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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뚜렷한 유동규 배임 정황…향후 수사 관건은 "'윗선'이냐, 개인 일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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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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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공소장에 핵심 혐의인 배임 혐의를 제외하면서 향후 수사에서는 배임 혐의 입증이 과제로 떠올랐다. 유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에 그치는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윗선’까지 이어지는 지 밝히는 게 수사의 관건이 됐다. 유 전 본부장의 배임 정황은 공소장 곳곳에 담겨 있다.

■공소장 곳곳에 유동규 배임 정황

2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김태훈 4차장검사)이 21일 법원에 넘긴 A4 8장 분량의 공소장을 보면 유 전 본부장이 고의로 대장동 개발 시행사 ‘성남의뜰’ 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에 막대한 개발 이익을 몰아준 정황이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일하던 2012년 화천대유 측 남욱 변호사에게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간사업자로 선정돼 민관합동으로 대장동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2013년 2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주도로 공사 설립 조례안이 통과된 뒤에는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구획 계획도 너희 마음대로 다해라. 땅 못 사는 것 있으면 내가 해결해 주겠다”며 “2주 안에 3억원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남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재창씨는 각각 돈을 마련해 같은 해 4월∼8월 강남 룸살롱 등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3억5200만원을 전달했다.

■대장동 세력 설계대로 돌아간 판

이후 대장동 개발 사업은 화천대유 측 설계대로 진행됐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2014년 4월 대장동 도시개발 주민추진위원회 회의 녹음파일을 보면,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이) 재선되면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얘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민감한 시기라 저희는 안 만난다”며 “공사가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재명 시장이 되고, 유동규 본부장이 사장이 되면”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민추진위 인사가 ‘새로운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은 임기가 없느냐’ ‘황무성은 낙동강 오리알이네. 몇 달 써먹고 말았네’라고 말하자 남 변호사는 “임기는 있는데 사임하면 뭐”라고 답했다. 그 해 1월 취임한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이 중도 사퇴하면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남 변호사는 황 사장이 임명된 데 대해 “형식적인 공개채용”이라고도 했다. 회의 당시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일시 퇴직하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돕고 있었다.

남 변호사의 발언은 이후 고스란히 현실화됐다.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은 임기를 1년6개월 남겨두고 2015년 3월 돌연 중도 하차했고, 유 전 본부장이 권한대행 역할을 하며 대장동 개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측인 정민용 변호사와 김민걸 회계사 등 인맥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수혈하고 초과이익 환수 조항도 삭제하는 결과를 이끌었다.

■유동규의 일탈이냐, 윗선 개입이냐

향후 수사의 관건은 이같은 행위가 유 전 본부장 개인의 일탈인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윗선’의 관여가 있었는지 밝혀내는 데 있다. 유 전 본부장 채용에 이 지시가 관여했는지, 이 지사가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지가 쟁점이다.

별다른 관련 이력이 없었던 유 전 본부장이 이 지사 선거 운동을 도운 뒤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발탁된 점,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선출된 이후에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된 점 등이 두 사람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정황으로 꼽힌다.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투자팀장으로 공모지침서 작성 등 실무를 담당한 정민용 변호사가 최근 대장동 개발 사업 동업자들에게 ‘공사 이익을 확정한 내용의 공모지침서를 작성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직접 보고하러 갔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후 바뀐 검찰 수사

검찰의 배임 혐의 수사를 두고 선·후가 뒤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는 확실한 혐의를 넣고 보강 수사를 거쳐 기소할 때 혐의를 추가하는 게 통상적이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의 경우 구속영장 청구 때는 배임 혐의를 비롯한 여러 혐의를 넣었다가 정작 기소할 때는 혐의가 대폭 줄었다.

당초 검찰이 녹취록에만 의존한 채 별다른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고, 대장동 개발 인허가 자료가 포함된 성남시청 압수수색도 뒤늦게 들어간 탓이다. 그렇다보니 여당은 “뚜렷한 물증도 없이 의도를 갖고 배임 혐의를 구속영장에 넣었다”고 비판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공소장에 배임 혐의를 뺀 건 ‘이재명 꼬리자르기’”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50억 클럽’ ‘700억 약정설’ 등 정관계 로비 의혹도 규명돼야 할 과제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 곽상도 무소속 의원 등에게 755억원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서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노래방에서 김씨에게 대가를 요구했고, 김씨가 “그동안 기여를 고려해 700억원 정도를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김씨가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실소유한 유원홀딩스의 주식을 고가로 매수하는 방안,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을 유 전 본부장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안,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을 김씨가 받은 뒤 유 전 본부장에게 증여하는 방안, 남 변호사가 천화동인 1호를 두고 명의신탁 소송을 내 돈을 받은 뒤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김씨와 남 변호사,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을 불러 유 전 본부장의 배임 등 혐의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씨와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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