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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한국영화 세계화 개척한 이태원씨 별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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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태백산맥'·'춘향뎐' 등 서른일곱 편 제작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 '하류인생'에서 조명되기도

칸·베네치아국제영화제 진출…옥관문화훈장 받아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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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1993)', '태백산맥(1994)', '춘향뎐(2000)' 등 영화 서른일곱 편을 제작한 이태원 태흥영화사 전 대표가 24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고인은 지난해 5월 낙상사고를 당했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오후 눈을 감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한숙씨와 아들 철승·효승·지승씨, 딸 선희씨가 있다. 빈소는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26일 오전 10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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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1938년 평양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한국전쟁 발발로 가족과 헤어져 어려움 속에 성장했다. 장터에서 물건을 팔며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했다. 명동 건달패에도 몸담기도 했다. 그는 1959년 우연히 만난 무역업자의 권유로 영화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유정천리'는 흥행에 실패했다. 고인은 군납과 건설 관련 일을 하다 1973년 의정부의 한 극장을 인수하면서 다시 한번 영화계와 인연을 맺었다. 경기, 강원 지역에서 영화를 배급해 번 돈으로 1984년 부도 직전의 태창영화사를 사들여 태흥영화사를 설립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주로 성인 에로영화를 제작했다. '무릎과 무릎 사이(1984)', '뽕(1985)', '어우동(1985)' 등이다. '경마장 가는 길(1991)', '화엄경(1993)' 등 도전적인 소재의 작품으로 발을 넓혀 거물 제작자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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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은 훗날 임권택 감독의 영화 '하류인생(2004)'에서 조명됐다. 그는 임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과 함께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역작을 여럿 남겼다. 첫 영화 '비구니(1984)'는 불교계 반발로 개봉이 무산됐으나 이후 만든 작품들은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 '장군의 아들(1990)', '서편제', '태백산맥', '춘향뎐', '취화선(2002)' 등이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서 주연한 강수연은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장군의 아들'과 '서편제'는 서울에서 각각 관람객 68만 명과 100만 명 이상을 불러 모았다. 조정래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태백산맥'은 요동치는 한국사를 직시해 지금도 빼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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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 초석도 다졌다. '춘향뎐'은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임 감독은 2년 뒤 '취화선'으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차지했다. 고인의 자전적 삶을 다룬 '하류인생'도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찬사를 받았다. 고인은 2000년대 중반부터 영화제작에서 손을 뗐다. 태흥영화사가 보유한 저작권을 관리하며 평온한 노후를 보냈다. 한국영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옥관문화훈장, 은관문화훈장, 대종상 영화발전공로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특별제작자상, 백상예술대상 특별상 등을 받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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