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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코리아루트 ] '대중의 소망 표출'‥ 오징어 게임과 강원도 민속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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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풍속과 어우러진 민속놀이

신과 인간, 자연과 인간의 교감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낸 한국 영화 '오징어 게임'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어릴 적 게임을 하면서 어린이들아 자주 쓰던 "죽었다" "살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인데 '오징어 게임'은 이에 착안해 실제로 목숨을 건 게임을 진행한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우화 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며 "삶의 극한 경쟁과 비슷한 극한 경쟁을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은 대중문화 현상이 됐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재차 주목하게 했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라져 가던 추억의 놀이를 재조명하는 계기도 된다.

우리나라의 민속놀이는 대부분 세시풍속과 어우러져 이뤄졌다. 본지는 강원도 지역의 민속놀이를 적시(摘示) 한 '동국세시기' 상원일(上元日)의 민속 등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놀이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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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민속예술경연대회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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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민속놀이로 춘천의 '차전(車戰)'과 어린이들의 '새 쫓는 소리 내기'가 있다.

강원도사에는 "춘천에 전해오는 차전이 있는데 마을마다 외바퀴 수레를 만들어 앞으로 몰고 나와 싸웠다"면서 "그해의 일을 점쳤는데 지는 쪽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고 차전을 설명하고 있다.

관동 산골 풍속으로 어린이들이 모여 소리쳐서 온갖 새의 이름을 부르며 새 쫓는 시늉을 하는 것을 '새 쫓는 소리 내기'라고 한다. 풍년이 들기를 비는 뜻이다.

차전과 온갖 새 이름을 부르며 새 쫓기를 한 풍속을 춘천과 강원도 산골의 민속으로 기록한 것은 이 놀이가 특별한 풍속으로 보였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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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거북 놀이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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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관동(關東)이라 함은 영동(嶺東) 지역을 한정한 것이 아니라 강원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광복과 6·25 전쟁의 격동기를 지나고 발행(1959)한 강원도의 인문지리지인 '강원도지(江原道誌)'에 따르면, '유희(遊戱)'라는 항목으로 80여 종목의 민속놀이와 성행하는 놀이 24개 종목은 놀이 방법까지 자세히 소개했다.

여기서 '유희'라며 소개한 어린이 놀이는 다음과 같다.

수박따기·꼰뜨기·숨바꼭질·땅재먹기·군사놀이·땅빼앗기·실놀이·돌차기·문답놀이·제기차기·조조(曹操)잡기·공치기·엿치기·팽이돌리기·줄넘기·손바닥치기·잠자리잡기·어깨동무·눈싸움[眼爭]·가마타기·성냥개비놀이·바람개비 돌리기·고무줄넘기·훌라후프돌리기 등 이다.

또 1970년대 정부에서 실시한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강원도 편에서 민속놀이는 영동지역과 영서지역으로 구분해 지금까지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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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관노 가면극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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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서지역은 널뛰기·윷놀이·연날리기·돈치기·대보름 모닥불 놓기·줄다리기·제기차기·쥐불놀이·자치기·팽이치기·구슬놀이·공기놀이·방울 치기·숨바꼭질·목자 놀이·고무줄놀이·딱지치기·수건 돌리기·깡통차기·손뼉치기·고니놀이·장기·바둑·화투치기 등 이다.

영동지역은 연날리기·윷놀이·널뛰기·팽이치기·바둑·장기·골패·마작·투전·화투·씨름·돈치기·자치기·못치기·딱지치기·설이·땅 빼앗기·고니(우물 고니·호박 고니·5밭고니·바퀴고니·참고니)·풀각시놀이·공기·그네·엿치기·바람개비 돌리기·진(陣) 빼앗기·숨바꼭질·말타기·줄넘기·제기차기·목침 빼앗기·팔씨름·낫 치기·걸립(乞粒)·눈싸움[雪戰]·가마놀이·감영놀이·신랑 달기·신방 엿보기·만(萬) 동생·다리 헤기·짱 치기·줄다리기·농악 등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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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사자 놀음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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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에 순응하는 민속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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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대도둠 놀이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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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광복과 6·25 전쟁 등의 격변기를 겪으며 서구 문화와 산업화에 밀려 우리 농촌의 취락(聚落) 형태가 바뀌었다.

영농 방법 변화에 따라 농촌의 영농과 관련 있던 많은 민속놀이가 자연스럽게 우리의 주변에서 사라지게 됐다.

환경 변화와 공해(公害) 여파로 어린이들이 땅과 가까이하던 야외 놀이는 금기(禁忌) 놀이가 돼버렸다.

농민들의 축제였던 '호미씻이'도 단절됐고 어린이들이 자연과 함께 즐기던 '목자 놀이', '풀 각시놀이' 역시 금기 놀이가 됐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민속놀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1959년부터 열린 전국민속예술경연 대회 개최를 계기로 민속극·민속무용·민속음악·민속놀이 분야 작품을 도 단위로 활발한 발굴 작업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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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칡 줄다리기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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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성과 전통성을 부각할 수 있는 광장에서 마당놀이와 집단 민속놀이가 주목받게 됐다.

대표적인 것들이 강릉관노 가면희·월정사 탑돌이·춘천 차전놀이·삼척 기줄다리기·화천 장치기·영월 칡줄다리기이다.

이 밖에 동해시 북평 원님놀이, 원주 회촌·영월 남면·횡성 정금리의 호상놀이인 대도듬, 평창 대방놀이, 양양의 신랑 달기를 들 수 있다.

민속놀이는 신과 인간,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비롯해 인간과 인간과의 교감까지 희망하는 대중의 소망을 표출한 행위여서 강원도 지역 민속놀이도 이 범주에 포함됐다.

특히 강원도는 산간지역이 가장 많은 엄혹한 자연환경 때문에 주민들의 이와 같은 소망이 가장 컸던 고장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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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청실홍실 놀이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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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6·25 전쟁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인구 이동이 제일 적어 지역 민속이 비교적 고유성을 갖고 오랫동안 전승될 수 있었다.

강원도 민속놀이는 우리나라의 보편적 전승 문화 틀 속에서 지정적(地政的) 환경에 따라 특수성도 있다.

'외바퀴 수레 싸움' 같은 춘천의 차전은 지역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놀이 중의 하나다.

산이 많은 지리적인 여건이 외부와의 활발한 접촉을 제한해서 인간관계보다는 자연에 순응하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민속놀이에도 반영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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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치기 [국립민속박물관]


지게놀이·낫 치기는 산간(山間)에서 나무하는 아이들이 서로 의지하고 소통하는 방법이었다. 다양한 어린이 놀이가 오랫동안 전승됐던 것도 강원도 민속놀이가 갖는 특징이다.

풀각시놀이·풀싸움·땅재먹기 등 자연 친화적인 놀이와 어린이들끼리 정을 나누는 순수한 동심을 나타내는 각종 어린이 놀이가 오랫동안 전해져 오고 있다.

라영철 기자 ktvko258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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