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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마력-주행거리 자랑은 끝’ 전기차 시대, 대세는 인터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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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인치 디스플레이까지 등장하며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 차세대 격전

동아일보

현대자동차는 최근 독일에서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스티어링휠(운전대) 특허를 출원했다. 둥근 림(테두리) 때문에 계기판 시야가 가리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아예 화면을 품은 운전대를 고안해낸 것이다. 똑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테슬라와 일본 도요타는 상단 림을 날려 비행기 조종간처럼 만든 ‘요크 스티어링휠’을 일부 모델에 옵션으로 적용했다. 미국 GM은 인스타그램에서 8월말 운전대 대부분을 디스플레이로 채운 직사각형 모양의 컨셉트 핸들을 공개했다. 휴대용 닌텐도 게임기 콘솔같이 생긴 핸들의 중앙 스크린에는 주행시 도로상황과 진행방향 등 정보가 증강현실(AR)로 겹쳐서 표시된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미래차의 개성을 드러내는 ‘내장 성형’이 활발해지고 있다. 초기 전기차의 성능 가늠자였던 배터리 성능이 400km(1회 충전당 주행거리) 이상으로 상향 평준화되면서 탑승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가 차세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센터페시아(대시보드 중앙)의 전유물이었던 디스플레이는 운전석 계기판을 넘어 조수석까지 확장일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4분기(10~12월) 국내 출시할 플래그십 전기차 세단 EQS는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스크린을 하나로 통합한 56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내년 출시 예정인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도 33인치 스크린을 장착한다. 차량 디스플레이 대형화를 촉발시킨 테슬라의 17인치 터치스크린(모델S)을 넘어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패널을 연결시킨 20인치 이상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등이 국산 준중형 모델까지 일반화됐다.

화면이 커지는 이유는 전기차 고유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용량은 일반 가정집에서 수일동안 쓸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제너레이터(발전기)와 배터리 용량 한계로 기존 내연기관차에서는 꿈꿀 수 없던 에너지 소모가 많은 전자장비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차량내 소프트웨어 성능도 고도화되면서 내비게이션이나 음악 재생 외에 더 많은 기능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인디EV는 14일 게임용 PC가 내장된 전기차 시제품을 공개했다. 고성능 컴퓨터에나 있는 인텔 i7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2080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차량에서 승객들은 15인치 디스플레이로 가상현실(VR) 게임 등을 즐길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 말 출시가 목표다. GM은 첫 전기트럭 허머EV에 차량 소프트웨어 최초로 현실과 구분하기 힘든 그래픽으로 유명한 ‘언리얼 엔진’ 게임 플랫폼을 적용했다.

차량용 통신 네트워크의 발전도 HMI 발전을 돕고 있다. 차량 성능을 스마트폰처럼 수시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무선업데이트(OTA)로 더 많은 기능이 더해질수 있는 것이다. 볼보는 최근 배터리 기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자동으로 차량내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무선 업데이트했다. 제네시스는 GV60부터 OTA 범위를 에어벡, 첨단운전자보조 시스템 등 차량 전반으로 확대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전면유리의 작은 정보창 역할에서 벗어나 증강현실 범위를 넓히고 있다. 파나소닉 자동차 사업 브랜드인 파나소닉 오토모티브는 유리창에 차량 속도 뿐 아니라 보행자, 진행방향, 구조물 높이 등 필요 정보를 표시하는 증강현실 HUD를 2024년 접목할 계획이다.

차세대 디지털 콕핏(조종석) 구축과 인포테인먼트 차별화를 위한 각사의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글로벌 자동차 전자부품 업체인 비스테온은 최근 보안에 강점이 있는 블랙베리와 기술개발 동맹을 맺었다. 지난해 출시한 제네시스 GV80 등에 ‘엔비디아 드라이브’ 운영 체제를 적용한 현대차는 내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신차에 엔비디아의 차량용 반도체를 탑재하는 등 커넥티드카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지리는 인텔 모빌아이 칩을 탑재해 HMI 고도화 작업에 착수했다. 프랑스 르노는 신형 전기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퀄컴 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성능 기준은 더 이상 속도나 마력이 아닌 디지털 처리 능력으로 옮겨지고 있다. 차량에서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 확대와 자율주행 발전에 따라 자동차 디스플레이 적용 범위와 차별화된 공간 경쟁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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