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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中, 대만 공격 땐 보호할 것" 베이징 뒤집은 바이든 실언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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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만 공격하면 미국 나서나"에

美 바이든 "그렇다" 두 차례 답변

中 "대만 독립 세력 부추기지 말라"

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볼티모어의 볼티모어 센터 스테이지 펄스톤 극장에서 CNN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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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중국이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발언의 의미를 놓고 백악관·국방부가 진화에 나섰다.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지 말라”고 발끈했음은 물론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 CNN 방송과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 그들을 따라잡을 것인가. 또한 대만을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질의를 받고 “(두 질문 모두)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에 앤더슨 쿠퍼 CNN 앵커가 “중국이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답변한 것이냐”고 재차 확인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할 약속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발언은 중국만이 공인된 중국 정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확장할 수도 있다.

이에 중국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양도할 수 없는 부분이며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고 ‘대만 독립(台独)’ 분리주의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미·중 관계를 훼손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22일 벨기에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안보회의 참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안(cross-strait, 중국과 대만) 문제로 충돌이 일어나는 걸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분명히 그렇지 않으며, 그래야할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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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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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장관은 이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대만관계법, 미·중 3대 공동성명, (대만에 대한) 6대 보장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은 1972년·79년·82년 순차 합의한 3대 상하이 공동성명에 따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중국에 재확인한 것이다. 그간 미국은 대만과 공식 외교 관계를 맺지 않는 대신, 대만의 미래를 결정하는 모든 문제는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미국은 동시에 국내법인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무기 수출을 허용함으로써 자력 방위를 돕고, 대만에 불리한 양안 협정을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등의 대만과의 관계에 관한 6대 보장 원칙을 세우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중국·대만을 향한 자세는 ‘전략적 모호성’이라고도 불린다.

백악관의 젠 사키 대변인도 정례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발언은 모호하지 않았다. 의도적인 것이냐’는 질의를 받고 “대통령이 정책이 달라졌음을 전달할 의도도 없었고, 우리가 정책을 변경하기로 결정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하나의 중국’을 유지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럼에도 ‘중국의 군사공격이 있을 때 미국의 개입은 없다는 게 맞다는 의미냐’ 등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사키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이 우리의 정책과 견해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혔다”며 “그것이 대통령의 생각이고, 국방부 장관의 생각이며 누구도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대해선 단순 착오였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백악관·국방부가 바로 해명에 나선 만큼 미국의 기존 정책이 달라졌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게 미·중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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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월 21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화상으로 연설했다. [AP·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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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 이달 초 중국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침범 사태 때 “나는 시진핑 주석과 통화했다”며 “우리는 ‘대만 협정(Taiwan agreement)’을 준수하기로 동의했으며, 나는 그가 이를 준수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한 적이 있었다. 이때 바이든이 말한 ‘대만 협정’의 용어는 또다시 해석 문제를 낳았지만,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재확인했다는 것”이라는 사후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미·중 경쟁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점점 덜 모호해지는 방향으로 가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 의미심장하다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정부 관계자들이 중국을 일부러 자극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지불식 간에 내심이 드러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ABC뉴스 인터뷰에서도 대만을 나토·한국 등 동맹국들과 동일선상에서 언급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미 CBS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전통적인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명확성’으로 대체됐음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미국과 대만의 안보협력 강화 등 ‘명확성’의 요소가 지난 몇 달 동안 미 행정부의 말과 행동에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의 22일 발언의 전후 맥락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어 약속’ 발언은 그가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대해 “그들(중국)이 더 강해질지 걱정하지 말라. 우리는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다음에 이어졌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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