 흉통이 사라지면서 심전도의 T wave 역위도 사라졌다. 다음날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하였을 때, 안정 상태에서는 아주 깨끗한 혈관이었으나 약물 유발 시 관상동맥의 수축이 매우 심하게 일어나고, 환자가 눈물을 흘릴 정도의 심한 흉통이 동반됐다.

즉 환자는 관상동맥의 수축성 경련으로 인한 이형성협심증 환자였던 것이다. 환자의 어머님이 머리 쪽에 혈관 문제가 있었다고 이야기 하여 혹시 몰라 머리 혈관 촬영도 함께 진행을 하였는데 모야모야 병이라는 혈관 질환이 함께 있었다. 조금 희귀했던 경우로 케이스레포트를 했는데 모야모야병이라는 혈관병과 이형성 협심증이 함께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던 케이스였다. 환자는 스트레스나 불안정 시 혈관이 수축했기에 정신건강의학과 약이 어느 정도 처음엔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혈관 확장제를 복용하여야 했기에 이후 효과가 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환자는 지속적으로 혈관확장제를 복용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약은 모두 중단하고, 수년째 외래에서 가슴 통증이 전혀 없이 가끔 추운 날씨가 될 때, 니트로링구알 스프레이를 뿌리면서 지내고 있다. 환자는 늘 환하게 웃으며 병원에 들어오시면서 마지막 진료 때에도 자신의 말을 경청해 주고 잘 들어 주어서 정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주신다. 가슴 통증 없이 지내는 게 정말 행복하다고, 검사상 이상이 없다는데 자주 아픈 자신이 너무 민감한 게 아닌가 많이 고민했었다고 한다. 분명 이전 교수님을 다시 방문했어도 이번에는 이형성 협심증 검사를 했을 것이다. 모든 검사는 순차적으로 진행을 하고, 나 또한 모든 환자를 이형성 협심증 검사를 처음부터 하는 건 아니다.

환자들의 이름이 같아도 얼굴의 생김새가 다르듯이, 같은 질환명이어도 조금씩 그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진단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환자와 의사의 궁합이라는 것이 있어서 환자를 알아가기까지 시간을 두고 난 후에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나이가 들면서 처음에는 정상이었으나 다른 문제점들도 생기게 된다. 따라서 불편함이 있을 때 혼자서 앓고 있지 말고, 현재의 상황들, 변화하는 상황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담당 주치의에게 알리고 상담하는 것이 팔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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