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정영학·남욱 녹취에 기댄 유동규 기소…"법정서 다 깨질 수도"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구속영장심사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기소되면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의 법정 공방의 막이 올랐다.

법조계에선 '정영학(53) 회계사와 남욱(48) 변호사의 녹취 파일'에 대한 증거능력 인정 여부 등이 재판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3억5200만원)는 공여자인 남욱 변호사 녹취 파일과 진술을, 부정처사후수뢰(약속) 혐의는 대장동 개발이익 중 700억원을 유 전 본부장에 준다는 내용인 담긴 정 회계사 녹취 파일을 각각 주요 증거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뇌물 사건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남 변호사나 정 회계사 역시 사건 주범들인데 이들이 제출한 녹취 파일이나 진술에만 의존했다가 나중에 진술이 바뀌거나 다른 객관적 증거가 나오면 공소사실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검찰은 지난 3일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 혐의 중 위례신도시 민간사업자인 정재창(52)씨가 건넨 3억원 뇌물을→21일 공소장에선 남욱 변호사로부터의 대장동 관련 뇌물로 변경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올해 1월 5억원을 받은 혐의는 아예 공소사실에서 삭제했다. 무엇보다 최대 혐의인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수천억원대 업무상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수사가 부족하다”며 뺐다.



법원, 부패범죄 전담부에 대장동 사건 배당



중앙일보

유동규 전 성남도공 본부장 혐의 변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유 전 본부장 사건을 부패범죄 전담 재판부인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아직 첫 재판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심리를 맡은 형사합의22부는 최근 독직폭행 혐의를 받는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116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에게 각각 유죄를 선고했다.

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 21일 대장동 사건 수사에 착수한 지 22일 만에 유 전 본부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부정처사후수뢰(약속)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2012년 남 변호사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대장동 민·관 합동 개발의 사업권을 주겠다”고 제안한 뒤 “3억원만 해달라”며 뒷돈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2013년 공사 출범 이후 “대장동 개발사업 구획계획도 니네 마음대로 그리고 다 해라”라고 하며 금품을 요구해 2013년 4~8월 수회에 걸쳐 현금 3억5200만원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유 전 본부장은 2014~2015년 화천대유를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선정하고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받는다.



정영학·남욱 녹취, 법원서 증거능력 인정될까



중앙일보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남욱 변호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소환돼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재판에 넘긴 2개 혐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건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가 낸 녹취 파일이었다.

사건 초기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19개 분량 녹취엔 그가 남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과 사업 경비 분담을 두고 다투는 내용, 유 전 본부장에게 배당 수익 중 70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10월 30일 성남시 분당구 소재 한 노래방에서 김씨가 ① 비상장사 유원홀딩스 주식을 고가 매수하는 방법 ②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을 직접 주는 방법 ③ 김씨가 배당금을 수령해 다시 증여하는 방법 ④ 남욱 변호사가 화천대유를 상대로 명의신탁 소송을 벌여 지급하는 방법 등을 4가지 전달 방법을 제안하고 약속한 내용도 녹음돼 있다고 한다.

때문에 유 전 본부장 측은 정 회계사의 녹취에 대한 증거능력을 탄핵하기 위한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는 내용이 진실하더라도 유죄 증거로 쓸 수 없고 법정에서 증거 제출도 불가능하다. 특히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파일 중 일부에선 불법 도청 의혹이 제기된다. 정 회계사 자신은 빠진 상태에서 김만배씨가 다른 이와 대화한 내용을 녹음한 파일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 간 대화 녹음을 금지하고 있고, 이와 같은 방식으로 확보한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녹취 당사자들도 이미 정 회계사 녹취 파일의 ‘오염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김씨는 "정 회계사가 의도적으로 녹음하고 일부만 편집해 냈다”며 “단 한 번도 정 회계사와 진실된 대화를 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지난 14일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검찰이 정 회계사 녹취 파일을 틀려 했으나 재판장이 ‘증거 능력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제지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 역시 기소 이후 입장문을 통해 혐의를 재차 부인하며 “대장동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김씨가 자신에게 수백억을 줄 것처럼 얘기하자 맞장구를 쳤고, 따라다니면 얼마라도 챙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김씨 동업자들 사이에 끼여 녹음 당하는 줄도 모르고 얘기하다가 이번 사건의 주범 혹은 키맨으로 잘못 몰렸다"고 주장했다.



검찰, 녹취 외 현금 수수 입증할 물증 내놓을까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놓고 오락가락한 것도 법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당초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재창씨가 전달한 3억원 외에 김씨로부터 '현금 1억원과 수표 4억원'을 받은 혐의까지 포함해 모두 8억원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이는 정 회계사 녹취 파일과 함께 제출한 사진 등을 근거로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준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과정에서 '현금만 5억원'으로 수정했다. 결국 김씨의 영장은 기각됐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뇌물 액수와 공여자를 다시 한번 바꿨다.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그가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정재창씨 등으로부터 현금 3억5200만원의 받은 혐의가 적시돼 있다. 이는 남 변호사가 최근 검찰에 제출한 2013~2014년 녹취 파일에 유 전 본부장의 육성이 담겨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이 룸살롱과 일식집 등에서 현금으로 받은 뇌물 혐의에 대해 녹취 이외에 검찰이 확실한 물증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뇌물 액수가 계속 바뀌어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검찰이 녹취록 이외에 핵심 물증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이날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검찰이 아직 녹취 내용 전반을 제공하지 않아 제3자 대화 부분 등을 명확히 확인하지 못했다”며 “추후 녹취 내용을 파악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동규 배임 추가 기소?…“성남시 개입 못 밝히면 쉽지 않아”



중앙일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 시장실과 비서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기소 혐의에서 의혹의 핵심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천억 원대 배임 혐의를 뺐다. "배임 혐의 등의 경우 공범 관계 및 구체적 행위분담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고 하면서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배임죄 구성 요건을 따져봤을 때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등이 이익을 취한 것은 쉽게 드러났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손해를 본 점에 대해서는 경영상 판단으로 빠져나갈 수 있어 입증이 상당히 까다롭다”며 “그런 측면에서 신중히 기소하겠다는 입장은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공사가 대장동 개발이익 가운데 고정 배당금 1822억원과 1공단 공원화 사업비(2761억원)를 확정 이익으로 환수하기로 한 건 애초에 성남시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도 유 전 본부장만 배임죄로 기소하기 어려운 점이다.

그는 이와 관련 “성남시 압수수색 과정 등을 보면 수사 의지가 부족해 윗선 개입 여부를 제대로 밝혀낼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대장동 개발 의혹 자금 흐름 그래픽 이미지. 그래픽 디자인=김호준 기자 feelin99@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