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화장용 가짜 시신·총각 귀신 달래려고…납치당한 중국인 [김지산의 '군맹무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편집자주]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머니투데이

함께 납치됐다 헤어지고 31년만에 재회한 저우자잉(어머니), 타오샤오빈(아들)./사진=바이두


#지난 6월26일 인신매매로 팔려갔던 중국의 모자가 31년 만에 재회한 일이 여러 매체에 보도됐다. 모자가 나란히 납치됐다가 분리되고 다시 만난 기막힌 사연이었다.

1990년 3살이던 타오 샤오빈은 어머니 저우자잉과 고향으로부터 무려 2000km 떨어진 산둥성 한 마을로 팔려갔다. 이들을 팔아넘긴 범인은 동네 주민.

모자를 사들인 이가 돌연 사망하자 이들은 또 다시 팔렸다. 노총각이던 매수인은 예상과 달리 모자를 친절하게 대해줬다. 저우씨의 환심을 사려 했지만 고향 생각뿐이던 그녀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급한 상황에서 아들을 챙기지 못한 채 홀 몸으로 고향으로 돌아갔다.

홀로 남은 샤오빈은 노총각의 양아들이 됐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양아버지는 어지간한 부모 뺨칠정도로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키웠다. 샤오빈은 양아버지가 상처받을까 싶어 친부모를 찾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결혼 후 가정을 꾸린 샤오빈은 양아버지 허락을 받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고향에서 생모와 만났다.

#허난성 신샹후이현 리신메이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표준어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가끔 알아듣기 힘든 언어를 쓰는 걸 이상하게 여겼다. 그녀는 어머니가 1985년 납치돼 허난까지 왔다는 사실을 어른이 돼서야 알게 됐다.

2020년 9월, 리신메이는 틱톡에서 한 소수민족 언어를 접하고는 어머니 말과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다. 동영상을 올린 이에게 이메일을 보내 부이족 방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어머니가 늘 하던 말을 보내줬다. 동영상 제작자는 '집에 가고 싶다'는 뜻이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두 사람은 추적 끝에 어머니 언어가 구이저우 일대 거주하는 부이족 사투리와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현지 관광지 사진 24장을 어머니에게 보여줬다. 어머니는 흥분하며 손가락으로 길을 가리켰다.

어머니의 이름이 더량이었던 사실까지 파악한 리신메이는 어머니와 구이저우까지 이틀간 1359km를 날아가 외가에 도착했다. 어머니의 부모님은 백발의 모습으로 여전히 생존해 있었다.

머니투데이

소수민족으로서 납치 후 35년반에 아버지와 만난 더량 할머니/사진=산둥상보


중국에서 인신매매와 관련한 뉴스가 종종 보도된다. 피해자는 대게 여자나 어린이인데 인구가 14억명이나 되는 나라이다 보니 인신매매 이유도 많다. 2017년 3월 광둥성 루핑시에서 일어난 사건의 배경 역시 황당하다. 범인들은 죽은 사람 대신 화장을 하기 위해 한 남자를 납치했다. 끌려간 지역은 매장이 금지된 곳이었다. 유족은 고인을 몰래 땅에 묻기 위해 대신 불에 태울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납치범들은 시체를 구하지 못하자 산 사람을 관에 넣고 태워버렸다. 사후 안식을 얻기 위해서는 땅에 묻혀야 한다는 미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2019년 사망자 중 52%만 화장됐다는 통계도 있다. 드러나지 않은 유사 사건이 작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아이가 없는 가정에서 인신매매범들에게 돈을 주고 아이를 납치하는 일은 다반사. 지나치게 높은 남성 성비로 여자가 부족하자 소수민족 여자를 납치하는 일도 심심치 않다고 알려진다. 리신메이의 어머니가 이런 케이스다. 뿌리 깊은 남아 선호사상에 오랜 기간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하면서 여아 낙태 현상이 심해지자 여자가 부족해져 벌어진 현상이다. 실제 2004년에는 여성이 100명일 때 남성이 121.18명에 달했다.

총각 귀신을 구제해주겠다고 여성들을 살해한 뒤 영혼 결혼을 시키는 일도 빈번했다고 한다. 서구에서는 장기 적출을 위한 인신매매가 일상화 돼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인신매매가 성행한다'는 풍문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공식 통계가 없다. 납치되고 팔리는 아동이 한 해 1만~7만명에 이른다는 얘기가 있지만 근거 자료를 찾기가 어렵다. 부정기적으로 나오는 공식 발표를 통해 대강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2004년 3월 공안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2만360건의 여성 및 아동 인신매매 사건을 적발해 2만2018명을 체포하고 4만2215명을 구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 7월부터 12월까지 중국 공안부와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태국 경찰이 공동으로 단속에 나서 중국 내 여러나라 여성들에 대한 760건의 납치 및 결혼 사기를 적발하고 1332명을 체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말 국무원이 발표한 자료에는 2019년 공안이 여성 인신매매 320건을 적발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7월 중국을 5년 연속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 중 한 곳으로 지정했다. 18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인신매매 감시와 단속 수준을 나타내는 1~3등급 중 가장 낮은 3등급이었다. 이때 중국은 "미국이 인권 문제를 빌미로 중국을 공격하며 내정에 간섭하려 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이 인신매매 보고서에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소수민족 사람들 100만 명 이상을 구금하고 강제 노동을 시켰다고 언급한 게 중국을 자극했다.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