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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파’ 제작진 VS ‘스우파’ 댄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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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파이트 저지, 카드 오픈.”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MC인 가수 강다니엘의 주문을 들을 때마다 시청자에게도 승패를 결정할 카드가 있다면 어떨까 상상한다. 탈락자를 가려낼 권한을 시청자도 갖는다면, 첫 탈락자는 다름 아닌 제작진이 될 거라는 기대가 뭉게뭉게 퍼진다. 긴장과 갈등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로 여기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스우파’의 여덟 댄스 크루들은 과분한 존재다. 생방송으로 진행될 ‘스우파’ 마지막 회를 앞두고, 제작진 의도를 뛰어넘은 댄서들 활약상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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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방송 캡처

워스트 댄서 지목전으로 점수 깎은 제작진
VS
“그 때 그 때 붙고 싶은 사람과 붙겠다”는 모니카

3회 계급 미션. ‘워스트 댄서’로 뽑힌 댄서가 소속된 팀에게서 50점을 깎겠다는 규칙이 밝혀지자 ‘춤판’은 일순 ‘전략 싸움’으로 변했다. “가장 경계되는 댄서를 뽑을 거예요” “이길 수 있는 상대를 고르는 게 낫다” “승산 있는 상대를 뽑을 테니까”…. 이전까지 ‘이기고 싶은 상대’와 싸우던 댄서들의 호방한 기개는 탈락의 두려움 앞에서 힘을 잃었다. 분위기를 환기시킨 이는 프라우드먼을 이끄는 모니카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자신을 제외한 댄서들 가운데 경력이 가장 길고 배틀 경험도 많은 허니제이를 대결 상대로 지목한 뒤 모니카는 말했다. “붙고 싶은 사람이랑 그 때 그 때 붙을 거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보여줘서 능력으로 쟁취하는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다. 이들이 추는 춤은 ‘상대를 꺾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즐겁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일 뿐이다. 모니카의 이 발언은 춤추는 이유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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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에 맞춰 무대를 펼친 라치카, 커밍아웃, 조권. 방송 캡처

성별 이분 반복한 제작진
VS
젠더 스펙트럼 보여준 라치카·프라우드먼

SNS에서 ‘퀴어 퍼레이드’ ‘인권 포럼’으로 불린 혼성 미션 ‘맨 오브 우먼’은 원래 성별 이분법적·이성애 중심적 관습을 답습한 기획이었다. 성별을 남성과 여성으로 양분한 뒤 두 성별이 어우러지길 바란 제작진의 의도는 그러나 라치카와 프라우드먼에 의해 격파됐다. 라치카는 왁킹·보깅에 강한 커밍아웃 크루와 힐 댄스가 무기인 조권을 불러와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에 맞춰 퀴어 친화적인 무대를 펼쳤다. 가비는 “세상의 모든 별종으로 불리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만든 퍼포먼스”라며 무대에 담은 메시지를 강조했다. 프라우드먼은 또 어떤가. 드래그퀸(사회에서 주어진 성별의 정의에서 벗어나는 겉모습으로 꾸민 퍼포머) 캼을 초대하고 자신들은 드래그킹으로 분해,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되지 않는 젠더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사회적 여성성·남성성을 강조하는 대신 성중립적 차림새로 무대에 오른 이들의 결정에 ‘스트릿 인권 포럼’이라는 찬사는 마땅하다. 두 팀 모두 낮은 점수에 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이들의 춤은 영원히 남아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가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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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X 리더 리정. 방송 캡처.

생존 경쟁 부추긴 제작진
VS
“목적 없는 춤이 얼마나 막강한지 전달하고 싶다”는 리정

‘스우파’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단 하나의 우승 크루를 가리기 위해 나머지 일곱 크루를 탈락시킨다. 초반 “저 자체가 전략이지 않나” “뭐가 센 건지 보여주자” “나는 절대 안 져”라며 강한 자기 확신을 자랑했던 댄서들은 거듭된 미션과 늘어나는 탈락 크루에 “우리가 (높은 순위는) 아닌 거 같다” “잘 모르겠다”며 주눅 든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좋아요’와 조회수를 얻기 위해 자신과 타협하지 않았다. YGX 리정은 마지막 대결이 된 맨 오브 우먼 미션에서 “좋아서 추는 춤, 목적 없는 춤이 얼마나 막강한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송 초반 대중적이지 못하다고 평가받았던 홀리뱅과 코카N버터, 낮은 조회수 때문에 고생한 라치카 역시 흔들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하고 싶은 걸 하자’며 소신을 지켰다. 이들은 “누군가를 찍어 눌러야 하는 상황”(가비)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그 순간을 살아가는 게 목표”(모니카)를 이뤄내며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다. 이들은 탈락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았다. 이제 미션은 방송사의 몫이다. 출연자들이 극도의 불안과 긴장을 느끼며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생존 경쟁이 과연 유효한 오락일까.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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