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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인기 없는 개혁은 안한다"…정책 '시한폭탄' 떠넘기는 정부[뉴스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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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 경제정책팀장의 픽: 정책 부담 떠넘기기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에서 약속 이행 책임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시한폭탄’ 경제정책이 이어져 논란이다. 재정 건전화, 온실가스 40% 감축, 국민연금 개혁 등이 꼽힌다. 이번 정부는 ‘꽃길’을 걷고, 다음 정부는 ‘가시밭길’을 걷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기획재정부ㆍ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재정건전성 개선 숙제를 다음 정부로 넘겼다. 정부는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재정진출 증가율을 2023년 5.0%에서 2024년 4.5%, 2025년 4.2%로 낮추는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의 연평균 지출 증가율은 8.5%에 이른다. 매년 확장재정으로 돈을 푼 정부가, 차기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주문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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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정부 총지출 증가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정부 들어 지출 증가율이 심각하게 커졌다”면서 “차기 정부는 이번 정부가 쌓은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부담을 출범 전부터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물가가 급등하자 공공요금 동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해 남은 기간의 물가 상승 압력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으로 밀어내는 모양새다. 실업급여만 해도 이미 홀로서기가 불가능한데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을 외치며 지급대상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음 정부부터는 플랫폼 노동자와 자영업자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40%(2018년 대비) 줄인다고 밝혔다. 매년 4.17%씩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데 연평균 감축률은 선진국의 최대 2배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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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예상 그래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2050 탄소중립위원회]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탄소 배출 없이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을 없애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지금대로라면 전기요금 인상 등 국민 부담이 커지고,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에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계획을 달성하려면 국내 전력 생산 구조부터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을 줄여나가는 탈원전 정책까지 밀어붙이는 상황이라 수술 범위는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감축 목표만 제시했을 뿐 어떤 발전소를, 몇 기 줄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책 도입 과정에서 수반될 탄소세 신설이나 전기요금ㆍ경유세 인상 같은 민감한 정책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이 없다.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해놓고, 해결은 다음 정부에서 하라는 비판이 나온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일은 없고 오늘만 있다’는 식으로 쉽게 풀기 어려운 과제를 차기 정부에서 하라고 미루고 있다“며 “5년 단임제라는 제도적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이번 정부에선 유독 미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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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재정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보건복지부]



다음 정부의 과제로 넘긴 국민연금 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 개개인이 내야 할 돈은 많아지고 받는 돈은 줄어드는 방향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는 인기가 없는 정책이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보수ㆍ진보를 가리지 않고, 지지율이 흔들리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보험료율ㆍ지급액 조정을 해왔다. 하지만 현 정부는 단 한 차례의 제도 개혁도 하지 않았다. 현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방치한 탓에 국민의 추가 부담이 5년 새 15조원 이상 늘어났다는 분석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나왔다.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은 “정권 유지를 위해 인기ㆍ지지율이 떨어지는 제도 개혁은 하지 않는 포퓰리즘 정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부담은 모두 우리 자식ㆍ손자세대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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