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CEO] 세계인 사로잡은 K푸드…韓정부 통큰 금융지원 절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한국 식품을 세계에 유통하는 한상(韓商) 가운데는 이제 거상(巨商)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작 정부 지원은 10년째 같은 방식이다 보니 더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일식 유통업체와 비교하면 우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기분입니다. 대체 언제까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에 의존한 판촉행사만 할 건가요."

베트남에서 한식품 유통업을 하는 고상구 K&K글로벌 회장이 털어놓은 현실이다. 최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19차 세계한상대회에서 고 회장을 만났다. 고 회장은 "먹거리는 10년을 투자하면 100년을 먹고살 수 있는 수출 아이템"이라며 "한류는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 수 있지만, 한류가 불 때 우리나라 먹거리 수출에 투자해 세계인 입맛을 길들여 놓으면 그것이 평생 한국을 먹여 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액세서리 공장을 운영하던 그는 20년 전 당시 43세 나이에 베트남으로 이민을 가 백화점 사업을 시작했다. 백화점 사업은 실패했으나 그가 판매하던 인삼이 베트남에서 인기를 끌면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이후 그는 회사를 베트남 최대 한식품 유통업체로 키웠고, 2017년부터 5년 연속 베트남 100대 브랜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K&K글로벌은 베트남에서 약 12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프리미엄 한식품 매장인 'K-마켓'을 비롯해 인삼 매장(스타코리아), 한식 매장(푸드스토리) 등이 있다. 연간 매출액은 1억4000만달러(약 1600억원), 종업원은 약 1500명이다.

이처럼 고 회장은 성공한 한상이지만, 정부 지원 이야기를 꺼내니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K푸드 판매 확산을 위해서는 콜드체인(저온 유통체계)이나 물류센터 같은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며 "인프라를 깔기 위해서는 금융이 필요한데, 베트남 현지에서 대출을 받으면 연 7~8% 금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정부 기관이 나서 한상 기업에 금융 지원을 해야 한다"며 "그것이 결국 한국 농수산 식품을 수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입장에서 봐도 유통업체가 보유한 용지를 담보로 잡으면 되는 만큼 손실을 볼 위험이 없다고 고 회장은 설명했다.

그가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두 번의 큰 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초창기 백화점 폐업, 두 번째는 2014년 2월 하노이 물류센터에 불이 나 모두 잿더미가 됐을 때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세 번째 위기가 되지 않았다. 고 회장은 "매출 대부분이 기업 간 거래(B2B)로 이뤄지다 보니 큰 피해는 없었고, 오히려 다른 폐업 식당 고객까지 유치하면서 매출이 소폭 늘었다"며 "다만 내년까지 K-마켓 매장을 200개까지 늘리려던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어졌고, 다낭 복합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시기를 잘 극복한 만큼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다시 사업에 가속페달을 밟을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베트남 교민 약 17만명 중 수만 명이 귀국했고, 연 420만명에 달하던 한국인 관광객 발길도 끊겼다. 전체 매출에서 한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에 불과하지만 충성 고객인 데다 1인당 소비 규모는 현지인보다 크다. 이에 고 회장은 교민·관광객·기업인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호찌민에 두 번째 물류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내년에 용지를 확보하고 내후년 건립이 목표다. 규모는 하노이 물류센터와 비슷한 2만4000㎡(약 7000평)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승부수는 K-마켓 온라인몰 활성화다. 고 회장은 "온라인몰 성패는 물류비에서 갈리는데, 우리는 120개 매장이 물류거점 역할을 하며 배달 가능 지역에만 배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베트남 최고의 한국 상품 전용 온라인 몰로서 애플리케이션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고 회장은…

△1958년 대구 출생 △대구 성광고 △고려대 경영대학원(수료) △2014년 아·태 한국식품수입상 연합회장 △2016년 베트남한인회 총연합회장 △제18차 세계한상대회 대회장 △2006년~현재 K&K글로벌 회장

[이유섭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