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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전화 속 '그놈' 이렇게 많았나…두달새 3022명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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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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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최근 본인을 김대성 대구지검 검사라고 소개하는 전화를 받았다. 흔하디 흔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로 보이지만 A씨는 순간 사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칭 김대성 검사가 A씨에게 대포통장을 사용한 사기 범죄에 연루돼 있으니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잔뜩 겁을 먹은 A씨는 돈을 줘야 혐의를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그들이 금융감독원 직원이라며 보낸 사람에게 현금 5000만원을 건넸다.

정부가 올해 4~6월에 실시한 집중 단속에도 보이스피싱 범죄가 뿌리 뽑히지 않자 또다시 특별단속에 나섰다.

특히 대포통장 개설이 어려워지자 범죄자들이 직접 피해자를 찾아가 현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속출해 또다시 집중 단속에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번 단속을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 혐의자 3022명을 검거하고 172억원 규모 불법 환전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범행 단계별로 △대포통장 △대포폰 △변작 중계기 등 유인·기망 통신수단 △불법 환전 등이 활용되는 만큼, 경찰은 범행 수단을 색출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가장 많이 적발된 범행 수단은 대포폰으로 2만739대에 달했다. 그 뒤를 이어 대포통장(2908개), 불법 중계기(192대) 등 순으로 적발됐다. 이는 지난해 8~9월과 비교해 대포폰은 1810%, 대포통장은 9% 증가한 것이다. 불법 환전 행위는 9건으로 총 172억원 규모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계좌 이체형 수법이 대다수였지만, 대포통장 발급 심사와 단속이 강화되면서 해당 수법이 줄었다"면서 "최근 들어 직접 돈을 받는 대면형 범죄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특히 이번 특별단속을 통해 대포폰 6189개를 개통하고 5810회의 미끼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문자 발송 업체와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뒤 불특정 다수에게 다량 유포한 앱 개발자를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대포폰의 경우 알뜰통신사 비중이 높았다. 알뜰통신사가 70%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KT(25%)가 많이 적발됐다. 알뜰통신사를 제외한 일반 통신사 중에서는 KT가 88.6%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대포폰을 개통하는 방법으로는 선불폰, 유심칩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 69%를 차지했다. 이들 대포폰은 외국인, 법인 명의로 개통된 것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경찰은 외국인(36%), 법인(19%) 명의로 개통된 대포폰 비중이 55%를 차지해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포통장은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개설된 것으로 집계됐다. 개설 기관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이 515건으로 1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그 뒤로 KB국민은행 456건, IBK기업은행 403건 등이었다. 개설 명의는 개인(74%), 법인(25%) 순이었고 법인의 경우 유령 법인을 설립한 뒤 통장을 개설하는 사례들도 확인됐다.

외국에서 걸려오는 인터넷 전화 발신 번호를 휴대전화 번호로 바꾸는 '불법 변작 중계기' 범죄 피해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에서 걸려오는 070 인터넷 전화 발신 번호를 010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것이다. 이 범죄의 경우 물건을 택배로 받아 사무실에 설치(58%)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되자 차량이나 산길, 공사장에 이동형으로 설치하는 사례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환전 행위도 수가 적지만 금액이 막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 환전 행위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 피해금을 해외 범죄 조직에 보낸 경우를 뜻한다. 단속 결과 9건에 대해 14명을 검거하고 이 중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의 불법 환전 금액은 172억원에 이른다.

경찰은 최근 특별단속으로 보이스피싱 발생이 3월 4017건에서 9월 1812건으로 약 52% 감소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구직 사이트 등을 통해 문자 발송 대행이나 채권추심 업무 등을 한다고 속이고 실제로는 범죄에 가담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가담한 경우 내년 1월 11일까지 특별 자수 기간에 제보하면 처벌을 감면해주겠다고 했다.

[문가영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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