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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남욱이 농성 시켜" 성남도개공부터 다 계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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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왼쪽)과 남욱 변호사. 사진 경기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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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가 2014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설립 단계에서부터 치밀하게 기획된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과거 대장동 원주민들은 사건의 핵심 남욱(48) 변호사가 공사 설립을 위해 주민들을 설득했다는 주장을 24일 내놨다. 앞서 검찰은 유동규(52·구속) 전 공사 기획본부장이 남 변호사에게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관개발 사업권을 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한 뒤 뒷돈을 받았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담았다. 공공성을 강화를 위해 도입했다는 민관 합동 개발이 사실상 공사 설립 때부터 민간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양새로 전개된 셈이다.



원주민 증언 “남욱이 의회 농성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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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변호사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조사를 받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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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민간개발 초대 추진위원장을 지낸 원주민 이호근(75)씨는 2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2012년 말 남 변호사가 하라는 대로 원주민들이 공사 설립 시위 농성 등을 벌였다”고 말했다. “공사가 만들어져야 사업이 빨리 진행된다”는 남 변호사 말에 따라 일부 원주민이 공사 설립에 찬성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2009년 6월 부동산개발업체 씨세븐은 토지주들과 도시개발 시행업무 대행계약을 맺은 후 대장동 땅 3분의 1을 매입하기로 계약하는 등 지주 작업(땅 수용)을 상당 부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이씨는 지주 작업 등을 돕는 부동산 컨설팅용역 계약을 씨세븐과 맺었다.

이씨에 따르면 2012~2013년쯤 원주민들은 당시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PFV) 대표였던 남 변호사를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된 특수목적법인(SPC) 대표로 여겼다고 한다. 남 변호사 역시 원주민들에게 본인을 “(대장동 개발 사업의) 민간 대표는 나다”라고 말했다는 게 이씨 주장이다.

남 변호사와 이씨가 2012년 6월 체결한 합의서(‘부동산 컨설팅용역 계약서 변경 합의서’)에 따르면 “남욱이 대장동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요구하는 사항에 협조해야 하며 남욱 동의 없이 남욱 이외의 사람과 대장동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한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주도권은 남 변호사에게 있었다는 뜻이다. 이씨는 계약 대가로 남 변호사에게 20억원을 받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씨는 “이재명 시장 당선 후 성남시에서 대장동 개발을 하려면 공사 설립을 해야 했는데, 공사 설립안이 시의회에서 여러 차례 부결됐다. 그 과정에서 2~3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2010년 시장 취임 후 2012년 말까지도 공전(空轉) 상태였다”는 게 이씨 설명이다. 그는 “그사이 이강길 씨세븐 대표가 구속되고 부산저축은행이 공중분해 되는 등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위기에 몰렸다”고 말했다.



원주민 동원한 ‘대장동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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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심종진 공동대표가 15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열린 대장지구 이주자택지 보상관련 협의에 참석한 뒤 대장동 원주민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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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공사 설립을 도와달라고 한 이가 바로 남 변호사라고 이씨는 주장했다. 남 변호사가 당시 이씨에게 “이대로 가면 원주민은 다 죽는다. 공사가 빨리 만들어져야 사업이 빨리 진행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원주민들이 의회 농성을 해서라도 공사 설립을 도와야 한다”는 말을 남 변호사로부터 들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씨는 “(남 변호사 말대로) 원주민 30~40명을 데리고 성남시의회가 열릴 때마다 가서 사정도 하고 농성도 하고 그런 행동을 여섯 달을 했다”며 “당시 함께 움직이던 남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부동산업자 정재창씨 등이 우리가 시의회에 올 때마다 뒷전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느 날은 낯선 사람이 보여 남 변호사에게 누군지 물어봤는데, 기자라고만 하더라”며 “요즘 뉴스를 보니 그때 그 사람이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7호 실소유주인 배모 기자였다”고 말했다. 원주민을 설득해 공사를 만들고 민관 합동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 ‘대장동 패밀리’가 깊숙이 개입한 것이다.

이씨는 “공사 조례안이 통과한 약 사흘 만에 성남시설관리공단(공사 전신) 본부장 직함을 달고 유 전 본부장이 나타나 대장동 관련 논의를 원주민에게 했다”며 “유 전 본부장도 이들과 같이 움직이던 몸통으로 본다. 공사 만들 때만 원주민을 이용해서 공사가 만들어지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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