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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이도스, 영국여왕 버리고 대통령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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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0일 독립 55년 만에 바베이도스 첫 대통령에 선출된 샌드라 메이슨(오른쪽)이 2018년 3월 총독 임명 당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나고 있다. [영국 왕실 트위터 캡처]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가 군주로 모셨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국가 원수직에서 해촉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55년 만이다.

바베이도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샌드라 메이슨(72) 총독을 첫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고 CNN 등이 22일 보도했다. 상원과 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당선된 메이슨은 여왕을 대신해 국가 원수에 오른다. 바베이도스 첫 여성 총리인 미아 모틀리는 성명에서 “이번 선거는 (공화국으로 가는) 국가의 여정에서 매우 중대한 순간”이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가치를 상징하는 매우 열정적인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고 선언했다. 메이슨 당선인은 영국 독립 55주년인 내달 30일 취임식을 갖고 4년의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1625년부터 영국 치하에 있었던 바베이도스는 인구 30만도 안 되는 작은 국가다. 식민지 시절 영국 농장주와 흑인 노예들이 이주했고, 현재 인구의 90%가 아프리카계다. 1966년 독립 이후에도 입헌군주국으로 존속해 엘리자베스 2세를 군주로 섬겼다. 영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 ‘카리브해의 영국’이라고도 불린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년 100만명이 찾았을 정도의 인기 관광지다. 세계 최고 부자 가수인 미국 팝스타 리한나가 이곳 출신이다.

영국의 옛 식민지국이 여왕을 국가원수에서 배제한 건 이번이 약 30년 만이다. 독립 후 입헌군주제를 폐지한 국가로는 가이아나(1970년), 트리니다드토바고(1976년), 도미니카(1978년) 등이 있고 지난 1992년 모리셔스가 마지막이었다.

메이슨은 바베이도스 최초의 여성 법률가다. 19세이던 1968년 중등학교 교사로 취직한 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에서 일하다가 1975년 신탁 관리 변호사를 거쳐 3년 후 바베이도스 여성 최초로 판사로 임용됐다. 199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창설 멤버로 의장까지 맡았고, 카리브공동체(CARICOM) 위원을 역임했다. 대법관까지 지낸 그는 ‘여성 최초’ 기록을 끊임없이 세웠다. 2014년엔 바베이도스인 최초로 영연방 사무국 중재재판소 위원이 됐고, 여왕의 추천에 따라 2018년 바베이도스 8대 총독이 됐다.

바베이도스는 영연방 국가로 남을 예정이다. 영국 왕실은 “(공화국 전환은) 바베이도스 정부와 국민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는 현재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12개 이상 국가의 원수직을 유지하고 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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